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나를 찾아서
서른 살, 7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려는 순간, 나는 크나큰 벽에 부딪혔다.
그 벽의 이름은 '자기소개서'였다.
잦은 부서 이동, 밀리는 월급, 고객 불만으로 시작되는 하루. 나는 그저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없이 입사했던 첫 직장을 떠나려니, 나는 그 두 장의 종이 앞에서 멈춰 섰다.
'나는 누구인가?', '어떤 포지션으로, 어떤 직급으로 나를 소개해야 하는가?'
이 질문들 앞에서 나는 아무런 답을 찾지 못한 채 멍하니 앉아있었다.
7년 동안 쌓아온 경력이 있었지만, 정작 나 자신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역할로 증명할 수 있는 증명서도 없었고, 나를 탐구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서른이 되어 있었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일은 고통스러웠다. 그것은 끊임없이 나에게 물었다.
"진짜 너는 누구야? 그게 정말 너 맞아?"
하지만 그때는 당장 이직이 급했으므로, 날 뽑아줄 기업에서 원할 법한 글을 인터넷을 뒤져가며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갔다. 그렇게 하면 괜찮을 줄 알았다.
꿈은 잃은 지 오래였고, 오직 밀리지 않는 월급만이 필요했으니까.
역할로 사는 건 그다지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아이를 출산하기 전까지는. 그것도 장애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출산은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서른부터 마흔이 되기까지, 나는 끊임없는 자아탐구의 여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희쓰'라는 브랜드가 탄생했다.
이 글은 나의 혼란, 고민, 그리고 성장의 여정을 담고 있다.
빈 종이 앞에 선 그 날부터 시작된 나의 이야기.
이제 그 여정을 풀어놓으려 한다. 이 글은 나의 자기소개서이자, 마흔에 쓰는 나를 위한 나의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