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을 지키기 위해 쓰는 기록들
취향. 사전적 의미로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을 말한다. 내게 있어 취향이란 새로이 좋아하는 것이 생긴다기보다는 불필요한 선택을 이제는 하지 않게 되는 것에 가깝다. 가벼운 것들이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간 느낌. 기분을 달래주거나, 버텨주거나, 잠시 기대는 역할이 아니라, 지속적인 기준들을 가지는 것.
20대에는 주로 나의 취향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그만큼 실패도, 실수도 많았다. 이제는 많은 시도들이 조금 정리되어, 예전보다 시행착오가 줄어들었다.
소리를 키우지 않아도 충분한 것들을 좋아한다. 단정한 옷차림과 잔잔한 재즈, 불필요한 말이 없는 공간과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조도, 눈을 피로하게 하지 않는 채도의 색, 먼저 느껴지지 않고 나중에 남는 향과 높이지 않아도 전달되는 낮고 느린 어조. 그리고 쉽게 식지 않는 오래가는 감정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이 조용히 마음에 남는다.
좋아하는 것을 알려면, 나를 살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을 타자처럼 조심히 대하고 아끼는 일이 필요하다. 그것이 취향을 알아가는 출발점에 가깝다.
취향이 단단해진다는 것은 자신의 삶의 리듬과 속도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는 일과 닿아 있다. 취향에 대해 단단하게 말할 수 있으려면, 그것을 왜 좋아하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감각이 필요하다. 취향은 소수의 언어일 수도 있어, 반응이 없거나 가볍게 흘려질 가능성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취향은 타인의 반응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니까.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혹은 누군가와의 거리감을 가깝게 하기 위해 취향을 관계의 도구로 쓰지 않는 태도도 필요하다. 대화의 장식이나 친밀감을 증명하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 과시하지도, 숨기지도 않고 필요할 때만 정확히 말할 수 있는 상태. 그렇게 남겨진 취향은 상대를 끌어당기기보다, 나를 나로 남게 하는 쪽에 더 가깝다.
자신의 취향을 쌓아가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취향이 확고한 사람들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타인의 취향에 대해서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다. 기준이 나 자신에게 있기 때문에, 타인의 기준 또한 그 자리에 두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