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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 머무는 순간(8부) : 귀국

포트럭 소설집

by 포트럭

한국의 종묘회사 인수 건을 계기로 나는 회사에서 인정을 받게 되었다. 로버트도 나를 칭찬하며 원하는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나는 전공을 살려 몬산토의 R&D연구소에서 작물의 전염병에 대한 연구를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다시 몇 년의 시간이 흘러 2002년이 되었다. 여전히 한국 소식은 찾아 듣지 않았지만 뉴스채널에 관련 보도가 나오면 유심히 보곤 했다.


2002년은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월드컵을 개최하는 흥분되는 한 해였다. 그런데 한 가지 더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었다. 2002년 초, 전 국민이 분노한 일이었다. 가수 유승준이 군입대를 포기하고 미국으로 간 것이다. 그동안 아름다운 청년이라 불리며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고, 대한민국 남자임을 강조하며 당당하게 군에 입대하겠다던 그가 병역 회피를 한 것이다. 그런데 유승준 사태는 미국에 있는 나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군복무가 강화되어 해외체류자인 내게 입영통지서가 날아왔고, 특별한 사유 없이는 연기하기 어려웠다.


한국은 돌아가고 싶지 않았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 이후로 쭉 미국 생활을 해온 터라 그동안 변한 한국문화와 군대에 적응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됐다. 그래서 병역특례를 알아보기로 했다. 여러 곳을 알아본 끝에 한국보건원에 가기로 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보건원의 위상이 높았기 때문에 한국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대학교 전공과 몬산토에서의 경력을 인정받아 한국보건원에 입사할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제2의 고향과도 같았던 세인트루이스를 떠나야 헸다. 그리고, 몬산토에서도 퇴직해야 했다. 나는 로버트와 세탁소 아저씨에게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작별을 고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미국에 맨몸으로 온 것처럼 한국에서도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 성공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사업을 매각하며 벌었던 돈과 몬산토에서 근무해 모은 돈 1 밀리언달러도 미국은행의 계좌에 그대로 두었다. 비행기 티켓과 단돈 60달러만 들고 비행기에 올랐다. 마치 로스앤젤레스 집을 나와 세인트루이스로 향하던 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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