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로 안되는거면 그 사랑은 딱 거기까지 인거야.
미미미누+윤도영 all about 입시
업로드가 되면 최소 2번씩은 돌려보는 콘텐츠 이다.
대입 수험생들의 입시상담을 해주는 콘텐츠인데
왜 때문인지 마흔 넘은 내가 매 콘텐츠에서 인생에 대해 배운다.
https://www.youtube.com/watch?v=_GAol-l2qYw&t=627s
내가 보기엔 수능 과탐 1타 강사 윤도영쌤도 개별화를 갖고 계시고 공감은 매우 낮은 순위 일 것이다. 늘 생각했었는데 이번 콘텐츠를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 편이 특히 재미있었던 킬포는 윤도영 쌤이 자본주의 미소와 참을 '인' 자를 놓치 않으려고 영상 내내 애쓰는 모습이었다.
윤도영쌤 역시 무까끼한 본성을 누르고 자본주의 미소와 젠틀함을 끌어올리려 애써야만 하는 '교육업'을 가장한 '교육 서비스업' 종사자의 숙명을 지니셨다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사연자: 수시모집으로 지거국(지방 거점 국립대)를 합격하여 다니고 있는데 작년 수능점수도 생각보다 잘 나왔고 현재 학교에 불만족 하는 면이 있어서 더 뛰어난 학생들이 많은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해 수능공부를 시작했고 현재 공부 중 입니다.
그런데 현재 학교에서 만나 cc인 여자친구는 제가 현재 학교에 남기를 바랍니다. 4개월째 사귀고 있는데 이 여자와 평생 가도 좋다고 생각할만큼 정말로 사랑합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위는 사연자의 고민 내용을 요약한 것이고
아래는 윤도영 쌤의 상담내용 중 핵심 부분을 복붙했다.
윤도영쌤:그걸로는 안 돼요?
사연자: 아....
미미미누: 사랑하잖아!!!!!
사연자: 아...
윤도영쌤: 그걸로 안 되니까 이런 고민을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딱 그 정도의 사랑인 거죠
자기 마음이 어떤지 자기도 지금 모르는 거 같아서 다시 한번 객관적으로 생각을 해 보라는 취지로 얘기를 하는 거예요
대학을 바꾸면 내 인생에 많은게 달라지겠죠
그런데 대신에 여자친구는 없어질 수도 있죠
그럼 딴 여자 사귀면 되잖아요
뭐가 문제예요?
내가 나쁜 사람이 되기 싫으니까 이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냐는 거지
그거는 자기 기만이라는 거지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되는 상황인데 그 상황을 부정하는 거 아니냐라는 거예요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되는 상황이면 그냥 선택을 하면 되잖아요
그리고 제가 볼 때는 우리 학생이 이미 선택을 했어요
이미 본인은 선택을 했어
고민이 없는 거지
우리 사연자분은 선택을 안 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볼 때는 이미 선택을 했어요
모두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써요
근데 똑같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달라요 무게가 사람마다 다 다른 거예요
사랑이랑 다른 거를 저울질해야 되는 사랑이면 딱 그 정도의 사랑이라는 거죠
그렇다고 해도 그 사랑이 가치 없는 것은 아니에요.
꼭 사랑이 숭고해야 되고 모든 걸 다 바쳐야 되고 그런 건 아니거든요.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모든 걸 다 바치는 사랑은 딱 하나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밖에 없어요.
사랑이랑 다른 무언가를 두고 고민을 하는 상황이잖아요.
사랑이랑 다른 거를 저울질해야 되는 사랑이면
딱 그 정도의 사랑이라는 거죠
사석에서 사적인 관계를 가진 상대가 이 사연자 학생과 같은 고민을 들고 왔다면 바로 육두문자가 날라갔을 지도.
'야 이 새끼야, 벌써 수능공부 시작해놓고 멀 고민이라고 묻는거야.
괜히 지 잘 될라고, 성공에 눈 멀어 여친 버린 나쁜놈으로는 보이기 싫어서 지금 고민하는 척 하는거 아니야.
벌써 답은 나와있고 선택도 했으면서.
야 걍 재수하고 딴 학교 가서 또 딴여자 만나면 되는거야.
꼴랑 4개월 사귀고 사랑은 무슨 사랑이야.'
이 비슷한 방향으로 시원하게 후려갈기셨을텐데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짜증과 직언들을 교양있는 현대인으로서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억누르고 억누르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
여느 40대 후반 꼰대 아저씨라면 아주 같잖지도 않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을 주제인데 진지하게 스무살 청년의 입장으로 역지사지를 해주셨고
가소롭다는 속내를 들키지 않고 인내심있게 풋내기 사랑 타령을 진지한 태도로 들어주셨다.
(사연자가 계속 인정을 하지 않고 자기부정을 하니까 마지막에는 살짝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셨다. "여자가 그렇게까지 말했으면 남자가 알아 '쳐'먹야지, 뭘 더 어떻게 설명해." 라고 '쳐' 자를 참는데 실패하셨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부분에서 지하철에서 육성으로 빵 터짐.)
아무리 자본주의 서비스 마인드를 장착해도 상대가 내 본심을 눈치채지 못하게 진심으로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상당한 경지에 올라야 가능한 일이기에 존경스러웠다. 나는 아직도 포커페이스가 잘 안되는 부류라서 이런 부분이 더 리스펙트다.
(평소에 20대 청년들과 자주 만나고 소통하는 사이이시니까 정말로 100% 순수하고 진지하게 사연자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셨을 수도 있다. 같잖지도 않다는 속내를 티나지 않게 잘 감추셨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닳고 닳은 편견일 수도 있다. )
윤도영쌤은 이번 통화에서 꼰대아저씨가 저질스럽게 쏟아낼 말과 핵심은 정확히 일치하는데도 전혀 저급하지 않고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는 워딩을 사용해서 잘 상담해주셨다.
사연자 학생이 전화를 끊을 때 자신은 윤도영쌤에게 진심으로 이해받았다고 느끼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졌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미 현 여친과 헤어질 각오를 하고 반수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이미 선택을 한 상태라는 윤도영 쌤의 의견에 사연자 학생이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긴 했다. 이 학생 입장에서는 수능 공부를 하고 있긴 하지만 여친을 정말 사랑하는 마음에 현재 선택을 언제든지 번복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그렇게 윤도영쌤의 말을 부정하는 것 조차도 이 아줌마 눈에는 걍 스무살 귀요미의 애교로 보인다.)
매 영상마다 쏟아지는 강렬한 소신 발언들이나 카리스마 작렬하는 줏대가 심지어 반백살 흔남이 잘생겨보이게 까지 하는 후광을 쏟아낸다.
나보다 8살이 많은 분이기에 인생선배라서 가진 지혜라고 보기엔, 내가 8년을 더 산다고 해도 저 정도의 식견을 가질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에, 단지 나이에 비례한 지혜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덕질은 갈수록 심해져서 윤도영 쌤의 인스타까지 찾아 들어가 팔로우를 했다.
비공계 계정이라 윤도영쌤이 승인을 해줘야 됐었는데 내 인스타를 보고 이 아줌마는 뭥미? 라고 생각하셨을 지도 모르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