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동안 영어로 버틸 수 있을까?'
6학년 B반에 배정되었다. 100% 한국인만 다니는 학교에 다니다가 나만 한국인인 학교에 갔다는 게 너무 긴장됐다. 한인 학교에서 배운 영어만으로 소통이 가능한지 여부도 불확실했다. '그래도 영어를 6년이나 배웠으니 안되진 않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다행히 같은 반에 있는 미국인 친구와 유럽인(국가가 기억 안 난다) 친구들이 6학년 내내 함께 했다. 솔직히 난 그들에게 정말 고맙다. 아랍 친구들이 이유 없이 시비를 거는 것도, 동양인이라고 괴롭히는 것도 그 친구들이 다 막아줬다.
나중에 미국인 친구가 말해줬는데 어릴 때 한국에 2~3년 살아서 같은 반에 한국인이 전학 온 걸 보고 반가웠다고. 먹고 싶은 한국 음식이 있으면 집에서 가져올 수 있다고 했더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김치라고 하더라. 엄마께 말씀드려서 작은 통에 김치를 담아갔더니, 친구가 교실에서 통을 열어서 모두가 경악했던 일도 있었다. 김치 냄새 강렬하지..
그래도 한국인이 많은 학교라서 대부분의 애들이 나를 막 신기해하진 않았다. 그런 줄 알았다. 나중에 알았다, 같은 학년에 아버지가 이집트인, 어머니가 한국인인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심지어 난 그 친구 어머니 뵌 적도 있고 인사도 드렸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그 친구와 같은 반이 되었는데 그때 그 친구가 "너 6학년 때 전학 왔지? 애들이 B반에 한국인 왔다고 그랬었는데 그때."라고 했다. 내가 아랍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아서 몰랐던 것뿐, 다 소문이 났더라.
한 반에 학생이 33명인데 나 포함 5명만 아랍이 아니고 나머지 28명은 아랍인이었다. 반만 놓고 봐도 이 정도 비율인데 전교생을 보면 어떨지 예상이 갔다. 나 여기서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커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