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트럭 May 21. 2018

워싱턴에서 내 마음을 사로잡은 곳

포트럭이 들려주는 소소한 이야기 : 워싱턴D.C. 편 (2)

워싱턴 이야기 두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시간에 워싱턴D.C.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오늘은 워싱턴에서 제가 인상 깊게 방문한 곳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유니온마켓 : 부동산 디벨로퍼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곳


먼저 소개할 장소는 유니온마켓 입니다. 부동산 디벨로퍼의 관점에서 유니온마켓은 매우 흥미로운 곳입니다. 유니온마켓은 워싱턴D.C 중심가에서 5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상업시설이 모여있는 지역이 아닌, 낙후된 지역에 개발된 시설이지요. 


유니온마켓은 창고형 건물 여러 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창고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내부에 들어서면 트렌디한 인테리어에, 자유롭고 개방적인 느낌이 물씬 납니다. 클래시컬하고 조용한 워싱턴에서 가장 워싱턴 답지 않은 곳이랄까요. 


유니온마켓의 가장 큰 특징은 워싱턴D.C.에서 이름을 날린 푸드트럭을 모아 놓았다는 것입니다. 평범해 보이는 건물 안에 들어서면 세련된 푸드코트가 펼쳐집니다. 신나는 음악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미국인들의 주식인 버거, 샌드위치 외에 파스타, 타코, 스시, 스테이크, 굴요리(Oyster) 등 다양한 요리가 넘쳐납니다. 


음식은 테이크 아웃 해서 실내외 원하는 테이블에서 자유롭게 먹으면 됩니다. "TAKOREAN"이라는 한국식 불고기를 타코에 싸 먹는 식당도 있었는데, 길게 선 줄을 보니 저도 모르게 뿌듯했습니다.   

 

그러나, 유니온마켓은 단순한 푸드코트는 아닙니다. 식자재를 파는 곳도 있고, 옷가게, 액세서리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기업, 비영리단체의 사무실도 입주해 있지요. 이름 (Union Market)처럼 다양한 업종이 모여 있습니다.


유니온마켓 곳곳에서 각종 이벤트도 펼쳐지는데요. 요리강좌, 운동 프로그램도 있고, 주차장에서 영화상영도 합니다.


메인 건물 벽면에 적혀 있는 "RELAX. YOUR HEART IS STRONGER THAN WHAT YOU THINK!" - 오노요코- (전위예술가이자 비틀스 존 레넌의 부인)라는 구절처럼 역동적이고 활기찬 곳입니다. 


통상 상업시설은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가에 입지 합니다. 하지만 유니온마켓은 개발비용이 저렴한 외곽지역에, 태생적 분위기를 살려 명소화 했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유명 푸드트럭을 모아 놓은 MD도 성공요인이며, 다양한 프로그램과 아카데미를 도입해 집객을 유도한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사회적 기업, 비영리단체가 입주한 것도 유니온마켓 특유의 자유로움과 다양성, 비주류 감성을 유지하는데 한몫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유니온마켓과 유사한 콘셉트의 상업시설이 있지요. 코오롱 인더스트리에서 건대역 근처에 개발/운영 중인 "커먼그라운드"인데요. 미개발지역에 비주류 시설을 모으고, 자유로운 콘셉트와 다양한 이벤트로 명소화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유니온 스테이션 : 워싱턴D.C.의 관문, 규모로 압도하다. 


다음 소개할 곳은 유니온 스테이션(Union Staion)입니다. 1907년 개통했으니, 110년이 넘은 아주 오래된 역입니다. 워싱턴 메트로(지하철)와 버스 외에 광역철도/버스 터미널로서, 워싱턴의 관문과도 같은 곳이지요. 그 덕분에 연간 이용자 수가 3,200만명에 달한다고 하네요.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복잡한 신도림역의 하루 유동인구는 34만명으로, 1년 365일로 환산 시 무려 12,410명입니다. 높은 인구밀도와 서울 집중화로 유니온스테이션 정도는 가볍게 제치는 군요^^;;)


유니언 스테이션은 중세 유럽 양식의 거대한 건축물로, 겉에서 보면 박물관을 연상시켰습니다. 내부에는 다양한 레스토랑과 상점이 즐비했고, 워싱턴 메트로(시내 지하철)와 광역철도 플랫폼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습니다. 

유니온 스테이션 외관
유니온 스테이션 내부


스테이션 내부에서 가장 놀라운 공간은 바로 계단이었습니다. 나선형으로 멋들어지게 휘어지며 지하로 연결되는 웅장함에 바로 압도돼 버렸습니다. "해리포터"나 "신기한 동물사전"에 나올법한 곳이었지요.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


지하층은 다양한 푸드코트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패스트푸드 브랜드가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 흔한 맥도널드는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워싱턴 시내에서도 맥도널드는 별로 없더군요. 우연히 발견한 매장에서도 앞에 거지들이 앉아 있어 들어가기가 꺼려졌습니다. 맥도널드가 있을 만한 곳에 이제는 "쉑쉑 버거"나 "파이브 가이즈"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정크푸드라는 인식의 대명사 때문일까요? 미국의 상징과도 같던 맥도널드의 시대도 이제는 저물어 가는 듯합니다.


유니온스테이션 홈페이지에 보니 식사 바우처 프로그램 (Union Station Meal Voucher Program)이라는 것이 있네요. 일정액을 내고 바우처를 구입하면 워싱턴 시내 제휴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침식사 바우처는 $8.75, 점심/저녁은 $9.75입니다. 구입하는 사람이 많을까 의아한데, 50년이 넘은 프로그램으로 매년 1,740만명이 이용한다고 하네요. 


워싱턴 건축물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웅장한 규모였습니다. 크기가 주는 공간감과 압도감이 마치 미국의 패권주의를 연상시켰는데, 유니온스테이션도 바로 그중 하나였습니다. 과거 서울에 처음 올라온 사람이 서울역 앞 대우빌딩(현. 대우 스퀘어)을 보고 기가 죽었다고 하는데, 유니온스테이션도 살짝 그런 느낌이랄까요...



올드 에빗 그릴 (Old Ebbit Grill) : 오바마 대통령이 즐겨 찾는 맛집


워싱턴에 머물며 여러 레스토랑을 다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바로 올드 에빗 그릴입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좋아하는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해 평소 웨이팅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 외에 다른 대통령들도 즐겨 찾았다고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위치가 백악관 근처입니다. 홈페이지에 보니, 1856년에 William E. Ebbitt이라는 사람이 오픈했다네요. 워싱턴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 중 하나랍니다. 처음 위치는 어디였는지 기록은 없는 듯하고, 1983년부터 현재 위치에서 영업을 하고 있고요.

워싱턴 다운타운에 위치한 올드에빗그릴


제가 방문했을 때는 평일 오후 2시가 다 된 시간이어서 그런지, 웨이팅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내부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눈에 보이는 테이블 공간 외에 별도의 룸도 있었고, 식당 외부에 해당하는 건물 내 아트리움에도 테이블이 꽤 있었습니다. 이렇게 공간이 큰데도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니, 방문객이 얼마나 많다는 얘긴가요? ㅎㅎ


메뉴를 고르기는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메뉴판에 생소한 단어도 많았고, 우리나라처럼 사진도 없었습니다. 고심 끝에 등심 스테이크와 크림 파스타, 그리고 올드에빗의 대표 메뉴인 굴(Oyster) 요리를 주문했습니다. 제가 주문한 건 생굴이었고, 보통 dozen, 1/2 dozen 이렇게 개수 단위로 주문합니다.


스테이크와 파스타 모두 맛있었습니다. 다만, 계속 먹기에는 다소 느끼하고 deep한 감이 있었고요. 그런데 굴요리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굴은 많이 먹었던 터라, 굳이 한국보다 비싼 돈 내고 먹을 필요가 있을까 싶어 주문하길 망설였는데, 먹길 정말 잘했습니다. 이런 맛은 처음이었으니까요. 굴 종류도 다양하게 나오고 소스도 너무 맛있어서, 한국에서 먹던 굴과는 다른 맛이었습니다.


다른 고급 레스토랑처럼 올드에빗에도 Oyster Bar 가 따로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술과 곁들여 굴을 많이 먹는 듯하네요. 늦게 알았는데 모든 굴요리가 50% 할인되는 Happy Hour가 있더군요. 3pm~6pm, 11pm~1am이니 혹시나 가보실 분은 해당 시간에 맞춰 실속 있게 드세요. 

올드에빗의 오이스터 바




조지타운대학 : 정치/외교 지도자 양성의 메카


저는 해외여행을 가면 그 지역 유명대학을 둘러보는 걸 좋아합니다. 대학 캠퍼스의 낭만을 느껴볼 수 있고, 학교 주변에 맛집과 볼거리도 많기 때문이죠. 워싱턴에는 조지타운대학과 조지워싱턴대학, 그리고 갤로뎃 대학이 있습니다. 조지타운대학은 미국에서 최초로 설립된 로마 가톨릭대학입니다. 1791년에 설립되었다고 하니, 역사가 무려 220년이 넘습니다. 전미 대학 랭킹 상위 20위에 항상 포함되는 명문대학인데, 공과대학이 없어서 순위가 좀 밀리는 경향이 있지, 외교학부만 따지면 전 세계 1,2위를 차지하는 엄청난 포스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조지워싱턴대학 역시 1821년에 설립된 오래된 명문대학이지요. 이들 대학은 정치, 행정의 도시 워싱턴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치, 외교, 행정 분야가 발전한 듯합니다. 조지타운대학은 빌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 대통령과 각료를 배출하였고요.(나중에 알고 보니 가수 로이킴도 빌클린턴 대통령과 동문이네요.) 조지워싱턴대학은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이 졸업한 학교입니다.


제가 방문한 곳은 조지타운대학과 갤로뎃 대학입니다. 조지타운대학은 워싱턴D.C. 다운타운에서 북서쪽으로 약 3km 정도 떨어진 조지타운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지역은 워싱턴 D.C. 보다 오랜 역사를 가진 거주지입니다. 이 곳에 지역 최초의 대학이 들어선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워싱턴 다운타운에서 서쪽으로 약 2km 정도 지나면 포토맥강의 지류인 록강을 만나게 됩니다. 이 록강을 건너는 다리가 바로 조지타운 지역의 관문입니다. 다리를 건너자 대학생들로 인해 생기가 넘쳐 났습니다. 인종도 참 다양했습니다. 워싱턴 다운타운의 인구구성이 백인 대다수에 흑인과 히스패닉이 일부였다면, 조지타운은 전 세계에서 유학 온 학생들로 인종이 정말 다양했고, 아시아계도 많았습니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학생도 꽤 눈에 띄었고요.


조지타운대학으로 이어지는 메인도로를 따라 유럽풍 레스토랑과 상점이 즐비했습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지역답게 건물양식은 고풍스러웠지만 매장 분위기는 트렌디했습니다. 보도가 좁은 것도 이유겠지만, 평일 오후임에도 사람들이 정말 많아 중간중간 걸음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메인도로를 벗어나 이면으로 들어가니 주택단지가 등장했습니다. 고급스러운 저택도 있었는데 대부분은 학생들이 묶는 레지던스들이었습니다. 


학교 정문을 들어서니 웅장한 건물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습니다. 힐리홀(Healy Hole)이라는 곳으로, 대학 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자 "워싱턴D.C. 역사기념물"로 등록된 곳이라고 합니다. 힐리홀 앞에 동상이 하나 있었는데, 학교 창립자인 존 캐롤 이라는 사람이네요. 힐리홀 앞에 대포가 도열해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힐리홀과 존 캐롤


힐리홀 앞 잔디광장에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토론도 하고 책도 보고 휴식도 취하고 있었는데, 아련하게 학창 시절이 떠올라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학교가 경사진 곳에 있다 보니 자전거로 다니기가 만만찮았습니다. 그래도 힘을 내어 구석구석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블루보틀 : 조지타운에서 만난 반가운 이름 


조지타운에 들어선 것이 오후 4시쯤.. 학교를 나오니 6시가 다 되어 갔습니다. 시원한 라떼가 생각나 근처 "블루보틀"로 향했습니다. 


워싱턴 지역에는 유일하게 조지타운에만 블루보틀이 딱 한 군데 있더군요. 작년에 블루보틀에 대한 책을 읽고 커피에 대한 철학이 마음에 들어 언제고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습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었지만, 멀리서도 푸른색 간판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스타벅스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편안한 소파를 통해 공간을 강조하는 콘셉트이라면, 블루보틀은 우드와 화이트톤의 단순하고 깔끔한 분위기로 커피 자체에 집중하도록 하는 콘셉트이었습니다.   


아이스라떼를 주문하자 종업원은 제 이름을 물어보았고, 음료가 준비되자 반갑게 이름을 불러 주었습니다. 우유로 희석한 라떼였음에도 커피 고유의 신맛이 살짝 느껴졌습니다. 


여유롭게 커피맛을 즐기고, 나오는 길에 커피 원두도 하나 구입했습니다. 이름은 "Three Africa". 아프리카 지역 3군데에서 생산한 원두로 블렌딩한 모양입니다.  조만간 한국에도 오픈한다고 하니, 그때까지 워싱턴의 블루보틀을 추억하며 마셔야겠네요. 


참고로, 조지타운에는 유명한 컵케이크 가게가 있습니다. 저는 미처 가보지 못했는데, 혹시나 조지타운에 방문하실 분은 한번 들러 보세요. 이름은 "조지타운 컵케이크" 라네요. 


이상으로, 워싱턴 이야기 두 번째를 마칩니다. 다음은 마지막으로 워싱턴의 호텔들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워싱턴 여행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