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초등학교 : 만 5세에 입학

한글도 몰랐고 영어도 몰랐다

by 결이

이집트에 도착하고 얼마 뒤에 한인 학교에 입학했다. 89년 3월생인데 88년생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다. 내 나이 만 5세! 한글도 몰랐고 영어도 몰랐다. 친구들은 현지에서 유치원을 다녀서 영어를 했고 한글도 읽고 썼다고 들었다.


1학년 때 첫 받아쓰기를 40점 받고 집에서 열심히 공부한 기억이 있다. 두 번째 받아쓰기부터는 늘 100점이었다. 점수 확인도 안 하고 가방 속에 공책을 넣기도 했는데 애들이 왜 안 보녜서 "100점인데."라고 무심하게 말한 적도 있다.


기억은 안 나지만 한글과 영어를 동시에 하느라 꽤나 고생했을 것 같다. 엄마도 "그때 고생 많이 했지. 그래도 어떻게 하긴 하더라. 못 따라가면 어떡하나 했는데 하기 싫다고 한 적도 없고 어렵다고 한 적도 없고 그냥 하더라."라고 하셨다.


나는 행동이 느리고 습득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배운 것을 이해하는 게 어려웠던 것 같다. 숙제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일기를 쓰는 것도 1시간 정도 걸렸다. 하지만 무엇이든 꼼꼼하게 했고 단 한 번도 숙제를 빠뜨리지 않았다. 그렇게 잘 해내기까지 부모님의 노력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다.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저학년 때는 학교에 적응하느라 힘들었지만 고학년이 되면서 공부에 흥미를 느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느끼면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수학은 정말 안되더라. 초등학교 내내 수학을 싫어했다. 중학생이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지만.


1~2학년 때 기억은 많지 않다. 예전에 내 일기장에서 봤거나 부모님께 들었거나 친구들이 해준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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