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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파인 Jun 25. 2024

르완다로 여행 오실래요? (4부. 생활 단/장점)

광야를 걷는 시간, 인생을 배우다.

2021년 여름, 우리 (특별히 나) 가족은 뭔가에 홀리듯 아니면 이끌리듯 아프리카 르완다에 오게 되었다. 나는 비영리기관에 근무하다 보니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는 막연한 바람으로 왔지만, 나의 아내나 당시 만 2세 아들은 아무런 불만 없이 나를 따라오게 되었다.


그렇게 르완다에서 농업분야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한국생활을 정리하고 왔다. 나에게는 꼭 필요한 경험이라, 완벽한 기회라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 자체에는 변함없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삶이 계속될수록 나의 열정을 꺾이게 만드는 사건, 사고와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가끔 오는 현타는 이곳에서의 생활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치안 문제나 안전사고 등은 우리가 먼저 조심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무슨 소용 있으랴. (예전 글에서 사무실에 도둑이 들었거나, 이곳 사람들과 가격협상 실랑이하는 글을 올렸다)


르완다 수도 키갈리는 다른 여타 아프리카, 심지어는 한국의 어느 동네보다도 깨끗하고 질서 정연하다. 출장과 여행 등으로 개발도상국, 선진국 등 20여 개국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도로를 쓸고 닦는 나라는 르완다밖에 없는 것 같다. (뭐, 그래도 지방지역이나 조금 외곽지는 쓰레기 많다..)


하지만, 이러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인프라 시스템은 여전히 한계가 있다. 예전보다야 덜 하지만, 정전이 되거나 물이 끊기거나 인터넷이 안 되는 문제는 일상적인 생활에 불편함을 준다.


교통은 또 다른 장애 요인이다. 키갈리의 도로는 잘 관리되어 있지만 수도 밖으로 여행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지방 지역으로 가는 길은 도로가 파여있거나 비포장도로 거나 길이 유실된 지역도 많다. 믿을 수 있는 대중교통이 부족한 것이 여행자에게는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여행을 가기 위해 비싼 렌트차량을 이용하거나 몸이 고생하더라도 버스를 이용한다. 때로는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잡지만, 거리상으로는 10분 거리인 곳을 가기 위해 1만 원 이상 지출하거나, 택시기사와 영어로 소통이 되지 않아 손짓발짓, 온갖 바디랭귀지를 섞어 가며 대화하다 보면, 도착할 즈음 진이 빠져있다.


의료 서비스는 최근 나에게 가장 큰 좌절을 맛보게 하였다. 갑작스럽게 아이가 고열에 시달렸다. 약 4일 정도 열이 40도를 계속 오르내리고, 약을 먹어도 큰 호전이 없었다. 일주일간 밤을 새우다시피 아이의 병간호를 하니,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가 이곳에서의 삶의 짬밥? 이 꽤 늘었다는 것. 아내는 준 약사가 되어, 아이에게 필요한 약이 무엇인지 꽤나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의사가 아니니, 고열 이틀 차쯤에 (그나마 한국인과 외국인에게 유명한) 종합병원 소아과에 갔다. 하지만 역시나 의료 서비스는 기대하지 말았어야 했다. 소아 전문의인 줄 알았던 사람은 그냥 일반 가정의학 정도의 수준으로 우리가 얘기하는 증상에 대해서만 답을 주는 수준이었고, 안내가 없어서 약 1시간 반 정도를 내리 기다려야만 했다. (누군가는 그곳에서 피를 뽑을 때 간호사가 위생장갑을 교체하지 않았고, 그 장갑으로 쓰레기를 주운 다음에 환자를 봤다고도 한다.) 의료 장비도, 의료 인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들은 많다 보니 이러한 불편함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듯하다. 이 과정을 지나 약국에서 약을 받았는데, 아내가 이미 준비한 약과 심지어 약 복용량까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을 보며, 엄마의 대단함을 느꼈다.


아이의 교육도 고민되는 지점이다. 점점 아이가 성장하며 올바른 교육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곳에도 국제학교가 있지만 (비용이 비싸다) 그럼에도 교육이 한국인이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돈이 있다면, 또는 돈이 없어도 사교육을 통해 아이를 가르칠 수 있지만, 여기는 부모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아이를 '직접' 가르쳐야 한다. 또는 요즘에는 코로나 이후 온라인 교육이 조금 더 잘 되어있어서 이를 활용하는 부모들도 많다고 한다.


특별히 내가 일하는 지역은 농촌 지역이고 대부분 취약계층들이다 보니 문화적인 차이를 느낄 때가 많다. 같은 나라, 같은 문화권에 살았던 부부조차도 서로 이해 안 될 때가 있는데, 아예 다른 나라, 아예 다른 문화, 언어, 사고방식을 갖고 30년 이상을 살아온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사회적 규범, 소통방식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또는 회피하는 문화는 정말 겪을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다.


문제를 나열하다 보면, 정말 끝도 없는 문제의 연속이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르완다 생활 4년 차다.


내가 대단해서? 남보다 참을성이 많아서? 책임감 때문에? 종교적인 신념 때문에? 한국에 가봤자 할 일 없어서? 뭐, 아니라고 할 수도.. 그렇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내가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있고, 여기에 왔던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흘러왔던 것처럼 이곳에서 나갈 때도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 같다.


한국에서보다 더, 내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고, 내 일에 집중할 수 있고, 불편함이 있지만 이 불편함을 통해 감사함을 배울 수 있고, 문제가 해결될 때 희열이 있고, 작은 것에도 만족할 수 있다.


어느 곳에든 단점이 있고 장점이 있다. 그리고 어느 곳에든 단점만 보는 사람이 있고 장점을 보는 사람이 있다. 주어진 상황을 부정하기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함을 찾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나의 장점은
내가 생각보다 회복력과 적응력이 빠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때로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런들 지금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담대히 그 상황을 받아들이면, 또 어느 시점에서 해결되거나 심지어 그 일이 발생하지 않을 때도 있다. (아, 솔직히 염려되는 일이 실제로 발생하는 일도 잦다)


지금도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낙심되고 좌절되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내 글이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길 바란다.


우리 모두 너무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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