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트럭 Feb 05. 2017

슈가맨을 꿈꾸며

포트럭이 들려주는 소소한 이야기 (7)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 하나 할까요?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하루하루 살고 있는 당신이, 당신도 모르는 다른 세상에서 어마어마한 스타로 추앙받고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식스토 로드리게즈라는 사람의 실화입니다. 디트로이트의 히스패닉 가정에서 태어난 로드리게즈는 노동판에서 일하며 밤에는 술집에서 노래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그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본 기획사가 음반 제작을 제안하고, 그렇게 슈가맨이라는 이름으로 1집 "Cold Fact"와 2집 "coming from Reality"이 발매됩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전혀 없었고, 그렇게 그는 음악을 떠나 노동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지요. 그런데, 미국을 여행 왔던 남아공 여행자가 우연히 그의 1집 앨범인 "Cold Fact" LP를 구입해 가져갑니다. 


당시 독재정권으로 다른 나라와 단절돼 있던 남아공에서는 "Cold Fact"의 가사가 큰 반향을 일으켰고, 마치 우리나라의 "상록수""아침이슬"처럼 민중들의 노래가 됩니다. 하지만 폭발적인 인기와는 별개로, 로드리게즈에 대한 정보는 전무했기 때문에 이미 죽은 사람으로 생각했다고 하네요. 


그렇게 20여 년의 시간이 흘러 로드리게즈의 열성팬 두 명이 그의 발자취라도 찾겠다는 심정으로 사방을 수소문하다가 "Cold Fact" 앨범의 프로듀서를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 드디어 로드리게즈를 찾게 됩니다. 

(좌) 젊은 시절 로드리게즈의 모습   (우) 현재 모습  (출처 : 나무 위키)



당시에도 디트로이트의 가난한 노동자로 근근이 살아가던 로드리게즈는 영문도 모른 채 남아공으로 초대를 받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치 "앨비스 프레슬리"가 된 것처럼 엄청난 환호를 받으며 생애 첫 콘서트를 하게 되지요. 


정말 꿈같은 이야기지요?  


이 이야기는 "Searching For Sugarman" 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어 흥행에 크게 성공하고, 아카데미상도 받게 됩니다. 저도 정말 감명깊게 영화를 봤습니다. 몇 해 전 jtbc에서 방영했던 "투유 프로젝트-슈가맨"도 바로 이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것이지요. 





로드리게즈에게 찾아온 것은 분명 예상치 못한 우연이자 행운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음악이 당시 미국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했을 뿐, 음악성은 매우 뛰어났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정성을 다해 뿌린  씨앗이 민들레 홀씨처럼 멀리멀리 날아가 자양분이 충분한 곳에서 활짝 꽃을 피운 것이지요.


여러분도 정성껏 씨앗을 만들어 멀리멀리 뿌려 보세요. 로드리게즈처럼 어디선가 당신을 알아주는 곳에서 꽃을 피울지, 누가 아나요? 



ps) 이후 로드리게즈는 유명세를 타고 남아공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공연을 해 큰 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는 "입고, 먹고, 잘 곳"만 있으면 충분하다며, 번 돈을 모두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자신은 여전히 TV도 컴퓨터도 없는 디트로이트의 가난한 집에서 살고 있다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어느 음악인의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