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아들을 키우면서 아빠 생각이 많이 난다.
아들이 2살 때 르완다에 왔기 때문에, 아빠는 손주 녀석의 귀여운 행동을 직접 보지 못했다.
아들 녀석이 열심히 일하겠다고 아프리카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나라에 간다고 할 때, 아빠는 그러라고 했다.
'네가 원하면 해야지'
이제 타지생활한 지 4년쯤 되니, 아빠도 엄마도 슬슬 말한다.
'이제 좀 들어오지?'
내가 아빠가 되어보니, 내 아들도 이렇게 나를 떠나 살겠구나 싶을 때가 있다.
아직 5살밖에 안된 꼬맹이가 벌써부터 자기 계획, 자기 생각이 다 있다.
아빠가 해줄게라는 말을 정말 싫어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필요하면 '아빠 해줘'라고 할 거면서...)
몇 년째, 부모와 떨어져 살면서 가족의 소중함과 효도를 저절로 깨닫게 된다.
부모라는 존재가 정말 공기 같을 때가 있다. 당연히 있으니, 당연한 사랑이니 그것에 감사하기 어렵기도 하다.
언제 한 번 아들이 학교에서 조금 속상한 일이 있었다.
같은 반 아이와 작은 트러블이 있었는데, 정말 사소한 일이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20년 전쯤, 나도 학교에서 작은 이슈가 있었다. 그때, 아빠와 엄마는 그냥 나를 믿어줬다.
'기죽지 말라'고 '네가 맞다'고 해줬던 그 말들이 지금까지 나를 붙잡아 주고 용기를 준다.
아이가 커가면서, 어깨로 쏟아지는 '책임감'의 무게가 조금씩 더 무거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아빠가 생각난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정말 소중한 존재이다.
내가 나를 볼 때는 그 빛이 안 보이지만, 그 빛을 반사시켜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분명 우리 곁에 존재한다.
아들 사진을 보며, 아빠를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