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사줄까 말까 고민했던 날

다른 집의 속도가 아닌, 우리 집의 속도

by 자모카봉봉

핸드폰을 사줄까 말까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주변 아이들은 하나둘씩 갖기 시작했고, 엄마들끼리 만나면 “요즘은 다 가지고 다녀요”라는 말이 자연스레 오갔다. 하지만 나는 쉽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직은 이른 것 같고, 혹시 아이의 발달이나 생활 리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 봐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특히 둘째에게는 더 그랬다. 첫째는 2학년 때 사줬지만, 둘째는 아직도 마냥 애기 같은 느낌이 강했다. 겁이 많고 차나 오토바이에 바짝 긴장하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준다는 것은 더 많은 고민을 필요로 했고, 그래서 핸드폰 이야기는 나올 때마다 결론 없이 흩어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음을 완전히 흔드는 사건이 찾아왔다. 둘째의 하교 시간에 맞춰 늘 오던 “하교했습니다”라는 위치 태그 문자가 그날은 오지 않았다. 학원에 도착할 시간이 지나도 아이는 나타나지 않았고, 학원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으셨다.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혹시 길을 잘못 간 건 아닐까, 학교 주변을 헤매고 있는 건 아닐까. 급하게 시간을 내어 학교로 전화했으나, 선생님은 하교 지도를 하시느라 바로 응답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몇 분의 기다림이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잠시 후 연락이 닿았고, 선생님께서 아이의 위치를 확인해주셨다.


집에 돌아온 아이에게 이유를 듣고 나서야 상황을 이해했다. “엄마, 오늘부터 시간표 바뀌었잖아. 그래서 한 시간 뒤에 학원 가는 줄 알았어.” 아이에게는 그저 혼란스러운 하루였지만, 나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툭’ 하고 내려앉았다. 핸드폰이 있었다면 아이는 단 한마디만 물었을 것이다. “엄마, 지금 가면 돼?” 그 간단한 질문 하나면 그 많은 걱정이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지나갔을 텐데.

나는 그동안 ‘혹시’를 기준으로만 판단해왔다. 스마트폰 중독 뉴스, SNS 과몰입 다큐멘터리를 보며 충격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식당이나 마트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느라 주변을 보지 않는 아이들을 볼 때면 “저건 아닌데…” 하는 부정적 장면들이 나에게는 긍정보다 크게 자리 잡았다. 그래서 ‘우리 집은 아직은 아니다’라고 고집해온 것이다.


그러나 그날 사건을 겪고 나니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핸드폰이 위험을 불러오는 도구일 수도 있지만, 아이에게는 세상과 연결되는 작은 안전벨트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결국 우리는 오랜 고민 끝에 핸드폰을 사주기로 했다. 그 순간이 조금 두렵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편은 시원하게 열렸다.


놀랍게도 스마트폰을 가진 뒤 가장 달라진 건 아이의 태도였다. 학교가 끝나면 “엄마, 나 끝났어.”라고 바로 연락했고, “오늘 친구들이랑 놀아도 돼?”라고 묻는 모습에서는 전보다 훨씬 책임감이 느껴졌다. 그림 그린 것을 찍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문자를 보내는 모습도 귀여웠고, 집 앞에서 재미있는 걸 보면 사진을 찍어 보여주기도 했다. 배경화면을 스스로 꾸미고, 기상 알람을 맞추고, 캘린더에 여행 날짜와 학교 행사, 학원 일정까지 직접 입력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조금씩 안심이 되었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스마트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용하는 방식이 문제라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함께 규칙을 정했다. 유튜브는 보지 않기, 하루 총 사용 시간은 1시간 넘기지 않기, 새로운 앱 설치는 엄마와 상의하기. 그리고 나는 스마트폰 사용 관리 앱을 활용해 아이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전문가들은 “사춘기 때 처음 휴대폰을 사주면 오히려 통제가 더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그 시기에는 이미 부모의 말이 크게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이가 엄마와 대화를 잘 나누고, 조언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시기다. 이때 건강한 습관을 잡아주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결정이었다.


나는 처음엔 ‘불안’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의 성향과 ‘우리 가족’의 방식이었다. 핵심은 아이와 엄마가 얼마나 자주 대화하느냐, 그리고 함께 어떤 규칙을 만들어가느냐였다. 핸드폰을 사준 뒤에도 나는 아이를 여전히 지켜본다. 하지만 이제 그 시선 속에는 걱정뿐 아니라 믿음도 함께 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위험을 막아주는 울타리가 아니라, 필요할 때 언제든 엄마에게 닿을 수 있는 작은 통로라는 사실. 나는 그제야 그 단순한 진실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핸드폰과 아이.jpg


<잠시, 작은멈춤>

1. 최근에 ‘내가 걱정해서 망설였던 결정’은 무엇이었나요?

2. 그 걱정이 정말 현실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마음이 만든 ‘혹시’ 때문이었는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3. 다른 집의 기준이 아니라, ‘우리 아이만 보고’ 결정해도 괜찮은 일은 무엇인가요?


“결국 길을 안내해주는 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아이를 향한 나의 이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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