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아들과 함께 아프리카에 사는 것은 한국에서 겪을 수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도전과 그에 따른 보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키즈카페, 놀이터, 박물관 같은 시설은 여기에서는 거의 없습니다. 장난감 가게도 드물고, 몇 군데 있는 가게도 저품질의 장난감을 한국보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팔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놀이 시간을 더 창의적으로 보내야 합니다.
이런 부족함 때문인지, 아들은 노는 시간이면 새로운 게임과 활동을 만들어냅니다. (이 과정에서 '심심해' '재미없어'는 정말 입에 달고 삽니다만..)
한국에서 아이들이 보통 어떻게 노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이곳에서는 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아들에게 가장 큰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모든 장난감이 소중한 보물이 되어, 우리는 같은 게임이라 할지라도 다양한 조건과 상황에서 즐깁니다. (하지만 항상 저는 악당, 아들은 히어로인 규칙은 결코 변하지 않지요)
저와 노는 게 조금 식상해졌을 때, 아들은 색종이, 풀, 스카치테이프를 활용해 멋진 모자, 방패, 칼을 만듭니다. 가끔은 다 쓴 이면지를 이어 붙이고 잘라 긴 망토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수제 장난감들이 그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집에서 20분 떨어진 곳에 승마체험, 양궁, 집라인(Zipline)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종종 갑니다. 자연에 둘러싸여 말을 타는 아들을 보면, 이곳의 평안함과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합니다.
최근에 아내와 아들은 메뚜기를 잡아 자연 관찰 놀이를 했습니다. 운 좋게도 그 상황에서 메뚜기 한 마리가 탈피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조금만 놀다가 풀어주려고 했지만, 채집통에서 나오지 않아서 잎을 넣어주었더니 메뚜기가 정말 엄청나게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하루동안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 죽었나 싶었는데, 다음 날 탈피를 시작해서 성충이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관찰을 하고 탐험을 하는 과정이 아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지금도 메뚜기 관련 책을 보면 그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아프리카, 특히 르완다에서의 생활은 모든 작은 것들의 가치를 깨닫게 해 줍니다. 물자는 귀중하고 작은 것들에도 감사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의 보람이 있습니다. 우리 아들은 이러한 상황에 놀랍도록 잘 적응하고, '작은 탐험'을 통해 기쁨을 찾고 세상을 배웁니다.
이 경험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었습니다. 작은 것에 만족하는 법,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가지려 하고 있는지,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이러한 반성은 단지 물질적인 소유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삶과 양육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에 대한 것입니다.
결국, 아프리카에서 아들을 키우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모험입니다. 우리는 더 창의적이 되어야 했고, 단순함의 가치를 알아야 했으며, 작은 것들에서 기쁨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우리 아들은 세상을 깊이 있게 배우고 있으며, 부모인 우리는 그와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여정은 아이들의 회복력과 부모의 사랑과 창의력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