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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으로 일하지 말자, 감각적으로 일하자"

by 라이프파인

의도적이든 아니든, 아프리카, 특히 르완다에서 일하며 이 사람들 특유의 과장된 또는 낙천적인 언행을 마주치곤 합니다.

제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물건값에 '외국인 가격'이 붙이는 일은 매우 흔합니다. 집이나 차를 구할 때는 물론, 옷이나 기념품 같은 소소한 것을 살 때조차 이러한 경험을 하곤 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이런 상황은 더욱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현지 직원을 채용할 때면, 많은 지원자가 자신의 경험을 부풀려 이야기하거나, 실제 역량보다 2~3배 높은 임금을 요구하며 무조건 "할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현지 협력업체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약에 명시된 업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감일이 다가올 때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간 점검 때마다 "문제없다(No problem)!"는 답변을 듣지만, 정작 마감일이 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기 일쑤입니다.

장기간 지원에 익숙해진 수혜자들은 도움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파트너 기관에 재정 보고서를 요청했더니, 수기로 작성된 장부 몇 장을 휴대폰으로 찍어 보내온 일도 있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오다 결국 펑 폭발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특정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보다, 시스템의 문제 혹은 문화적 차이로 바라보면 어떨까 합니다. 감정을 배제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뒤, 실질적인 문제라고 판단되면 그에 맞는 개선안을 제안하는 '감각'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저는 이런 경험들을 통해 저만의 업무 원칙을 세워나가고 있습니다.

첫째, 채용 과정에서 검증 시스템을 강화했습니다. 이제는 반드시 지원자의 이전 직장이나 관계자를 통해 평판 조회를 진행합니다. 또한, 1~3개월의 인턴십 기간을 두어 실제 업무 역량을 검증하고,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하는 지원자는 처음부터 채용하지 않습니다.

둘째, 협력기관과는 명확한 보고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계약서에 구체적인 업무 범위와 중간 보고 의무를 명시하고, 이를 상위 기관의 확인(인증)까지 받음으로써 계약 위반의 소지를 없앴습니다. 이제는 "문제없다"는 말 대신, 정기적인 보고서로 진행 상황을 확인합니다.

셋째, 수혜자에게는 '책임감'을 부여했습니다. 지원에 앞서 기초선 조사를 통해 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물자나 교육이 무엇인지 파악합니다. 지원 후에는 개선 사항이나 추가 필요 물품에 대해 수혜자 스스로 일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여, 이들이 자립의 주체가 되도록 돕고 있습니다.

넷째, 파트너 기관의 재정 투명성을 확보했습니다. 모든 재정 보고는 반드시 르완다 상위 기관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하여, 잠재적인 횡령이나 사기를 예방하고 기관이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이처럼 매일 부딪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감정이 아닌 '감각'과 '이론'을 바탕으로 일하고자 노력하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느낍니다. 상황을 더욱 현명하게 다루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자신만의 '감각'으로 일하고 계신가요? 함께 고민하며 성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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