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을 지키기 위해 쓰는 기록들
제주의 문우, 천안의 심지 티룸, 강릉의 시골책방 자몽, 춘천의 썸원스페이지숲. 이름만 떠올려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들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책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묘하게 안심이 된다는 것이다. 그 편안함이 무엇인지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오래도록 많은 감정과 생각을 거쳐 담백한 자리에 닿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공간을 꾸린다는 건 단순히 물리적인 장소를 마련하는 일이 아니다. 그 공간이 누군가에게 닿아, 편히 머물게 하는 힘이 된다.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흔들리지 않는 힘 말이다. 어쩌면 내가 그곳들을 특별히 아끼는 이유는, 나와는 다른 성향에 닿아 있는 이들에 대한 작은 동경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가볍게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위로나 안정이 필요한 이들이 내 곁을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누군가 멀리 떠나더라도 묵묵히 제자리에 서 있는 나무처럼. 지쳐 있는 누군가에게 말없이 그늘 한쪽 내어주는 나무처럼. 언젠가 조금이라도 그런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다면, 나의 공간에서 마음이 닮은 사람들을 맞이하고 싶은 작은 바람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