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 간 게 아니라, 이집트로 돌아왔다
한국에 엄마, 아빠가 있는데 이집트에서 엄마, 아빠가 오셨다. 이해가 안 됐다. 이게 무슨 말이야? 어떻게 엄마, 아빠가 둘씩 있어? 사실은 한국에서 엄마라고 부른 사람은 작은 엄마였고, 아빠라고 부른 사람은 작은 아빠였다는 것을 초등학생이 되어서야 완벽하게 이해했다.
어릴 때의 나는 밥도 잘 안 먹고 군것질을 좋아했다. 자기 전에 양치도 잘 안 했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게 양치 안 한다고 했다가 아빠한테 맞았다. 근데 맞아서 아픈 것보다 할머니가 아빠를 안 말리신 것에 대한 배신감이 컸다. 결국은 양치하고 자러 갔지만 한동안 할머니한테 제대로 삐져서 말도 안 했다.
아직도 출국하는 날이 생생하게 생각난다. 사촌 언니도 같이 가는 줄 알았는데 나만 가는 거였고 안 간다고 버티다가 아빠가 둘러업고 가셨다. 안 간다고 할아버지 부르고 고모 부르고 사촌 언니 부르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오열하면서 출국했다.
그땐 두바이를 경유해서 갔고 비행기만 24시간을 탔다. 멀미가 심했던 나는 기내식도 못 먹고 구토하고 의자에 앉지도 눕지도 못해서 발 놓는 공간에 담요를 깔고 누워서 갔다. 그렇게 1995년 2월, 이집트에 도착한다.
사실은 이집트가 처음은 아니라는 것. 나는 1989년 3월 카이로에서 태어났다. 1989년 8월에 할머니와 함께 한국에 갔다가 6년 뒤에 이집트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