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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하는남자 Apr 11. 2021

미디하는남자 #2 - 자만

20대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서 아이튠즈 차트인을 하게 된 작곡가 이야기



안녕하세요. 미디하는남자입니다.

1편은 어떠셨나요? 써놓고 보니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어두운, 어쩌면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로만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가급적이면 좋은 이야기나 신나는 이야기만 적고 싶은데 글을 쓰다보면 그게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이 글을 시작하기 전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미디 작곡, 음악을 시작하는 분들이나 같은 고민을 하는 많은 분들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런 사람도 있구나" 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읽으셨으면 하는 바램 또한 담겨있습니다.





시작 전 주의사항 : 어떠한 정리됨 없이 편하게 작성했음을 알려드립니다. 개인사와 TMI가 잔뜩 담겨있어 이런 것이 궁금하지 않으시다면 읽다가 바로 뒤로가기 혹은 페이지를 닫아주셔도 좋습니다. 제 기억이 왜곡되어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최대한 확실한것만 쓰려고 고민하고 작성했습니다.


1편의 내용을 모르시다면 하단 링크를 보고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음악을 만드려고 보니 제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가 너무 궁금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어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었는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5인치 lcd 모니터와 컴퓨터에서 글을 쓸 수 있는 키보드, 그걸 동작하는 컴퓨터.. 그게 다입니다.


물론, 지금 시작하시는 분들에게는 말도 안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 당시 나이는 23살이였지만 아르바이트도 안하고 있었고 오로지 음악만 해서 성공할꺼라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고집이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컴퓨터라도 있었으니 다행이였고, 컴퓨터로 음악을 만들 수 있었던 미디가 있었으니 다행이였다 생각합니다^^



약간의 에피소드가 있는 49건반 / 힙합과 일렉 장르에 유리한 DAW FL STUDIO / 가상 오디오 인터페이스 Asio4all


지금에 와서야 이야기 하지만 어디 회사껀지도 모르는 49건반을 중고나라에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해가며 만원 할인받고 구매한 마스터 키보드 입니다. 저에게는 엄청 소중한 건반이였지요 ^^


힙합과 일렉트로닉을 만들 때 최적화가 되었다라는 말은 보기 좋게 쓴 이야기였고, 가장 사용하기 쉬워서 쓰기 시작했던 DAW인 FL STUDIO도 있습니다. 데모여서 세이브는 안됐지만, 세이브를 할 수 있게 돈을 벌었어야 하는 상황이였습니다. 지금도 가격은 동일하지만 프로듀서 버전이 20만원 초반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살 수 있는 여유가 없다보니 소프트웨어로 무료 사용할 수가 있는 Asio4all이 있습니다. 마이크로 레코딩 할 일이 없다면 Asio4all은 지금도 입문하시는 분들이 사용해도 초기에는 전혀 문제가 안됩니다^^



이제 준비가 됐습니다. 음악을 만들 때 필요한 기본적인 준비가 되었던건데요!

저는 이렇게만 준비가 되면 음악을 쉽게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다는 게 함정이였습니다...

문제는 5분도 지나지 않아 생겨버렸습니다.....^^;


음악을 만들 때 필요했던 이론을 모르니 FL STUDIO를 켜면 제일 먼저 나오는 드럼을 가지고

제가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서 드럼을 찍어두고 보고 있으면 하루종일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힙합은 역시 킥 스네어 하이햇만 있으면 되는겁니다(?)

악기 이론이야 몰라도 샘플링을 할줄 알면 되지만 가장 먼저 겪었던 문제를 제 힘으로 해결해보고 싶었는데요!

고민하다 나온 첫번째 과제는 "이론 외우기" 였습니다.


1~2만원도 귀중했던 상황이기 때문에 구글에 음악을 만들 때 필요한 코드를 모두 검색해 보이싱까지 다 외워버리는 무식한 작전을 시도하게 됩니다. 


이런식의 코드를 일일히 외웠습니다. 지금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만약 C코드라고 한다면 도,미,솔로도 외워두고 건반으로 치는 경우의 수 최소 3가지를 확인해서 외워두는거죠! 

그래서 C코드! 라고 말하면 도미솔로 된 코드 보이싱을 3가지정도 칠 수 있게 완성하는게 첫번째 과제였습니다.


대략적으로 이 과정을 1달~2달정도 한 것 같습니다 ^^;;

지금 시대에선 절대 이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체계적으로 재미있게 할 수 있어요!

(어떤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C=도미솔" 이라는 것을 도대체 왜...? 라는 이유로 몇일을 멍 때리던 기억이...)




1~2달 가량이 지나 이론은 그럭저럭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고민하다 나온 두번째 과제는 "카피" 였습니다.


제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몰라서 공책을 꺼내서 듣는 음악들을 다 적어보고 어떤 음악이 들어가있는지를 분석해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곰곰히 생각해보니 템포가 있는 음악피아노가 들어간 곡을 좋아했던 것으로 결론 짓고나서 처음 카피한 곡이 에픽하이 - Fallin' 이였습니다.


발매된 날짜를 보니 2008년이네요. 이 당시에 2009년에는 魂 : Map The Soul이라는 앨범으로 자신들만의 레이블을 만들어 활동을 하고 있던 시기였는데요. 당시 그 사이트 게시판에 올려서 나름대로는 칭찬도 받고 싶고 인정을 받고 싶었나봅니다. 그 때 자신감을 얻고 본격적으로 디테일하게 작곡을 도전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에픽하이가 만든 앨범을 참 좋아했기 때문에 Eternal Morning과 에픽하이의 Instrumental 자체를 참 좋아했습니다. 지금 와서 알았지만 그 때는 타블로가 대부분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제가 좋아했던 음악들을 대부분 투컷님이 만드셨더라구요 ^^;;



Fallin' 카피만 1주일 밤새가면서 했던 것 같아요 너무 재밌었거든요! / Pe2ny님과 작업을 하게 되는 에피소드도 남겨둘께요.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밥을 안먹어도 잠을 제대로 안자도 뭐가 이렇게 재밌었는지...^^;

간간히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을 했는데도 너무 즐거운 기억밖에 없으니까요^^


결국, 사운드까지는 비슷하게 만들지는 못하지만....ㅠㅠ

코드진행이나 리듬, 기승전결에 대해 중요함을 느끼고 많은 음악을 듣고 분석하기 시작합니다!^^

두가지를 나름 해내고 나서 든 생각은!!!!!!!!


"내 음악을 만들어보자"

"내 음악으로 앨범을 만들어보자"

"나도 아티스트 이름이 있어야겠다"


에픽하이 - Fallin 입니다. 감상해보시죠^^


신기하게도 비가 올 때 영감이 떠오르거나 음악을 만드는게 뭔가 수월해진다고 느꼈는지 Rain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고, 비의 컬러는 하얀색이라고 생각이 들어 White Rain 이라는 이름을 지어두고 본격적인 항해를 준비하게 됩니다.


이 과정들이 6개월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이러면 저도 활동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던게 또 하나의 착각입니다.

이제부터 1번째 프로듀싱 앨범인 Begin이 나오기 전까지 고통스러운(?) 과정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음편에서는 Begin이라는 앨범을 내기 전 다양한 걸 시도해보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카피 : 기존 발매된 음악의 사운드나 음정을 똑같이 따라하면서 공부하고 내 걸로 만드는 과정.

Instrumental : 줄여서 Inst로도 표기. 쉽게 이야기 하면 목소리가 없는 연주 음악.

보이싱 : 같은 코드를 연주하더라도 누르는 건반의 위치로도 달라질 수 있는 소리. ex) 오픈,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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