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살 추억들
어린이집에 다닐 때 기억이 별로 없다. 이제 30년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래서 소소하게 둘이 있었던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부엌 찬장에 있던 설탕을 의자에 서서 꺼낸 적이 있다. 설탕 알갱이가 아작아작 씹힐 때 나는 단 맛을 좋아해서 숟가락으로 퍼먹었다. 분명 할머니랑 작은 엄마 몰래, 거기에 사촌 언니도 모르게 혼자 저질렀는데 어떻게 들켰지? 작은 엄마께 들켜서 혼났다.
작은 엄마는 종종 화장을 하셨는데 그걸 따라 한다고 사촌언니랑 둘이 작은 엄마 화장대를 열어봤다. 립스틱 꺼내서 입술에 바르고 얼굴에 긋고 전신 거울 쳐다보면서 둘이 장난치다가 작은 엄마가 방에 들어오셔서 딱 들켰다. 작은 엄마가 먼지떨이 들고 달려오시는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근데 난 조카라고 크게 혼내진 않으셨고 사촌언니만 혼났다.
눈이 펑펑 온 어느 겨울날, 눈싸움이 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언니랑 서로 눈을 던질 수는 없어서 닫힌 대문을 향해 둘이 열심히 눈을 뭉쳐서 던졌다. 한참을 그렇게 놀다가 손이 너무 시려서 2층으로 올라갔다. 장갑과 양말을 다 벗어던지고 난로 앞에 앉았다. 할머니께서 "추운데 왜 이제 들어와?" 하셨지만 우린 "재밌었다"하며 헤헤 웃었다.
사촌언니는 한글을 쓰고 책도 읽었다. 나는 내 이름도 못 썼고 책도 못 읽었다. 그래서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언니한테 가져가서 읽어달라고 했다. 매일 언니는 책을 읽어줬다. 어느 날, 언니가 "책 읽어줄까?"라고 물었는데 내가 "옛날 옛적에" 하면서 책 내용을 읊었다. 언니는 놀라서 책을 펼쳐서 확인했고 내가 글자 하나 안 틀리고 줄줄줄 외우는 게 신기했단다. 나는 책을 읽을 줄 아는 언니가 부러웠는데 언니는 그때 책을 외우는 내가 부러웠단다.
사촌언니가 밤에 자다가 깼는데 나도 그때 마침 깼었다. 내가 왜 안 자냐고 물었더니 언니가 "벽에 거미가 있어."라고 해서 베개 들고 가서 거미를 잡았다. "내가 잡았으니까 이제 자."라고 했더니 언니는 안심하고 잤다. 그걸 베개로 잡을 생각은 어떻게 한 걸까?
기억을 못 해서 그렇지, 아마 둘이 사고 친 것도 꽤 많을 것 같다. 아, 사촌언니랑은 2개월 차이 난다. 언니는 1월생, 나는 3월생. 어릴 때부터 친자매처럼 붙어서 지냈더니 일반적인 사촌들보다는 많이 친하다. 지금도 사촌들 중에선 가장 자주 연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