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결심이 작심삼일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보통 한 해가 끝나가는 12월이 되면 새해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에는 고가의 다이어리를 사서 형형색색의 볼펜이나 형광펜으로 새해 결심을 쓰기도 했는데, 요즘은 디지털 어플에게 그 자리를 대부분 빼앗긴 듯하다. 계획은 잘 지켜지지 않은 까닭에 쓰고 지우고 고치는 과정을 반복하기 마련이다. 디지털로 깔끔하게 정리해 나만이 혼자 볼 수도 있지만, 책상 앞 달력이나 가족들이 잘 볼 수 있는 공간에 표시해두고 일종의 압박도 느끼며 자신을 채찍질하는 맛이 있어야 더 잘 지켜지는 기분이 드는 것은 나만 그럴까?
새해 결심에는 사람들마다 공통점이 있다.
첫째, 내용이 비슷하다. 남녀노소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있다. 금연 결심, 운동 결심, 다이어트, 무언가를 배우기… 사람들마다 새해 결심에 공통분모가 있다는 건 그만큼 지키기는 어렵지만 성공만 하면 그 희열은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을 만큼 어려운 습관들이라는 얘기다.
둘째, 그 출발점이다. 언제나 시작은 1월 1일… 위기는 대부분 사나흘 뒤에 온다. 결심을 했으면 과감하게 지켜야 하는데, 실패한 사람들은 믿는 구석은 있다. 보통 한두 달 안에 다가오는 음력설. 이번에 실패해도 설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한번 더 기회를 주기도 한다.
그렇게 새해 결심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우리의 본능을 구속하고, 또다시 내년 결심으로 다가올 것을 기약하며 사라진다. 다이어리는 항상 1월이 빼곡하고, 2월은 조금 빈틈이 보이고, 3월까지는 그래도 버티는데, 4월 이후가 되면 빈종이가 대부분이다. 영어, 수학 참고서의 1장과 어찌 그리도 닮아있을까....
과학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주역으로 보면 아주 재미있는 단서를 찾아볼 수 있다. 지금부터는 학문적인 이론도 배경도 없는 얘기이지만 한편으로는 설득력 있는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새해 결심은 왜 실패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1월 1일을 기점으로 행동을 바꾸기 때문이다. 새로운 달력의 시작, 새해의 시작, 뭔가를 끝내고 시작하기에 너무도 깔끔한 첫날이지만, 사실 1월 1일은 하루 전인 12월 31일과 쌍둥이나 다름없다. 결국 1월 1일에 맞춰 나의 행동을 변화시키려고 하면 환경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주역 64괘에는 1년 12달을 상징하는 괘상이 있다. 십이소식괘라고 하는데 말은 어렵지만 내용은 간단하다. 이해하기 쉽게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주역은 1년을 양과 음의 기운이 서로 순환하는 것으로 본다. 하루에도 낮과 밤이 있듯이 1달, 1년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12달 가운데 가장 양의 기운이 크고 센 달은 몇 월일까? 주역의 괘를 모르는 사람도 양(──)과 음(─ ─)의 개수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원리만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양의 기운하니 태양을 뜻하는 것 같고 태양은 한 여름에 가장 뜨겁고 더우니 왠지 7~8월쯤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반대로 음의 기운이 가장 큰 달은 한겨울 동지쯤 될 것도 같다. 비슷하기는 하지만 정확히 얘기하면 아니다.
양의 기운이 가장 센 달은 6개의 효가 모두 양으로만 이뤄져 있는 4월이다. 주역에서 얘기하는 달은 모두 음력이다. 4월은 ‘중천건’으로 모두 양으로만 이뤄져 있다. 양효가 6개이므로 양의 기운이 가장 세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음의 기운이 가장 센 달은 10월이다. ‘중지곤’은 음효 6개만으로 이뤄진 달이 된다.
이제 4월과 10월을 기준으로 보고 4월부터 양을 하나씩 늘리고, 10월부터 음을 하나씩 늘려보면 1년 12달이 모두 나온다. 모두 양에서 음의 기운이 싹트기 시작하는 5월은 ‘천풍구’ 음이 2개가 된 6월은 ‘천산둔’ 음이 3개가 되어 음과 양이 균형을 맞춘 7월은 ‘천지비’, 음이 4개가 된 8월은 ‘풍지관’ 음이 5개가 된 9월은 ‘산지박’ 그리고 모두 음으로 바뀐 10월은 ‘중지곤’이다.
반대로 음의 기운이 가장 센 달은 10월이다. 10월 ‘중지곤’에서 양의 기운이 맨 밑에 하나 싹튼 것이 11월 ‘지뢰복’ 양이 2개가 된 것이 12월 ‘지택림’ 양이 3개가 되어 양과 음이 균형을 맞춘 것이 1월 ‘지천태’ 양이 4개가 된 것이 2월 ‘뇌천대장’ 양이 5개가 되면 3월 ‘택천쾌’ 모두 양으로 바뀌면 4월 ‘중천건’이 된다.
7월 ‘천지비’와 1월 ‘지천태’는 모두 양과 음이 각각 3개씩으로 균형을 맞춰 같은 것으로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1월은 음이 줄어들고 양이 늘어가는 균형이지만, 7월은 양은 줄어들고 음이 늘어나는 균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월은 양장음소라고 하고 7월은 음장양소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 국기인 태극기의 태극 모양을 생각하면 가장 이해가 쉽다. 양의 기운이 시작됨과 동시에 음의 기운은 그만큼을 빼앗기며, 양의 기운이 줄어들때 음의 기운은 그만큼 늘어난다.
기운이 가장 센 것과 실제로 그 현상이 밖으로 가장 크게 표출되는 것은 다르다. 우리 눈으로 인식하기 전에 이미 기운이 가장 충만하다는 얘기다.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면 역설적으로 그 기운은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주역의 핵심 원리가 바로 그것이다.
무슨 일을 하려고 하면 힘이 있어야 한다. 에너지를 뜻하는 힘은 양에서 나온다. 힘있게 치고 나가려면 에너지인 양이 음을 이겨야 한다. 양의 시작은 한 겨울인 11월부터지만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때는 음의 기운을 물리치고 절반을 넘어서는 1월이 된다. 말하자면 자동차의 가속 페달을 밟아 본격적으로 가속이 붙기 시작하는 순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때는 언제일까? 달력(양력)으로 본다면 2월을 넘어 3월쯤이 된다. 위의 표를 보면 1월은 양과 음이 같아 팽팽하다.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2월부터는 양이 절반을 넘어서 치고 올라간다. 결론적으로 새해 결심은 음력 2월 이후가 추진력있게 실천할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양력으로는 보통 3월 중순 이후가 되는데, 24절기를 참고하면 된다(24절기는 양력). 24절기의 춘분이 3월 20일(21일)이다. 춘분을 기점으로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지금부터 생긴 양의 가속력은 꽤 오랫동안 계속된다. 적어도 7월 이후까지는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우리에게 익숙한 달력상 날짜로 보면 결실의 계절인 10월쯤까지는 양의 기운이 힘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그 이후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계절이 아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엔진을 식혀야 할 시기다. 결실을 맺고 뒤를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음의 기운이 강해질 때는 멈춰야 할 시기다. 주역 64괘를 보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운의 흐름만큼이나 중단하고 멈춰야 할 시기가 꽤나 많다. 하나씩 예를 들겠지만 그 시기는 인내와 연마, 교육과 휴식, 잠복과 불통, 겸손과 관망, 죽음과 위기, 회피 등이 필요한 순간이다. 이 시기에 얼마만큼 음의 기운을 받아 힘을 축적하는지 여부가 다음 출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멈추는 것은 가는 것만큼 중요하다. 무언가 계획을 세우는 것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의 변화를 주는 일이다. 행동이나 습관을 바꾸려면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다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의지력이 부족한 탓만 할 필요가 없다.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에필로그.
새해 결심을 꼭 1월 1일에 세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난 환경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다는 의지력을 가지고 있다면 1년 어느 때라도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다. 하지만, 해마다 새해 계획을 세우고 실패하는 작심삼일 증후군을 탈피하고 싶다면 주역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주역은 언제 가고(go), 언제 서야(stop)할 지에 대해서 내가 참고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준다. 직접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지만 비유와 상징은 무릎을 딱 칠만큼 절묘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