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뉴먼과 르코르뷔지에가 꿈꾼 세상

포트럭이 들려주는 부동산 이야기

by 포트럭

이재명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주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거주 외 불필요한 주택은 정리하라는 것이 요지다. 그리고, 공공 임대주택을 확대해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주택은 안정적인 삶의 터전인 동시에 자산증식의 수단이었다. 과연 이재명 정부는 주거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상적인 주거공간은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물론 정답은 없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고, 주거에 대한 철학에 따라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각자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기를 바라며, 이상적인 주거공간을 꿈꿨던 건축가, 사업가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공유오피스 사업으로 한때 가장 유명한 스타트업에서 가장 처참하게 몰락한 기업이 된 WeWork의 창업자 애덤뉴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대단한 언변으로 비즈니스모델을 포장해 손정의 등 많은 투자자들을 현혹시켜 사업을 키웠지만 본질은 전대차 사업에 불과했고, 개인비리와 배임, 횡령으로 회사를 망친 인물입니다. 그런데, WeWork를 떠난 애덤뉴먼은 플로리다로 옮겨 공유 임대주택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회사명은 Flow 입니다. WeWork를 그렇게 망치고도 다시 사업을 시작하고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VC인 안데르센 호로위츠의 투자를 받았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안데르센 호로위치는 왜 애덤뉴먼에게 투자를 했을까요? 전력이 있는 애덤뉴먼인데, 단순히 그의 말발에 넘어갔다고 하기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애덤뉴먼이 추구하는 공유임대주택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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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뉴먼과 공유임대주택 사업 "flow"

애덤뉴먼은 어릴 적 이스라엘의 키부츠에서 생활했습니다. 키부츠는 사회주의적 생활방식을 추구하는 집단 공동체입니다. 사유재산이 없으며, 농지, 주택, 기계 등 모두 공동소유입니다. 식사, 세탁, 육아 등도 공동으로 이루어집니다. (단, 지금은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기업형 경영형태로 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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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공동체 "키부츠"


애덤뉴먼의 머릿속에는 키부츠가 있었으며, 이를 오피스에 적용한 것이 WeWork 였습니다. 애덤뉴먼은 WeWork(업무)에 이어 Welive(주거)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시도했으나 WeWork에서 쫓겨나며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플로리다로 옮겨 Welive를 구현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 Flow 입니다.


애덤뉴먼이 플로리다에서 Flow를 창업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자유로워진 미국에서 뉴욕의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주거비가 낮고 날씨도 따뜻한 플로리다로 이동했습니다. 또한, 플로리다는 중미와 가까워 이민자, 인종이 모인 곳으로 개방적이고 사교적인 문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주거 공동체를 구현하기 유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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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 해변과 도로

우리나라의 임대주택은 개별세대 중심으로 독립성이 유지됩니다. 반면 Flow는 사람과 어울리기 위해 설계된 곳입니다. 코워킹공간, 각종 이벤트, 네트워킹 프로그램, 공용라운지 등이 있습니다. 애덤뉴먼이 생각하는 주거공간,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조금 더 과거로 가보겠습니다.

세계 제2차 대전이 끝난 프랑스는 폐허가 되었습니다. 산업화로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들었지만 주거공간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대량으로 짓기 위해서는 기존처럼 저층으로 지을 수 없었습니다. 수직으로 올려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과 멀어집니다. 수직건축과 친자연을 동시에 추구하고자 했던 건축가가 르 코르뷔지에입니다. 르 코르뷔지에는 집을 "사람이 살기 위한 기계"라고 표현했습니다. 부족한 주거공간을 빠르게 확대하는데 방점을 두었습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을 기획했습니다. 그가 표방한 건축의 5원칙은 1층을 필로티로 하여 주변공간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가로창을 만들어 개방감을 확보하며, 옥상에 정원을 두는 것 등입니다. 그는 이러한 주거공간을 수직정원도시(Vertical Garden Ctiy)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구현한 것이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e d'Habitation) 입니다. 말 그대로 공동주택(집단 unite+주거 habitaion)이란 뜻으로 특정 건물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나, 통상 유니테 다비타시옹이라고 하면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프랑스 남부 마르세이유에 있는 것을 가리킵니다.


유니테 다비타시옹에는 도미노(Dom-Ino) 기법이 적용되었는데요. 여기서 도미노란 쓰러져서 넘어뜨리는 도미노가 아니라 기둥과 슬라브로 된 건축구조를 말합니다. 집(Domus) + 혁신(Innovation)의 합성어입니다. 벽체 구조와 달리 도미노 구조는 내부공간을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철근콘크리트의 발달로 가능해진 기법입니다. 또한, 모듈러를 설계에 반영했는데요. 모듈러란 인체 비례를 기준으로 공간과 치수를 정하는 사람 중심의 설계기준입니다. 사람의 키, 팔을 들었을 때의 높이 등을 고려해 문 높이, 천장, 난간, 가구 치수를 정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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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테 다비타시옹의 외관과 내부


유니테 다비타시옹의 내부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저층부는 상업시설이고, 고층부가 주거공간인데 337세대 1,600명이 거주할 수 있으며, 총 23 type으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훨씬 더 큰 단지에도 type이 다양하지 않은데, 왜 르 코르뷔지에는 337세대에 23 type이나 만들었을까요? 르코르뷔지에는 유니테 다비타시옹을 수직으로 올린 마을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노인부부, 미혼, 기혼, 유자녀가정 등 다양한 계층이 공존할 수 있도록 여러 타입을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한 상업공간, 공용커뮤니티(정원, 옥상 수영장 등)를 배치했죠. 주택 내부도 독특한데요. 일반적으로 통풍과 햇빛이 잘 들어오게 하려면 편복도가 좋습니다. 은마아파트처럼 복도식으로 된 아파트가 편복도입니다. 1980년대 이전에 지었던 아파트들이 대부분 그렇죠. 양쪽으로 창을 열면 환기가 아주 잘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복도가 길어지면 전용공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전용공간을 늘리는 방법으로 중복도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복도 양쪽으로 주거공간이 배치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중복도는 통풍과 일조 측면에서 불리합니다.


그래서 르 코르뷔지에가 생각한 것이 ㄱ,ㄴ자 복층구조입니다. 1개 층은 전체를 통으로 하여 통풍이 잘되도록 하고 반개층만 복층으로 하여 개방감을 살렸습니다. 불필요한 공용복도도 줄어들게 되지요.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르 코르뷔지에의 주거철학과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집약된 건축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필로티구조이다 보니 상업시설이 3층 이상으로 올라갔고, 이로 인해 거주자 외 외부인이 출입하기는 어려운 동선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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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이상적인 주거공간을 꿈꿨던 애덤뉴먼과 르 코르뷔지에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그런데, 모두가 꿈꾸는 주거공간이 시대적 상황과 배경에 따라 디스토피아적인 악몽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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