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마음을 내어주는 자리

느림을 지키기 위해 쓰는 기록들

by 별향

제주의 문우, 천안의 심지 티룸, 강릉의 시골책방 자몽, 춘천의 썸원스페이지숲. 이름만 떠올려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들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책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묘하게 안심이 된다는 것이다. 그 편안함이 무엇인지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오래도록 많은 감정과 생각을 거쳐 담백한 자리에 닿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공간을 꾸린다는 건 단순히 물리적인 장소를 마련하는 일이 아니다. 그 공간이 누군가에게 닿아, 편히 머물게 하는 힘이 된다.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흔들리지 않는 힘 말이다. 어쩌면 내가 그곳들을 특별히 아끼는 이유는, 나와는 다른 성향에 닿아 있는 이들에 대한 작은 동경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가볍게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위로나 안정이 필요한 이들이 내 곁을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누군가 멀리 떠나더라도 묵묵히 제자리에 서 있는 나무처럼. 지쳐 있는 누군가에게 말없이 그늘 한쪽 내어주는 나무처럼. 언젠가 조금이라도 그런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다면, 나의 공간에서 마음이 닮은 사람들을 맞이하고 싶은 작은 바람을 가져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04. 글쓰기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