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한테 자습이 어디 있어?
'초등학생한테 자습이 어디 있어?' 하겠지만 있었다. 단, 수학 시간에 애들이 단체로 못 푼 문제가 있을 때만. 자주는 아니고, 2주에 1번 정도 있었다. 보통 영어와 수학이 끝나고 3교시 또는 4교시에 했다. 자습이라고 선생님이 자리를 비우시는 건 아니었고 선생님은 교탁에 앉아계시고 우리는 수학익힘책이나 시험지를 풀었다.
그날도 뭔가 단체로 못 푼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선생님이 3교시에 수학을 한다고 하셨고 다 같이 수학익힘책을 풀었다. 다행히 나는 문제를 빨리 풀고 선생님께 확인받았다. 다 풀고 할 게 없는 학생들은 다른 과목 숙제를 하거나 독서를 했다. 나도 그날은 독서를 했다. 3교시가 끝나갈 때쯤 다음 수업 교과서를 미리 꺼내려고 가방을 봤는데 교과서를 안 가져왔더라. 교과서 안 가져오면 무조건 손바닥을 맞아야 해서 속으로 '어떡하지?' 하는데 선생님이 아직 문제 못 푼 친구들이 많다고 4교시도 수학 문제 풀자고 하셨다. 그렇게 난 속으로 소리를 질렀고 독서를 하며 4교시를 마무리했다.
이 이야기 출처는 내 일기장이다. 이날 일을 일기장에 썼고 다음날 선생님이 일기장에 '교과서는 잘 챙겨요'라고 코멘트를 써주셨다. 손바닥 안 맞아서 속으로 얼마나 좋아했던지. 그 후로 교과서는 잘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