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흉터

느림을 지키기 위해 쓰는 기록들

by 별향

출장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무심코 차문을 벌컥 열었는데 그만 문과 나 사이의 거리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문을 여는 반동 그대로 얼굴을 부딪쳤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고통이 좀 가라앉자 운전석에 앉았다. 그런데 이마 사이의 촉감이 이상하다. 거울을 보는데 맙소사 날카로운 부분에 이마가 찢어져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다친 부분이 얼굴이니, 성형외과에 가서 꿰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날은 공교롭게도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모두에게 들뜨는 즐거운 날일 테지만, 병원으로서는 연휴 전 수술을 마치려는 사람들로 제일 바쁜 시즌인 것이다. 여러 병원에 전화를 돌리고, 겨우 한군데에서 접합할 수 있다는 답을 받았다. 처치가 끝나자,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을 하나 했다. 바로 내 왼쪽 다리에 있는 흉터에 관한 이야기였다.


7살 때 아파트 아래층에서 작업 공간이 부족하다며, 우리 집에서 유리를 자르는 작업을 했었다. 부모님은 잠시 외출하시고, 사장님이 물을 좀 달라고 하셔서, 가져다드리는 길에 나는 그 유리에 크게 베이고 말았다. 그 뒤로 내 다리에는 꽤 큰 흉터가 남게 되었다. 엄마는 나를 데리고 여러 병원에 다니며, 흉터를 없앨 수 있는지 상담을 했었다. 그 당시의 의학 기술로서는 부족한 일이었는지 병원에서는 어렵다고 했었던 것 같다.

걱정하는 엄마와는 다르게 나는 이상하게 흉터에 대해 크게 마음을 두지 않았다. 잘 보이지 않는 위치였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릴 적에는 그것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해서였을지도 모른다. 외모에 한참 관심이 많았을 학창 시절에도, 나는 그저 흉터가 하나있다고 여겼다. 또래의 아이들에게 그 일로 놀림을 받았던 기억도 없다.


만약 내가 그 흉터를 의식하며 살았다면, 오랜 시간 그것에 붙들려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을 오래 머물게 하지 않자, 흉터는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나조차 알아채기 어려운 흔적이 되었다. 세월이 흐르며 그 자국은 점점 옅어졌고, 그 상처를 잊었다기보다는 굳이 이름 붙이지 않고 살아온 시간에 가까워졌다.

어쩌면 마음의 상처도 그러할지 모른다. 외부에서 가해진 어떤 고통이 크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상처로 남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같은 일을 겪고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통과한다. 누군가는 그것을 오래 붙들어 마음속에 간직하고, 누군가는 조심스레 지나쳐 보낸다. 또 누군가는 그 일이 스쳤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상처는 그 순간에는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는다. 당시에는 무사히 지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비로소 그것이 상처였음을 알아차리는 마음도 있다. 흉터는 그렇게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고통의 크기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아왔는지에 따라 남는 흔적. 그래서 흉터를 남긴다는 일은, 언제나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영역에 머문다.


다리의 흉터에 대해 받은 답변은 상처가 너무 오래되기도 했고, 부위가 넓어서 치료를 받아도 크게 의미가 없을 거라는 거였다. 의미가 없을 거라는 말은, 생각보다 담담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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