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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생활 리듬에 적응하는 엄마 마음

아이들의 변화가 가져다준, 나만의 조용한 아침 루틴

by 자모카봉봉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우리 집의 아침 리듬이 조금씩 달라졌다. 둘은 각자 학교 갈 준비를 하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여유를 느끼곤 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의 아침은 늘 전쟁 같았다. 눈도 못 뜬 아이를 안아 세수시키고, 물통에 물을 채우고, 간식을 챙기고,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아이를 다시 깨우는 일이 반복됐다.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체력이 반쯤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그 시절의 아침은 온전히 아이들의 시간이었고, 내 시간은 늘 뒤로 밀려나 있었다.


그전까지의 나는 몸이 아무리 아파도, 피곤해도 ‘나를 위해 시간을 쓴다’는 것이 어색한 사람이었다. 허리는 늘 뻐근했고, 자세도 좋지 않았지만 운동을 하자니 돈이 아깝고 시간이 빠듯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에게 드는 비용은 고민 없이 쓰면서도, 정작 나 자신에게 쓰는 돈은 유난히도 아까웠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이 우선’이라는 말 뒤에 나 자신을 계속 밀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아침 루틴을 스스로 만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여유가 생겼다. 그 여유가 찾아오자, 나는 오히려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배우고 싶은 것도 있었고,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며, 다시 공부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 많은 가능성들 사이에서 가장 절실했던 건 ‘운동해야 한다’는 절실함이었다. 평소 허리가 자주 아팠기에 몸을 돌보는 일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였다.


처음에는 돈이 들지 않는 방법부터 시도했다. 매일 걸어보자고 다짐했고, 아파트 헬스장을 꾸준히 가보자는 마음도 먹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생각만큼 꾸준히 되지 않았다. 운동 방식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무언가 비효율적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자세가 좋지 않으니 아무리 혼자 운동해도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서 필라테스를 추천받은 건 예전부터였다. “자세가 안 좋으면 필라테스가 정말 좋아요.”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지만 선뜻 시작할 수 없었다. 문제는 ‘돈’이었다. 한 달이나 세 달 등록보다 1년 단위 결제가 훨씬 저렴했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한 달로 나누어 계산해 보니 아이들의 학원비와 비슷한 금액이었다. ‘이 돈이면 아이들을 학원 하나 더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올랐고, 그 순간 마음이 스르륵 접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찾아왔다. 왜 모든 돈을 아이들을 위해서만 쓰려는 걸까? 나는 왜 나 자신에게는 이렇게 인색할까? 어디선가 읽었던 문장이 떠올랐다. “아이 학원비가 가계비의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 그건 건강한 구조가 아니다. 부모의 미래, 부모의 배움, 부모의 노후를 위한 비중도 마련해야 한다.” 그 문장을 다시 떠올리니 나에게도 새로운 깨달음이 열렸다. 아이들이 미래를 위해 공부하고 운동하듯, 나 역시 건강한 삶을 위한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과감하게 필라테스를 등록했다. 카드를 내미는 순간까지도 망설임이 있었지만, 매트 위에 서서 몸을 쭉 펴고 호흡을 가다듬는 순간 ‘이 시간이 바로 나에게 필요했던 시간’이라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일이 없는 날이면 아이들이 학교 갈 준비를 할 때 나도 운동 갈 준비를 한다. 나는 운동복을 챙기고, 아이들은 가방을 챙긴다. 문을 나서는 아이들에게 “좋은 하루 보내!”라고 말하면 아이들도 “엄마도 운동 잘 다녀와!” 하고 손을 흔든다. 그 짧은 인사가 내 하루를 환하게 열어준다.

나는 아이들에게 늘 말한다. “게으르게 살지 말자.” 그러나 말로 하면 잔소리가 되기 때문에 요즘은 말 대신 엄마인 나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스스로를 위해 시간을 쓰는 엄마. 그런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배운다. 어느 날 아이가 “엄마도 열심히 하네, 나도 해볼게.”라고 말했을 때, 운동을 시작한 이유가 조금 달라졌다. 단지 내 몸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삶의 리듬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이 아침의 리듬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다운 자리’를 다시 찾아가고 있다. 아이들의 생활이 바뀌면서 내 삶도 함께 다시 살아나는 중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며 엄마에게 열어준 여백 속에서, 나는 가장 가치 있는 나 자신을 다시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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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작은멈춤>

1. 요즘 내 하루 안에서 ‘나를 위한 시간’은 얼마나 되고 있나요?

2. 말로 하기보다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3. 새로운 생활 리듬 속에서, 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 순간은 언제였나요?



“엄마가 스스로를 돌보는 모습 자체가 아이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배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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