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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독한 기타맨 Jun 26. 2019

프롤로그

중도포기증에 걸린 나를 위한 처방전

돌아보면 무엇하나 끝까지 해낸 것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초, 중, 고, 대학교를 무사히 졸업했고 회사도 다닌다. 숙제도 잘했고, 졸업논문도 냈다. 회사 보고서는 기한내에 끝내기도 하고, 내가 맡은 업무는 그럭저럭 해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내 의지와 관련 없는 것들이다. 시간이 흘러가면 저절로 해결되는 것들이고, 누군가의 압박에 의해, 또는 월급이라는 돈때문에 어쩔수 없이 해낸 것들이다. 반면, 내 스스로의 의지로 뭔가 해보자하고 시작했던 것들중에 끝까지 - 그것이 성공이든 실패이든 간에 - 해낸 것이 있는가 라는 물음에 선뜻 긍정의 답을 내놓을 자신이 없다. 그런 인생이었다. 그래서 50이 다 된 나이에 아직도 회사의, 월급의 노예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침 운동, 영어회화, 한달에 2권 독서등 각종 자기계발 계획은 짧으면 작심삼일, 길면 작심삼주를 넘기지 못했다. 매년 다시 하기를 반복하지만 여전히 얼마 못가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독학만으로 아무렇게나 쳐대던 기타를 제대로 배워보겠다고 학원 등록까지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가는 날보다 안가는 날이 많아졌고, 역시나 아까운 몇달치 학원비만 날렸다. 책을 써보겠다고 열심히 자료를 모으고, 목차를 만들고, 뭔가 할 것처럼 나대더니 결국 2꼭지 써놓고는 해가 바뀌었다. 이뿐이겠는가? 여기에 쓰기에도 부끄러운 여러 작심들은 결국 모두다 작심으로만 남았다. 학창시절, 제1장만 시커멓게 때가 타있고 2장부턴 새책이나 다름 없던, 맨뒤장에는 어떤 내용이 있는지 한번도 보지 못했던 영어문법책, 수학참고서처럼 나의 도전은 한번도 그 결과를 만나보지 못했다. 그덕에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물론 성공도 없다.      


중년을 맞이하고, 회사에서는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흐르면 그럭저럭 다다를수 있는 직위까지 왔다. 이정도 회삿밥 먹었으면 대충 각이 나온다. 나는 여기까지다. 소위 말하는 별을 달지 못한채 버티는 건 길어야 몇년이다. 등떠밀려 나가기 전에 스스로 멋있게 걸어나오고 싶다. 하지만 아직 아들은 어리고 나는 지속가능한 수입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또다른 회사의 노예를 옮겨가고 싶진 않다. 20여년간의 노예 생활이면 충분하다. 이제는 혼자라도 좋으니 내가 주인이고 싶고 그 무엇보다 지난 20여년과는 다르게 살고 싶었다.

  

그렇게 고민과 걱정의 나날을 보내고 나는 나의 나머지 인생을 걸어볼 새로운 도전거리를 찾았다. 아니 정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이제까지 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야이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강의를 듣고 나름대로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가고 있다. 어렵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계획했던 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 늘어난다. 기대했던 일들은 많은 부분 실망으로 돌아왔다. 처음의 열정은 점점 사그라들고, 이 길이 맞는 길인가 하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분명 중도포기할 것이 명약관화했다. 작심 일년을 넘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도전하고 포기했던 일들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왜 포기했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번에는 똑같은 작심으로 끝나는 반복을 피하고 싶었다. 왜냐면 지금이 아니면 너무 늦어버리게 된다. 이마저도 중도 포기해버린다면 나는 몇년쯤 현재의 직장생활을 연명하다가 결국 퇴직을 맞이 할 것이고

이곳 저곳을 전전하다 결국에는 50대 중반을 넘기지 못하고 폐지나 줍는 상황을 맞이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아직은 기회가 있을때 나는 이 새로운 도전을 성공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포기하고 싶을때, 좌절할때, 의욕이 꺽일때, 그저 주저앉고 싶을때, 자신감이 떨어질때, 울고 싶을때, 무기력해질때, 나의 능력이 없음을 깨달을때, 너무 늦어버린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생길때,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을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때, 길이 보이지 않을때, 그냥 이대로 사는게 더 나은거 아닌가 라는 물음이 올라올때...

이 모든 중도포기의 시점이 나에게 닥쳐올때를 대비해야했다. 중도포기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이 필요했고, 이번에야 말로 성공이든 실패든 끝까지 해내고 싶었다. 그래서 나만의 처방전을 만들기로 했다.


수십권의 자기계발서, 성공스토리, 심리학 서적등을 읽고 내가 실천할 수 있고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뽑아내어 옮겨 적었다. 상황별로, 주제별로 목록을 만들어 언제든지 꺼내 읽고 느끼고 곱씹어 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중도 포기의 상황들에 처했을때 처방전을 사용했다. 어떤 것은 너무도 도움이 되었고 또 어떤 것은 처음의 생각과 달리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도움이 되었던 것은 다시 분류했고,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은 다른 도움 될 만한 것들을 찾아 대체했다. 그렇게 나는 나만의 처방전을 완성했고, 실제에 적용하며 추가하고 수정하고 보완하고 있다. 그 덕분일까? 나는 아직 중도포기 하지 않고 나의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퇴사를 하고, 새로운 도전 목표를 찾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일련의 과정들을 써나가려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속에서 맞닥뜨린 힘든 결정의 순간들, 중도 포기의 위기들을 극복하게 도와주었던 나만의 처방전을 하나씩 공유할 생각이다. 우유부단, 작심삼일, 중도포기, 흐지부지.. 이런 단어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나 또한 그 단어들과 항상 함께 해왔던 사람이다. 그런 내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지 1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약도 사람마다, 체질마다 그 약발이 다르다. 내가 겪은 과정들과 그 속에서 효과를 발휘한 처방전들 모두가 다 통할거라곤 장담하지 않겠다. 다만 그중 몇개라도 약발이 먹힌다면, 그래서 중도포기의 고비를 넘고 성공이든 실패든 결과를 맞이 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나의 도전이 끝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만큼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당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끝까지 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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