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예측으로 본 우리의 '뇌피셜' 읽기
대학 다닐 때 심리학을 좋아했다. 심리학이 그리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라 그랬다. 월드컵 승부 예측과 관련해서 관련된 몇 개만 꼽아본다.
도박에서 이기거나 질 확률은 언제나 같다. 즉 50대 50이다. 이전 게임 결과는 다음 게임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항상 같은 확률이다. 사람의 심리가 그렇지 않다. 짝수가 계속 나오면 이번에는 홀수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계속해서 졌다면 “이번에는 한번 이길 때가 됐다”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각 게임 간의 관련성은 0%이다.
→ 2002년 월드컵 예선에서 포르투갈을 이겼으니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이긴 것은 당연할걸까? 16강 브라질에게 그동안 한 번도 못 이겼으니 이번에는 한번 이길 때가 된다고 생각하는 뇌피셜은 맞는 판단인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동안 사건이 일어날 개연성인 확률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세상의 일들은 일어나지 않거나(확률 0%) 발생하거나(확률 100%)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가능성은 0과 1사이의 무수히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위험을 줄이고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기 위해 확률에 의존해 선택해야 하지만 우리 심리는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만약, 비행기 사고가 났을 때 애써 예약했던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자동차를 타야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된다. 그러나 통상적인 사고 확률은 자동차가 훨씬 높다. 역설적으로 비행기 사고가 연달아 날 확률은 오히려 더 희박하다.
→ 한국 축구는 전통적으로 유럽 나라들에 대해서는 강했지만, 남미에는 유독 약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역대 결과였다. 이번 월드컵 우리는 브라질에 4대 1로 패했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선 아르헨티나에 4대 1로 패했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선 멕시코에 2대 1로 패했다. 확률적으로 우리나라는 남미 축구에 이길 가능성이 낮다. 왜냐하면 남미에는 축구 강국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시험을 잘 보거나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나, 갑자기 나쁜 성적을 거두거나 평소에 비해 시험을 못 본 사람도 계속 보다 보면 결국은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된다. 즉, 평균에 근접하게 된다. 통계적으로 좋은 결과나 나쁜 결과를 이후 다음 테스트에서는 평균에 가까운 성적을 올릴 가능성이 높지만, 다음에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믿는 현상이다.
→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4강에 진출하면서 축구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개최국 이점(톱시드 배정)에 다른 여러 요인이 복합됐지만, 그걸 우리 축구 실력이 발전한 것으로 판단하면 오류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 월드컵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결과를 놓고 이변에 이변 속출, 아시아 약진 등으로 언론들은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16강이 끝난 지금 남은 팀은 대부분 증명된 절대강자들이다. 이변은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은 평균으로 회귀로 볼 수 있다.
AI(인공지능) 시대인 지금 사람도 그렇지만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GIGO 즉, ‘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 이 말은 인공지능에 입력되는 데이터가 불완전하거나 편향된 경우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표출할 결과는 더 편향되고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미국 대통령실은 이렇게도 경고했다. 인공지능에 잘못되거나 불완전, 부정확한 정보, 오래된 내용이나 특정 집단 편향 정보 등이 입력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잘못된 정보값을 입력하고 희망회로를 돌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희망회로의 메커니즘은 대충 이렇다.
희망회로를 돌리다
= 뇌피셜
= 뇌 + official
= 내 머릿속에서만 공식 입장이나 사실
= 결국 나만의 생각
이에 대해서는 이런 이론들로 설명할 수도 있다.
정보가 많을수록 더 나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정보가 많다고 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데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정보에 국한한다. 하지만, 내가 취득하는 정보가 좋은 정보인지 알 수는 없다. 틀린 정보(garbage in)가 계속해서 유입된다면 그만큼 잘못된 결정(garbage out)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조금 다른 의미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 있다. 이건 내가 한쪽으로 치우친 정보만을 계속 습득하는 것이다. 자신은 잘 모르지만 내 생각에 맞거나 비슷한 정보만 계속 선호하게 되고, 내 판단은 더욱 틀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요즘 넷플릭스나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확증 편향’을 가져올 수 있는 비타민이나 다름없다. 특히 '좋아요' 같은 나의 선호를 입력하며 콘텐츠 보기를 계속하면 그들의 알고리즘은 콘텐츠 편식을 강요한다. 이를 막으려면 전문가들은 로그아웃을 하고 저장된 나의 선호 데이터를 끊임없이 지울 것을 추천한다.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도 내가 흥미를 가진 얘기에 대해서는 귀가 솔깃하다. 또 잘 들린다. 그렇게 집중할 수 있다. 이처럼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의미 있는 정보만을 취사선택해서 받아들이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판단이나 결과는 정확한 결과치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음식도 그렇지만 뇌에 주입되는 정보도 먹고 싶은 것만 먹어서는 안 된다.
PS. 그렇게 우리의 월드컵은 끝났다. 하지만 난 희망회로를 돌린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2026년 월드컵은 북미 3개국 개최에 48개국이 출전한다고 한다. 그만큼 출전은 쉽겠지만 동시에 본선인 16강 진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도 상대국이 결정되면 과거 결과를 토대로 승부를 예측할 것이다. 조추첨 결과를 보고 또 '죽음의 조'를 예측할 것이다. 다른 나라를 얘기할 때는 과거 결과에 따라 대진운이 나쁘다고 하고, 우리 나라에 대해서는 좋은 면을 부각해서 '한번 해볼만 하다'고 얘기할 것이다. 그렇게 나의 뇌피셜, 우리의 뇌피셜은 가동된다. 다음엔 우리의 대진운이 좋았으면 한다...
#16강은 좋았지만 #삼바축구는 싫다 #브라질은 결승에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