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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트럭 Feb 18. 2017

강사(講師) Vs. 강사(講士)

포트럭의 소소한 이야기 

그동안 글을 써왔더니, 요즘 강의할 일이 생기네요. 글쓰기와 강의는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보니, 어떻게 강의하면 좋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제일 빠른 방법은 명강사들의 강의 모습을 벤치마킹해 보는 거라 생각되어 유튜브를 뒤적여 봤습니다. 


제가 관찰한 분들은 도올 김용옥, 설민석, 김제동, 김창옥, 박웅현, 마윈, 마이클 샌델입니다. (너무나 존경스러운, 훌륭하신 분들이나 편의상 존칭은 생략했습니다.)




먼저 도올 김용옥 교수입니다. 거친화법과 튀는 행동으로 학계에서 한때 이단아 취급을 받았으나, 이마저도 실력으로 뛰어넘은 대단한 석학이시지요. 철학 전공으로 대만대학과 동경대학에서 석사를, 하버드에서 박사를 받은, 그야말로 동서양 최고 상아탑을 두루 섭렵하신 분입니다. 


그런데 이 분, 강사로 보면 참 낙제점입니다. 교수법 이론에서 말하는 발성과 자세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논어같이 어려운 중국 고전도 일반인이 알아듣기 쉽게 풀어 설명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보니, 발성과 자세의 불량함도 자신만의 브랜드로 승화시켜 버리셨습니다. 스티브 잡스 하면 터틀넥/청바지/스니커즈를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죠.



다음은 설민석입니다. 요즘 가장 핫한 강사지요. 한국사 전문가인데요. 기본적으로 역사는 재미있습니다. 옛날이야기니까요. 그런데 설민석은 이 이야기를 분명한 발성과 열정적인 제스처로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전달합니다. 여기에는 연극학을 전공한 그의 Back Ground 가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이제 마이클 샌델 교수입니다. 우리나라에 인문학 열풍을 불러온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이지요. 그의 강의는 하버드에서 명강의로 소문났기 때문에 수강생 규모도 어마어마합니다. 강의 장소도 대강당이 되겠지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많은 학생들을 상대로 토론식 수업을 진행한다는 겁니다. 심지어는 토론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이름도 바로 외워서 계속 이름을 부르더군요. 


먼저 본인이 질문을 던집니다. 거기에 학생들이 답을 합니다. 그리고 그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반론을 제기합니다. 샌델 교수는 그 사이에서 마치 퍼실리테이터처럼 사회를 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답을 얻도록 하지요. 

거만한 듯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청중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오히려 수백명의 청중이 압도되는 느낌입니다. 정말 멋지네요.  



위에서 살펴본 김용옥, 설민석, 마이클 샌델은 동양철학, 한국사, 정치철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강의하는 강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강의(講義, Lecture)란 학문이나 기술의 일정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설명하여 가르치는 것을 뜻합니다. 이러한 강의를 하는 사람을 강사(講師, Teacher)라고 하지요.  


이제부터 소개할 김제동, 김창옥, 박웅현, 마윈은 강연을 하는 강사(講士, Speaker)입니다. 


강연(講演, Speech)이란 일정한 주제에 대해 청중 앞에서 강의 형식으로 연설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렇게 강연하는 사람은 강사(講士, Speaker)지요. 

"강의(講義, Lecture)의 목적이 지식의 전달이라고 한다면, 강연(講演, Speech)은 청중이 강사의 메시지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강사(講士) 김제동에 대해 살펴볼까요? 대한민국에 이분처럼 스토리텔링을 잘 하는 분도 없지요. 적절한 반전과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공감, 감성을 자극하는 표현력이 정말 뛰어납니다. 강연의 근본 목적인 공감과 메시지 전달을 재미를 통해 완벽하게 구현하는 스타일입니다. (술을 성인에 빗대 강연한 "김제동의 술 이야기"는 꼭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강연하는 강사(講士)는 특히나 청중과 소통이 잘 되어야 하는데요. 김제동은 레크리에이션 강사, 야구장 장외 아나운서 등의 오랜 경험을 통해 청중의 반응을 빠르게 캐치하는 감각을 익힌 듯합니다.  



다음으로 김창옥 교수입니다. 소통 전문가답게 강연 스킬이 상당합니다. 김제동 씨 못지않게 청중을 들었다 놨다 하지요. 성악가 출신답게 딕션과 목소리 톤이 상당히 좋습니다. 김창옥은 언어유희, 아재 개그, 그리고 코믹한 제스처를 자유자재로 활용해 개그콘서트를 보는 정도의 재미를 줍니다.  


감정 코칭, 소통 등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감동과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강연입니다. 힘들 때 외로울 때 보시면 좋습니다. 



이제 박웅현 디렉터에 대해 살펴볼까요? 이분은 카리스마가 상당합니다. 김제동처럼 좌중과 편안하게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습니다. 권위적으로 무대를 장악하지요. 하지만 광고 카피라이터인 만큼 동영상, 슬라이드 등 교보재(강의 보조수단)를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합니다. 독서량도 상당하기 때문에 인상적인 인용구도 많이 사용합니다. 


주로 인문학과 크리에이티브한 사고에 대해 강연을 하시는데요. "여덟 단어",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등 베스트셀러도 다수 집필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재미있게 읽은 책들입니다. 안 보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알리바바의 CEO 마윈입니다. 자신의 성공담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많은 교훈과 감동을 주지요.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강사(講士)입니다. 그 이유는 강연에서 진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제 글 중 "마윈은 이렇게 말했다."를 보시면 마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아실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강사(講師, Teacher)와 강사(講士, Speaker)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두 부류의 성공한 강사에 대해 제가 느꼈던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강사(講師, Teacher)는 해박한 지식이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김용옥과 설민석 모두 칠판에 판서하는 방식을 즐겨 쓰는데요. 사전에 준비한 슬라이드 없이 즉석에서 판서해 나가는 것은 웬만한 지식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청중이 강사에 가지는 신뢰도는 강사(講師, Teacher)의 지식수준에 비례합니다. 만약 강의장에서 갑자기 강의 내용을 잊어버리거나 버벅거리면 신뢰가 급격히 추락해 강의 집중도가 떨어지지요.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이 쉬운 설명입니다. 제한된 시간에 지식을 전달하려면 쉽게 쉽게 풀어서 얘기해야 합니다. 단어도 평소에 쓰는 쉬운 단어를 사용해야 하고요.  


셋째로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강의든 강연이든 마찬가지 겠지요. 재미없으면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전달이 안 되겠지요. 그런 면에서 다소 연극스러운 김용옥과 설민석의 제스처는 아주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청중이 강의에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단순히 듣기만 하는 강의는 오래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청중이 적극적으로 생각해 보고 고민해 보는 과정을 거쳐야 강의 내용이 체화됩니다. 마이클 샌델이 토론식 강의를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점 때문입니다. 



이제 강사(講士, Speaker)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유명한 강사는 자신의 경험을 기초로 강연합니다. 강연의 목적이 공감과 메시지 전달이기 때문에 남의 이야기를 하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공감을 사기에 유리하지요. 


또한 강사는 다방면에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유리합니다.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강의와 달리 강연은 생활 속의 이야기에서 교훈과 감동을 이끌어 내야 합니다. 따라서 강사는 일상과 연계되는 생활지식이 많아야 강연에 활용하기 좋습니다.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과 가치관도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유머와 감동의 두 가지 코드를 적절히 활용해야 합니다. 김창옥, 김제동처럼 말이지요. 




이제 저는 어떤 강사가 되어야 할지 조금 더 고민을 해 봐야겠습니다. 먼저 강의를 할지, 강연을 할지부터 정해야겠네요.


그리고, 강의(또는 강연) 스타일은 어떻게 해야 할지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타고난 천성도 존중해야 하니 저는 김제동, 김창옥처럼 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인생의 롤모델인 마윈이 이번에도 벤치마킹 대상 1호로 생각되네요. 이상으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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