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 초등학교 : 독서의 시작

강제로 시키면 안 했던 성격은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by 결이

점심시간마다 밥 먹고 교실에서 책만 읽던 친구가 있었다. 너무 밖에 안 나간다고 선생님이 그 친구에게 학교에서 독서 금지령을 내렸다. 가장 책을 읽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일주일 동안 점심 먹고 교실에서 책을 읽게 했다. 그중 하나가 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꽤나 억울하다. 소설을 안 읽어서 그렇지, 위인전, 전래동화, 신화는 다 읽었는데 왜 독서 안 하는 애로 찍혔을까. 나가서 뛰어노는 걸 좋아하는 나는 죽을 맛이었다. 몸이 근질근질거렸다. 그래도 선생님 말씀이니, 책을 읽으려고 노력했으나 읽지는 못했다. 같이 독서를 시도한 친구 둘도 못 읽었다. 점심시간마다 독서하던 친구는 책을 운동장에 들고나가서 읽었다. 선생님의 계획(?)은 보기 좋게 실패했다.


나중에 6학년 때 교장선생님께서 학교에 뭐가 생겼으면 좋겠냐고 물어보셔서 "도서관에 책 늘려주세요!"라고 답했다. 이유를 물으시길래 "도서관에 있는 책들 다 읽었어요."라고 말씀드렸다. 그렇다, 난 6학년 1학기 중에 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읽은 유일한 학생이었다. 한인 학교 졸업 후, 토요일마다 한인 학교에서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을 배웠는데 그때도 매주 1권을 대출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들은 게 내가 도서관 대출 1등이라고. 초등학생 때 대출한 기록은 리셋돼서 없고 중학교 1학년 때부터 6년 동안 300권 이상 대출했다고 들었다.


그때 선생님의 강요로 했던 독서 시간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 나이에 뛰어노는 게 잘못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우리가 책을 읽지 않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조용히 끝났다.



작가의 이전글008 초등학교 : 자율 학습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