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
떠나가는 가을을 차마
또렷하게 볼 수 없어 눈을 감았다.
따뜻했던 온기는 어디에 갔는지
싸늘한 바람 한 번에,
스쳐가는 소낙비에 맥 없이
무너져 내릴 마음이었다면
알록달록하게 스민 저 단풍들을 보고
설레어했던 계절조차 거짓이었을까.
붙잡지 못하고, 그럴 엄두조차 나지 않던
그날의 그대와 오늘의 계절은
눈부시게 닮았고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그렇게 서글픔이 짙어지는 낮과
끝내 고운 단풍이 되진 못하였던 나.
그대의 처음과 끝이 맞닿은 거리에
애써 외면하려 할수록, 그럼에도 당연하게
부드러웠던 그대 품과 같았던
가을에 물들여져 서글피 울어버렸다.
그대가 없는, 그대의 계절이
그리워 원망스레 바라 본 거리에
소복한 추억처럼 쌓인 낙엽이 아린다.
고운 단풍이 되지도,
색을 바래 지도 못하고 저버려진
울긋불긋 고르지도 않은 저 잎들은
아프진 않을까, 밉진 않을까
바랄 수 없는 사랑이 고프지도 않을까.
그래서 난 서글퍼지나 보다
너의 빈 자리를 느껴버린 순간.
'언제부터 나도 저들과 같은 운명이었을까'라며
한참을 떠도는 바람을 물끄러미 보다가
나도 그들에게 물들어버렸다. 울긋불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