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의 승자는 누구인가?
2주간 우리를 즐겁게 했던 월드컵이 적어도 우리에게는 끝났다. 조별 예선을 넘었고, 16강에서 멈췄다. 한국 축구의 16강 진출을 놓고 말들이 많았다. 돌이켜보면 목소리가 컸던 이들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이길 것이라는 예측을 했던 집단이다. 이번 월드컵 승부를 예측했던 그룹들을 살펴본다.
축구 전문가들이나 스포츠 베팅업체들은 나름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예측치나 배당률을 낸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그래서 지극히 보수적이고 확률적인 분석에 의존한다. 매체들은 그동안의 데이터를 AI를 활용해 분석하고 그 결과를 수치화한다.
예를 들면, 월드컵이 시작되기 한참 전 영국의 베팅업체 윌리엄 힐은 H조의 16강 진출국에 대해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 한국 순의 배당률을 걸었다. 즉, 1위를 할 것 같은 팀에 1달러를 걸었을 때 받을 수 있는 배당금이 적은 순으로 1위 가능성이 높은 셈인데, 예측치는 이랬다.
1. 포르투갈 : 1.53달러
2. 우루과이 : 3.75달러
3. 가나 : 8달러
4. 한국 : 13달러
(출처 : 윌리엄 힐)
일단 저명한 베팅업체라도 승부 예측은 빗나간 셈이다. 전문가 데이터로 볼 때 예측이 많이 빗나간 이번 월드컵을 이변이 속출했다고 언론들은 표현했다. 하지만, 틀린 표현이다. abnormal이 normal이 되는 ‘뉴노멀(new-normal)’ 세상에서 우리 생각을 벗어나면 '이변'이라고 표현하고, '이변'이 계속되면 먼훗날 '이변'이 '정상'이 되기도 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 비유가 적절할 지 모르지만 코로나가 그렇다. 어떤 누구의 예측도 모두 빗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단지 결과론이며, 끼워맞추기식 해석일 뿐이다.
미국 ESPN은 한국의 2승 1무 16강 진출을 예측했다. 결과는 맞았지만 승패는 완전히 다르다. 우루과이 1-0, 가나 1-0 승리에 포르투갈 0-0을 예측했지만, 우리는 무(0-0) 패(2-3) 승(2-1)이었다. 결과는 맞았지만 과연 예측이 맞았다고 볼 수 있을까?
영국의 크리스 서튼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90년대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당시 소속팀의 우승을 이끈 득점왕 출신의 영국 축구의 전설적인 선수이다. 현재 영국 BBC 해설위원 등 영국 방송 등에서 축구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데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주목받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일본이 독일을 상대로 이길 것이라고 예측했고, 우리나라와 우루과이의 무승부도 예측했다. H조의 16강 진출국 역시 포르투갈과 우리나라를 꼽았고, 우루과이, 가나는 탈락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맞았다.
(* 일본과 크로아티아, 한국과 브라질의 16강전이 시작되기 전 서튼은 일본의 8강 진출과 브라질의 2대 0 승리를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1대 1에 이은 승부차기에서 크로아티아에 패했고, 우리는 브라질에 4대 1로 패했다.)
새삼 주목받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벤투 사주, #손흥민 사주 등을 넣어보면 이를 토대로 한국의 월드컵 성적을 예측한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한 역술인은 한국의 조별리그 성적을 무승부와 패배, 승리의 순서까지 맞췄다. 그 판단은 벤투 감독의 생년월일 사주를 넣어서 예측한 것이라고 한다. 이 역술인은 한국의 월드컵 최종 성적에 대해서는 16강을 넘어선다고 예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과학을 이긴 동양철학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인공지능 AI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 것을 감독의 사주로 정확하게 맞췄다는 것도 흥미롭게 보인다. 운 좋은 사람은 절대 못 이긴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 이 또한 맞게 된다면 이른바 사람들이 말하는 ‘성지순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결론적으로 8강 진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독일 해양생물박물관에 있었던 '점쟁이 문어' Paul(독일에선 파울, 영어권에서 폴)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전후 많은 승부를 정확하게 예측했다. 당시 문어가 예측했던 승부를 전문가들이 틀렸을 때 문어보다도 못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Paul이 죽고 난 이후 지금은 그 정도의 예측력을 보이는 문어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Paul은 죽었지만 축구 경기 결과를 잘 예측하는 전문가들에게는 ‘문어’라는 일종의 왕관을 언론들은 씌워주고 있다. 예를 들면 ‘문어’ 이영표 이런 식이다.
(* 우리나라와 일본, 동남아 등 많은 나라에서 문어를 식용으로 먹고 있지만, 넷플릭스 <나의 문어 선생님>을 보거나, 문어가 연체동물 가운데 장기 기억과 단기 기억을 갖춘 복잡한 뇌를 가졌다는 걸 알게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낚시를 하면 놓아준 물고기가 다시 미끼를 무는 경우도 있지만, 문어는 시행착오를 통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고 한다. 문어는 머리가 좋다. 우리 조상들은 이미 그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문어를 ‘글월 문’에 ‘물고기 어’로 쓴 점이나 문어의 먹물은 옛사람들이 붓으로 글을 쓸 때 사용했던 먹물을 연상시킨다.)
이번 월드컵의 예측 승자는 누구인가? 베팅업체일까? 전문가 그룹일까? 모두가 틀리고 있을 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는 또 맞추고 있을까? 아니면 지구 어느 곳에서 또 다른 문어가 결과를 하나씩 맞추고 있을까? 아직은 모른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맞춰서 살아남은 예측론자들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예측하고 맞추고, 틀리고, 또 예측하기를 반복한다. 왜 그럴까?
PS. 지금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어디선가 누군가가 나타나 자신(개인, 기업 등)이 이 모든 결과를 예측했다며 월드컵 이전에 예측했음을 증명하는 증빙자료를 첨부해서 나타날지 모른다.
(to be continued... "왜 예측하고 틀리기를 반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