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글쓰기 수업

느림을 지키기 위해 쓰는 기록들

by 별향

글쓰기 수업을 넉 달 동안 들었다. 작가님께서 한 주간의주제를 제시해 주시면, 거기에 맞추어 글을 쓰는 시간이었다.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글로 옮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딘가 부족해 보일 때가 많았다. 글은 생각을 끊임없이 정돈하는 일이라는 걸, 오래 닫아두었던 감각이 서서히 열린다는 걸, 서서히 알게 되었다.


처음 두 달은 평소 회사에서 보고서를 쓰는 습관대로 글을 썼다. 보고서는 늘 빠르고 정확해야 했다. 단어는 숨을 허락받지 못했고, 뜻은 언제나 한 줄로 닿아야 했다. 읽는 사람이 고개를 바로 끄덕이도록 논리를 밀어붙이는 글. 그래서 글쓰기 수업 초반의 내 문장에는 여백이 없었다. 문장은 숨을 쉬고, 독자가 머물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걸 뒤늦게 배웠다.


내게 있어 글을 쓴다는 것은 감정 앞에 서서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매주 주어지는 과제는 수십 번의 퇴고를 부르는 일이었다. 초고를 써두면, 며칠 동안 계속 수정의 방향을 생각해보았다. 어느 날은 너무 다듬어 더는 보고 싶지 않은 글이 되기도 했다.

누군가가 읽는 글에는 책임이 따른다. 시간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글 앞에 더 진지하게 서게 했다. 감정을 늘어놓는 대신, 제대로 된 문장을 쓰고 싶었다. 굳이 어려운 말을 쓰지 않아도, 그 문장 그대로 나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글을 쓰는 일은 결국 나를 드러내는 일이었다. 쓰는 동안, 나는 조금씩 다른 내가 되어가고 있었다. 쉽게 쓰지 않으려는 마음.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도, 더 깊이 닿는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글에는 한계도 함께한다는 걸 안다. 자아가 비대해질 수 있다는 점. 글이 비난을 받으면 내 세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점. 그걸 버틸 힘이 내게 있을까.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

일에서는 논리를 다루고, 글에서는 마음을 건넨다. 그렇게 내 안의 감각을 전부 깨워낸 시간이었다. 수업이 끝난 11월에는 한 해 중 가장 바쁜 업무까지 해냈다. 가진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낸 셈이었다. 한동안 계속된 몸살 기운 속에서도 글을 놓지 않았던 이유는 하나였다. 쓰는 순간의 나는 언제나 가장 솔직했고, 비로소 나로 존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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