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을 지키기 위해 쓰는 기록들
친구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을 받았다. 안부를 나누고 통화를 마무리한 뒤, 친구의 한마디가 마음에 남았다. “나는 너가 참 부럽다. 자유롭기도 하고, 안정적인 기반을 가지고 있어서.”
친구는 나와 같은 대학을 졸업하고 중국으로 유학을 갔다. 그 뒤에는 통역업무를 하다가, 지금은 아이를 키우는 주부로 살고 있다. 우리가 꼬꼬마였던 중학생때부터 그녀를 알아온 이래, 그녀는 늘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연애든, 일이든, 어떤 선택에서든지. 나는 그녀와는 달리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성향을 가지고 있었으니, 내게 있어 그녀는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나라면 하지 못했을 선택들을 해내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그녀가 나를 부럽다고 말한다. 자유롭던 그녀에게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일상은 어쩌면 답답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한 사람을 키워낸다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니까.
혼자인 나와 가정을 꾸려가는 그녀. 누가 더 부럽다기보다는, 우리는 단지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비슷한 시절을 보냈지만 각자가 다른 방향으로 걸어왔고, 이제는 서로 다른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 말은 참 모호하다. 누군가는 결혼과 육아를 평범이라 하고, 누군가는 마음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어떤 기준을 세우는 순간 누군가는 그 기준에서 벗어나게 되고, 누군가는 억지로 그 기준에 맞추며 산다. 스스로는 평범해지고 싶지 않으면서도, 어떤 때는 너무 다른 길 위에 서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정답을 알 수 없는 삶 속에서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평범이 아닌 각자의 평범함으로 걷고 있을 뿐이다.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