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그가 온다,
소식을 전해들은 별들은 도둑처럼 황급히 마음 속 보금자리를 없애고
난 저 노을처럼 서서히, 높은 하늘만큼이나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느낀다. 그가 온다,
온통 아름답게 찌푸린 날씨에 일렁이는 햇빛때문인지,
검은 알맹이는 탁해져 누런 흰 바탕에 두런 두런 자욱을 남긴 채
색을 갖지 못한 채 흐려지고, 두 초점은 아득해진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차갑게 식은 손 끝에서부터 전율이 일 듯 한 톨 한 톨 그가 차올라,
느닷없이 찾아온 불청객이 반가워 어찌 할 바 모른 채 어깨를 웅크린다.
그는 오래전부터 나를 봐왔던 사람처럼 저 멀리에서부터 손을 흔들며 다가와
걱정들을 녹인 두려움을 온 몸가득 흠뻑 적시고, 멀미가 든 귓가에 불안을 속삭였다.
머리속 사이렌이 울린 듯 사형장의 각성들이 나를 에운 채로 춤을 추는 그들.
나는 나쁜얼굴을 띄고 미소짓는 그들이 싫다.
예감이라 불리는 그를,싫은 티를 숨기며 애써 아닐거라고 부정하며 마주함을 피하는 그 순간에도
돌 처럼 딱딱해지는 뒷덜미와, 콧잔등의 송글송글 맺히는 땀들이 그들이 옳았음을 가늠하게 해,
어느새 가까이 온 그의 검은 날이 햇빛과 맞닿아
성큼 조여 오는 그의 그림자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끔찍이 꺼려했던 그의 무리들에 동화될 나를 자각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만남이였다.
만남 속 한 층 찌푸린 날의 그의 형상은 무정할 정도로 선명하고도 짙은 슬픔을 띄고 있지만
마음 속 그가 물들일 슬픔의 아지랑이 대신, 맑게 개인 별들의 아른한 자리를 되새기는 지금.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왜 그는 틀린 적이 없나
-라고 중얼거리는 오늘, 이다지도 거짓도 진실도 모르던 어제의 한 낮.
하지만 난 그가 옳았음을, 예감이란 옳을 것임음을 예전부터 알았을 수도 모르겠다.
아마, 사실 그는 분명 어김없이 다시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