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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트럭 Oct 24. 2017

슘페터 Vs. 케인즈

포트럭이 들려주는 회사생활 이야기 : 국정방향 살펴보기 

촛불시위와 대통령 탄핵을 통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벌써 5개월이 넘었습니다. 과거 정권과 달리 언론 여론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 왔는데요. 청와대 행정관실은 "1일 1홍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었는데요. 회견장은 시작 전부터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대중음악을 틀어 놓았고, 대통령 자리도 권위의식을 버리고, 소통하기 편하도록 기자석과 가깝게 배치했습니다. 


위 모습이 바로 기자회견 당시의 사진인데요. 정치 선진국인 영국의 의회 모습과 일견 흡사해 보이네요. (아래사진 참고)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는 탁현민 의전관의 디테일이 숨어 있습니다. 여성비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며 자질 문제를 드러냈지만, 그의 이미지 메이킹 능력은 탁월한 것 같습니다. 


신정부 취임 후 두 번째로 제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한 때였습니다. (7월 21일) 

문재인 대선공약을 바탕으로 향후 5년간 정부가 추진할 100가지 과제를 뽑은 것이니, 앞으로의 국정방향을 잘 알 수 있었던 순간이지요. 자세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신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기본원칙으로 경제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줄곧 주장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소득주도 성장과 더불어 최근 이슈가 되는 것이 바로 공급혁신 성장입니다. 정부의 입장도 소득주도 성장 일변도에서 혁신성장을 동시에 고려하겠다는 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은 무엇일까요? 오늘 다룰 주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회사원 독자분들에게, 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제정책에 대해 알기 쉽게 소개하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과거 1960년대 대한민국은 돈이 없었습니다. 기업가들은 사업을 벌이고 싶어도 자본이 없었습니다. 보통 사업자금이 없으면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지요. 그런데 당시는 은행도 돈이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 국가도 돈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외국에서 빌려와야 합니다. 


가진 것 없는 기업이 외화를 조달하기 어려우니, 국가가 나서서 신용을 걸고 차관을 받아 옵니다. 그렇게 빌려온 돈을 국가가 기업들에게 빌려 줍니다. 그러다 보니, 국가 주도로 경제가 성장할 수 밖에 없었지요. 비유하자면, 정부가 전략기획실 같은 존재가 되어 투자계획을 세우고, 기업들은 사업부서가 되어 투자자금을 집행하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모습이 된 겁니다.  


이런 구조를 통해 대한민국은 오늘날의 성장을 이루었는데요. 그렇다면 지금도 이런 사업모델이 유효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선진국의 일류기업들을 벤치마킹해서 무조건 빠르게 따라잡는 단순한 방식이 먹혔습니다. 그러니, 정부 주도로 성장이 가능했지요. 


그런데 IMF와 금융위기를 거치며 사회의 예측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너무나 다양한 변수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세상이 된 것이지요. 따라서, 이제는 아무리 똑똑한 정부라도 복잡 다단한 요인을 고려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결국 정부는 시장을 주도하기보다는 기업의 자율에 맡기되 시장기능이 올바르게 작동하도록 감시하는 심판의 기능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심판을 잘 보려면 시장 상황을 잘 분석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요즘의 시장 상황은 어떤가요? 한마디로 말해 상품과 서비스 포화의 시대입니다.  




이제부터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상품/서비스 포화의 원인을 진단하는 두 가지 관점이 있습니다. 한쪽은 "수요 부족"이라고 말하고, 다른 한쪽은 "공급 부족"이라고 얘기합니다. 수요 부족이라고 말한 사람이 바로 케인스, 공급 부족을 주장한 사람이 바로 슘페터로, 이 시대 경제학의 두 거장입니다. 


왼쪽이 존 메이너드 케인스, 오른쪽이 조지프 슘페터입니다. 불세출의 두 거장은 1880년대 후반에 태어나 비슷한 시기에 사망했습니다. (케인스 1946년, 슘페터 1950년) 


케인스가 주장한 수요 부족이란, 쉽게 말해 소비자가 돈이 없어 물건을 사지 못해 상품/서비스가 남아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해결책은 소비자들이 구매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소득주도 성장" 이론입니다. 


소비자들이 구매력을 갖도록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정부가 재정을 풀어 국민들에게 돈을 주는 것이지요. 다양한 복지정책을 피는 것입니다. 국민이 돈을 벌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일자리도 많이 만들고요. 그런데, 복지정책을 확대하려면 재원조달을 위해 기업에 세금 부과를 늘려야 할 것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기업에게는 인건비 부담이 커져 부담이 되는 정책일 겁니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바로 이 방향입니다. 


이제 슘페터의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슘페터는 상품, 서비스 포화의 원인을 "공급 부족"으로 봅니다. 기존의 상품/서비스는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구매의욕을 일으키지 못한다, 다시 말해 구매욕구를 일으킬 만한 상품/서비스의 공급이 부족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업이 소비자의 구매욕을 일으킬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야겠지요. 과거, 마차의 시대에 자동차가 등장해 모든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매했던 일이나, 터치식 핸드폰이 판매되던 시대에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해 기존 핸드폰을 대체했던 일들이 대표적인 공급혁신 성장의 사례입니다. 


기업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으려면 정부는 규제를 완화한다던가, 투자를 적극 지원한다던가 하는 정책을 펴야 할 것입니다. 


이렇듯, 소득주도 성장론과 공급 혁신 성장론은 기업을 대하는 방향이 상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세계 여러 나라의 정부들은 두 가지 접근법 중 어느 것을 선호할까요? 소득주도 성장론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혁신 성장론은 기업이 혁신제품을 내기 위해 정부가 장기간 정책을 펴야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론은 정부의 재정정책을 통해 즉각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습니다. 임기가 정해져 있는 정부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고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소득주도 성장론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지기반이 청년층, 저소득층이다 보니 더더욱 소득주도 성장론을 내세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타국가 사례를 감안 시, 소득주도 성장론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가 그렇지요. 국민들에게 쓸 돈을 주어도 미래가 불안하다 보니,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저축만 증가했습니다. 국가재정만 날아간 거지요. 복지정책의 남발은 브라질처럼 포퓰리즘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습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도 소득주도 성장을 계속 밀어붙일 수만은 없을 겁니다. 요즘 들어 혁신 성장론을 계속 언급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겠지요. 


또 한 가지,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관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존경했던 인물인 당시 정책실장 변양균 씨입니다. 신정아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했지만, 깊은 혜안과 통찰력을 지닌 대단한 경제학자입니다. 문대통령 대선 당시에도 많은 조언을 구했다고 합니다. 변양균씨는 대표적인 슘페터학파입니다. 


문재인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해 보기 위해 내각 구성을 살펴보겠습니다. 소득주도 성장을 대표하는 학자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 위원장, 김현철 청와대 보좌관 등이 있습니다. 현 정권 핵심인사들이지요. 

케인스학파 3인방 (장하성, 김상조, 김현철) 



하지만, 혁신성장 학파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변양균 씨와 인연이 있다는 점에서 변양균 씨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표적으로 김동연 부총리는 변양균 씨가 노무현 대통령 시절 만든 중장기 경제정책 보고서인 "비전 2030"의 실무 담당자였습니다.)  

케인스학파에 맞서는 슘페터 학파 3인방 (김동연, 홍남기, 이정도) 


따라서, 현재는 장하성실장, 김상조위원장이 주도하는 소득주도 성장론이 우세하나, 앞으로는 공급혁신론자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득주도 성장론과 공급 혁신 성장론을 머릿속에 염두에 두시고 앞으로의 국정방향을 주시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선제적으로 예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상으로 오늘 이야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ps) 공급 혁신 성장론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변양균 씨가 저술한 "경제철학의 전환"이라는 책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경제학 대가의 내공을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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