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백
불행의 그림자가 따라온다고 믿었던 순간들
끝나지 않는 터널을 지나가는 기분이었다
10대부터 시작된 원인 모를 답답함이 우울과 무기력을 만들어 냈고 원인 모를 분노가 자리 잡고 있었다
왜 나지?
왜 나만 되는 일이 없는 걸까?
왜 나에게만 안 좋은 일만 일어나는 거지?
10대는 그저 무기력했고
20대는 외로웠다
30대는 고군분투했지만 다시 제자리
그리고 40대..
지금 나는 결혼 10년 차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나의 결핍과 우울감이 아이에게 전염이 될까 두려웠고 불안했다
그럼에도 깊은 무기력감에 빠져있을 때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니 자신감 없는 나에게 실망과 좌절을 느끼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남편의 출근을 챙기지 않았고
아이의 등원도 겨우 보내는 일이 잦아졌다
아이 기관에서의 일정도 준비물도 간혹 잊어먹었다
나의 일에 열정적이었던 나
출근을 하면서도 남편의 도시락과 저녁을 준비하던 아내
식단을 짜면서 까지 이유식을 만들던 열혈 엄마
이젠 그런 나는 없다
모든 게 귀찮다 의미 없는 기분
세수를 하고 로션을 바르는 일 마저 귀찮았다
끼니는 배만 채워지면 되었기에 인스턴트로 때우는 일이 많아졌다
그렇게 체중도 대책 없이 불어만 갔다
자연히 집안일도 소홀해지니 환경적으로도 아이에게 위협이 되고 있었다
그렇게 무의미한 하루가 지나 밤이 찾아오면
스스로 시간을 허비한 나 자신이 용서가 되지 않았고
그 분노가 나를 또 무기력과 우울감에 빠지게 했다
나는 패배자 , 실패자가 된 것일까?
무엇부터 잘못되었을까?
그냥 눕고만 싶다
종일 잠에 빠져있기도 했고
밤새 잠을 못 자 뒤척이기도 했다
행복하려고 노력한 일에는 늘 브레이크가 걸린 일이 많았다 지나고 나면 전부 핑곗거리에 불과한 일도 많았지만 나는 늘 남의 탓만 해왔다
그게 편했기에
물론 내가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들도 있었다
가족의 죽음 같은 것 말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지?
고민을 해봐도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결론
나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씻고 옷을 차려입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내가 변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었다
우울은 유전보다는 전염이 된다는 표현이 맞아요
엄마는 우울증으로 좋지 못한 선택을 했다
그 후로 나의 우울감도 다시 시작되었으므로
용기를 내어 신경정신과에 갔던 날
우울증의 유전 적소인이 있냐는 질문에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을 주셨다
"같은 공간에 같은 생활방식을 공유하다 보면 행동과 생각이 닮아지게 됩니다
우울 무기력감은 그런 의미에서 전염된다고 표현을 하지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울증은 꽤 높은 확률로 유전이 될 수도 있다고 했지만 그 순간은 위안이 되었다
아이가 나로 인해 피해를 받는 게 싫다
나만 바뀌면 되는구나 깨달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
변하겠노라 다짐을 했다
그런데 몸과 마음이 내 맘대로 되질 않아요
그렇게 나는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했고 조금은 수월한 일상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것 또한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지만
어떤 날은 에너지가 넘쳤고 어떤 날은 아니었으니까
생각보다 내 의지대로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때면
말 그대로 현타가 왔지만 나름 노력을 했다
어느 순간 단약을 성공했고 체중도 감소세에 들게 되었다
망할 놈의 코로나가 찾아왔다
좋아하던 책도 읽기 시작했고 운동센터에도 등록했다
마음이 꽤나 고요해졌다
조금은 쓸모있는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그런데 역병이라는 게 또 나의 인생에 브레이크를 걸더라
고립된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다시 우울감과 무기력감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었다
서너 달은 신경안정제를 다시 먹으며 버텼지만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과 관점을 바꿔보자
어떤 일이 닥치면 불운을 탓하기만 했다
계속 탓만 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나만이 아니라 모두가 겪는 일이다
헤쳐나가 보자 생각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김미경의 리부트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평소 좋아했던 분이기도 했고 책을 읽고 그 메시지가 어떤 기대감을 갖게 하였다
나는 다시 용기를 가지기로 했다
그렇게 나만의 시나리오는 다시 만들어졌다
현재 나는
여전히 우울감과 무기력감이 올라올 때가 있다
그래도 그것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한 노력중이다
그래도 하늘을 바라다보는 여유도 생겼고 나의 마음의 근육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여러 방법 들은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냥 감기 같은 것이다
평소에는 괜찮다가 마음의 면역이 떨어질 때면
올라오는 감기 같은 것
나는 그 마음의 면역을 키우며 마음을 관리하고 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어느날 나는 극복했노라 말하고 싶고 나만의 소망 또한 이루고 싶다
그래서 나의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남겨보려 한다
내가 아팠던 날들
그리고 치유함으로서 성장하는 기록을 말이다
혹시나 나와 같은 어려움이 있다면 공감해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