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마음이 평화로운 이유
여느 때와 다름없는 주말이 다 지나가고 있다. 걷기를 좋아하는 나는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어디든 걷지만, 요즘엔 좀 더 목적의식을 가지고, 집중해서 걷고 있다. 5월에 50킬로미터 걷기를 하기 때문이다. 50킬로미터 걷기를 하는 것은 선배 변호사님의 권유로 옥스팜 트레일 워커에 도전하기 위함이다.
옥스팜(Oxfam)은 영국의 국제구호단체로, 1942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식량과 식수지원, 위생지원 등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옥스팜 트레일 워커(Oxfam Trailwalker)는 50킬로미터(100킬로미터 도전도 있지만 우리 팀은 50킬로미터 도전이다)를 4인 1조가 20시간 내에 50킬로미터(혹은 38시간 내에 100킬로미터)를 완주하는 도전형식의 기부프로젝트이다. 트레일워커에 도전하는 팀은 50킬로미터(혹은 100킬로미터) 완주 도전을 목표로 내걸고 기부펀딩을 한다. 기부펀딩은 팀별로 주변 지인들로부터 완주를 응원받으며 함께 가난을 없애자는 의미로 지인들이 자발적으로 기부에 동참하는 것이다. 참가자들의 기부펀딩으로 모아진 후원금은 100% 전 세계의 가난한 이웃들을 돕는 옥스팜 활동에 사용된다. 옥스팜 트레일 워커 기부펀딩을 통해 지금까지 2억 달러(한화 2300억 원) 이상의 후원금을 모았다고 한다.
5월 옥스팜 트레일 워커 50킬로미터 완주 도전을 위해 2주에 한 번씩 모여서 훈련을 하고 있다. 첫 번째는 눈 쌓인 안산(독립문 근처)을 돌았고, 두 번째는 남한산성 한 바퀴 돌기, 세 번째는 한양도성 한 바퀴 돌기, 어제 네 번째는 구파발-형제봉입구(-나를 포함한 일부는 경복궁까지 걸었다) 북한산 둘레길 걷기를 하였다. 산길 혹은 도로길을 걷고, 꽃과 나무를 보고, 아침 혹은 점심을 먹고, 커피 혹은 간식을 먹고, 같이 도전하는 팀원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보냈다. 몸도 마음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아이들과 남산 벚꽃나들이를 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데리고 나들이를 많이 했는데, 아이들이 다 크니 가족이 함께 다니는 시간이 별로 없어졌다. 각자의 일정이 바쁘고, 각자의 일상을 존중하여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는 하는데, 그렇더라도 함께 보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가급적 저녁은 함께 먹고, 주말에는 근처에 사시는 부모님과 아이들 모두 함께 아침을 먹는다. 오늘도 안 가겠다고 하는 녀석들을 억지로 꼬셔서 데리고 나왔다. 서울은 지난 금요일(4월 3일)부터 벚꽃이 한창이었다. 오늘도 역시나 각지에서 몰려온 상춘객으로 남산공원이 사람들로 가득했다. 남측 순환로를 따라 줄지어 피어있는 벚꽃들을 보며 중간중간 사진도 찍으며 천천히 남산을 올랐다.
남산의 북측 순환로도 벚꽃이 볼 만하여 그쪽으로 한 바퀴 돌자고 제안하였지만, 애들한테 바로 까였다. 고집부릴 필요는 전혀 없었고, 그래도 좋았다. 남산타워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내려와 점심도 밖에서 먹었다. 집으로 돌아와 함께 밀린 빨래를 돌리고(또 널고), 밀린 설거지도 하고, 집안을 정리하였다. 그러고 나니 급 피곤이 몰려왔다. 어제 4만 보쯤 걷고, 오늘도 1만 5 천보쯤 걸었으니 어쩌면 피곤한 게 당연했다. 몸은 피곤하였지만 마음은 평화롭고 즐거웠다.
요즘 유튜브를 보면 쇼펜하우어의 가르침을 정리해 놓은 영상이 종종 뜬다. 그 요지는 나이 들수록 혼자가 되어야 하고, 억지로 친구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이치이므로 한번 인연 맺었다고 하여 그 인연을 평생 이어갈 수는 없다. 업무로 만난 사이는 업무가 종료되면 대부분 자연스레 끊어진다. 학창 시절에 만난 친구도 그 단계가 지나면 차츰 멀어지고 소원해진다. 한쪽이 관계를 이어가려는 노력을 하더라도 그 관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가족들 간에도 자식이 성장하여 중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면 자식이 어렸을 때만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래저래 사회적으로 맺은 인연은 헐거워지거나 끊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홀로 되기를 두려워해서는 안되고, 혼자서도 잘 지내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홀로 잘 지내야 한다는 것은 맞지만, 나이 들수록 혼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혼자서만 살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혼자 남는 게 싫어서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자신에게도 상대방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렇더라도 좋은 인연을 만들고 이어가는 것은 자신에게도, 그 상대에게도 좋은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관계까지 끊어야 한다거나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새롭게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도록 기존의 틀에 박힌 루틴한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경험을 쌓을 기회를 만들고 도전할 필요가 있다.
가족이라고 하여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그 관계는 헐거워질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서로에게 든든한 백(Back)이 될 수 있으려면 소중한 추억을 쌓고 서로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가족 외에도 기존의 소중한 인연은 화초를 가꾸듯이 계속 물과 거름을 주고 들여다보아야 한다. 또한 새로운 좋은 인연을 만드는 도전도 이어간다면 나의 일상은 좀 더 평화로워지고 즐거워질 것이다. 내가 요즘 마음이 편안한 이유이다.
ps. 저희 팀은 세상을 바꾸는 세 가지 빛_ 그린으로 참여합니다. 저희 팀과 함께 가난을 극복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동참해 주세요!(https://www.oxfamtrailwalker.or.kr/ko/node/11497?fbclid=IwAR3eWJV3x_PmTE99HhAYVWXLxfXKacJn5_j5RbU6uTjkAsGp8cUI7d_pxFQ_a em_AeEK40HiU_ahB7NoroUikJfQYd8wVcE2PBH2XUrJ8T_IIDHeuhgNtIR4A8De 8PSkfQel6SuiXfal1L6IDD22SRrB) 기부펀딩 마감일은 2024년 5월 31일 17시입니다. 옥스팜 트레일 워커 50킬로미터 완주 도전은 2024년 5월 25일 토요일 강원도 인제에서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