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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트럭 May 04. 2017

우리는 햄버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포트럭이 들려주는 회사생활 이야기

요즘 대통령 선거 유세가 한창입니다. 드디어 다음주면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를 위해 애써주실 분이 선출되겠네요. 직장인이다 보니, 아무래도 후보들의 기업 관련 공약을 유심히 보게 되는데요. 특히나 대선 후보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일자리 창출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냐인데요. 진보진영에서는 복지를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고, 보수진영에서는 세수 확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합니다. 국민 입장에서는 진보진영의 얘기가 솔깃하네요. 다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꼼꼼히 따져봐야 겠지요. 


말 나온 김에 오늘은 기업의 채용, 인사관리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지금은 자본주의의 시대인가요? 음.. 글쎄요. 과거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생산의 3요소로 토지, 자본, 노동이라고 배운 기억이 나는데요. 하나하나 따져 볼까요? 먼저 토지입니다. 토지가 가장 중요한 시대는 농경사회겠지요. 농작물을 심을 땅이 말 그대로 생산의 필수요소니까요. 공업화 시대에도 이 말은 어느 정도 통용이 됩니다. 공장을 지을 땅은 있어야 하니까요. 


그럼 요즘 시대는 어떤가요? IT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공장의 현대화, 집적화가 진행되었으며 생산성도 급증했습니다. 공장의 형태도 다양해졌지요. 3D 프린팅 기술이 더욱 진화하면 앞으로 토지를 기반으로 한 고정된 공장의 개념은 사라질 수도 있겠네요. 3D 프린터만 설치할 수 있으면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어디에서나 생산이 가능할 테니까요. 따라서 생산의 3요소에서 토지는 삭제해도 무방할 듯합니다.


이제 자본을 볼까요? 경제활동을 하려면 자본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돈이 있어야 기술개발도 하고 공장도 짓고 하니까요. 그런데 이것도 예전 대량생산의 시대에 걸맞는 얘깁니다. 과거에는 소비자의 니즈가 획일화되어 있었지요. 다만, 제품의 공급이 충분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상품을 더 싸게 더 빠르게, 그리고 더 튼튼하게 만들어 내는 게 중요했습니다. 싸게, 빠르게 만들려면 공장 규모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합니다. 튼튼하게(질이 좋게) 만들려면 좋은 재료와 설비를 사용해야 하고, 매뉴얼에 의한 품질관리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요? 소비자의 니즈가 워낙 다양해 규모의 경제를 이룰 필요가 없습니다. 제품 수명(life cycle)도 짧다 보니 특정 제품 생산을 위해 대규모로 설비투자를 하는 것도 리스크가 높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은 자본주의에 대한 시각이 변하는 듯합니다. 스냅챗(snap chat)이라고 아시나요? 문자, 사진, 동영상을 주고받는 SNS 애플리케이션인데요. 한때 페이스북이 1조원에 인수하려고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지금 스냅챗의 가치는 40조원에 육박합니다. 

스냅챗의 차별화된 기능은 바로, 메세지 송신시 수신자가 메세지를 볼 수 있는 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요즘처럼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시대에 딱 맞는 기능이지요. 


이 스냅챗에서는 의결권이 없는 주식을 발행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통상 자본을 조달하는 투자자가 회사의 주인(주주) 입장에서 경영상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합니다. 그런데, 의결권이 없는 주식을 발행한다는 것은 경영에 참여하지 말라는 얘기지요. 


스냅챗은 이렇게 말합니다. "회사는 브레인(사람)이 경영하는 것이다. (어리석은) 자본은 투자한 만큼의 수익만 받아가면 될 뿐이다. 지금은 자본주의가 아닌 브레인주의의 시대이다." 


스냅챗의 논리처럼 돈이 돈을 버는 시대는 이제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생산의 3요소 중 남은 것은 노동이네요. 하지만, 노동이라는 개념도 좀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단순 반복적인 노동력은 기계가 대체합니다. 이제는 창의적인 사고와 통찰력으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다양한 외부 변수에 대응해 의사결정을 최적화하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특히나 창의성은 AI(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 본연의 기능이지요.  


기업들이 앞다퉈 인재중심을 외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런데, 경제 불황이 심해지면서, 특히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업종에서는 구조조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람이 미래다." 라며 광고하던 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대규모 명예퇴직을 단행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사람을 잘라야 미래다.", "구조조정이 미래다."라며 해당 기업의 광고를 패러디하기도 했습니다.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기업 생존의 필수 조건인 현 시대입니다. 그런데 자기 회사 직원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경영자가 과연 소비자의 마인드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마스시다 고노스케 같은 위대한 경영자는 언제나 직원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습니다. 직원을 아끼고 직원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결국 회사의 지속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회사를 영어로 "컴퍼니(company)" 라고 합니다. company는 "함께"라는 의미의 com과 "빵"을 뜻하는 pany의 합성어입니다. 다시 말해 "함께 빵을 먹는 집단"이라는 말이지요. 즉, 회사는 그 자체로 하나의 공동체이며, 구성원들은 회사라는 공동체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불가분의 관계인 것입니다. 다시말해 회사는 이윤추구라는 단순한 기능만을 수행하는 집단이 아닙니다.  


또한, 회사는 사회 속에서 사회 구성원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사회 복지 등 공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하지요. 아나톨 칼레츠키가 주장한 "자본주의 4.0(따뜻한 자본주의)"의 개념입니다. 이에 대한 설명은 다음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제목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2015년,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글로벌 기업의 기업가치순위에서 6위(7위가 삼성)를 차지한 맥도날드의 CEO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햄버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햄버거를 만드는 사람들의 회사다."


이 말은 '회사는 왜 존재하는가, 회사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다음주면 대선 투표가 있습니다. 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을 해야한다는 후보가 있습니다. 다양한 규제를 도입해 대기업을 개혁하겠다는 후보도 계십니다. 기업과 직원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주실 후보 계신가요? 제가 한표 드리겠습니다. 


맥도날드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맥도날드에 얽힌 감동적인 이야기를 끝으로 이번 글을 마치겠습니다. 




"저는 매일 밤 불빛이 사라지면 맥도날드로 가요. 햄버거를 사 먹기 위하여서냐고요? 아니요, 제겐 그럴 돈이 없어요."


필리핀 세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다니엘 카브레라 라는 9살 소년은 화재로 집을 잃었고 그 바람에 아버지도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가정부로 일해 근근이 먹고 사는 형편이었지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임시 가건물을 전전하며 살았으니, 당연히 밤만 되면 공부를 할 수 없었겠죠. 하지만 이러한 열악한 환경도 훌륭한 경찰이 되고 싶었던 다니엘의 의지를 꺾을 순 없었습니다. 매일 밤, 나무의자를 책상 삼아 맥도날드 매장 옆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에 의지해 공부를 했습니다. 지나가던 한 대학생이 이 모습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소년의 열정과 의지에 감동해 소년을 돕겠다고 발 벗고 나섰습니다.  


결국 다니엘은 돈 걱정 없이 대학까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많은 후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다니엘 덕분에 매장을 홍보하게 된 맥도날드도 다니엘을 적극 후원하기로 했지요. 


열공중인 다니엘. 눈에서 총기가 번뜩이네요.  



주어진 환경탓만 할 일은 아니지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간 다니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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