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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로 May 15. 2017

9. 자유, 돈으로부터의

이름 없는 당신을 위하여

9. 자유, 돈으로부터의



나는 지금 일을 찾고 있다. 내 나이 스물일곱,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어떤 회사에 가야 할지 모르겠다.

 저번 달까지 다니던 회사는 부동산 관련 업계로 내근직 여사원을 찾고 있었다. 그때 나는 부동산 관련된 일을 찾고 있기도 했고, 집 근처에 회사가 있어서 이력서를 넣었었다. 경쟁자가 많았다던 그 자리를 운 좋게 쟁취하게 되었고 출근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냥 아침에 일어나기가 싫더니 나중에는 이곳저곳이 아파왔다. 어디가 왜 아픈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일이 안 맞다는 거였다. 사무직 근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았지만 내가 이렇게나 모니터 앞에 하루 종일 앉아있어야 하는 것을 싫어하는 줄 몰랐고, 주 6일 근무가 이렇게나 고된 것인 줄 몰랐다. 당장의 생각으로는 돈을 필요했고, 부동산 일도 배우고자 했는데 실제로 근무를 해보니 돈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뒤죽박죽 엉망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내가 아닌 것 같았고, 내가 원하는 나도 아닌 것 같았다. 그냥 다 아니었다. 나를 괴롭히는 상사도 이해할 수 없었고 일요일까지 출근을 해서 한다는 일이 고작 사무실 지키는 거란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던 와중 나의 방황을 눈치채신 전무님께서 면담을 요청하셨고, 이러저러한 과정 끝에 다시 나는 실업자이자 구직자가 되어버렸다. 얼마나 일을 하고 싶어 했는데 겨우 3개월 버티고 나와버리다니. 이렇게 참을성 없는 나도 싫고 그냥 다 싫었다.

 일을 관두고 나와 알바를 하면서 지난 시간들을 복기해보았다. 내가 뭐가 부족했는지, 나는 왜 사무직을 싫어하는지, 왜 이렇게 생겨먹었는지. 이제는 진짜 확실하지 않으면 입사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여태까지 돈은 진짜 중요한 게 아니라고 여기면서 어떤 가치, 새로운 경험, 나의 꿈을 쫓아다닌 것 같다. 그렇게 가치 있고 그러나 돈 안 되는 일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지쳐갔다.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던 돈의 역습에 속수무책 당했고 매일 밤 불안에 절었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지금까지는 나의 자유함을 추구하는 삶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부터는 돈으로부터 좀 자유롭고 싶다, 간절하게도. 


 알바를 하면서도 계속 알바를 해서 될 일일지 반문하고 있던 찰나에 지인분께서 여행사 내근직을 구하고 있다며 자리를 추천해주셨다. 어떤 일을 하는지 얼마를 주는지 등에 대해 얘기해주시는데 내 속마음은 이것뿐이었다. '그래서 얼마를 주지?'

 페이가 너무 적았다. 거리도 먼데 페이도 이렇게나 작게 주다니, 지금이 어느 시댄데! 그 정도면 알바를 풀타임 뛰는 거나 마찬가지고 공장 가는 것만 못하잖아 하는 실망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제안해주신 일 자체로는 자꾸 관심이 갔다. 뭔가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다양한 꿈을 꿔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도 다시 머리를 흔들며 세뇌했다. '아니, 야생화. 네가 제정신이야? 또 돈을 안 봐? 네가 아직 배가 덜 고프구나? 절대 생각지도 마! 절대 안 갈 거야!'


 회사는 어떻게 골라야 하는 걸까? 어떤 회사를 가야 내가 오래 일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일을 잘하지? 돈은 어떻게 벌지?

 스물일곱, 분명 알 것 같았는데 이제는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스물여섯이 제일 막막한 줄 알았는데 나는 오늘 밤이 너무 막막하다. 이 긴긴밤 어떡하지, 뭐가 맞는 걸까.



 




감사합니다, 오늘도 잊지 않아 주시다니요,

당분간은 주 2회 업로드에 무리가 있을 것 같아요..! 생업유지에 힘써야 할 것 같아요.


 주 1회, 목요일 오후 8시에 업로드할게요.

늘 고마워요,

오늘도 존재해주어요, 그대


야생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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