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럭이 들려주는 부동산 이야기 : 호텔편
올 4월 워싱턴D.C.를 방문하고 당시 묵었던 호텔에 대해 썼던 글을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고서야 올리게 되네요. 워싱턴D.C.는 미국의 역사와 전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상징적인 도시이기 때문에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워싱턴에는 관광객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여러 종류의 호텔이 존재합니다. 제가 오늘 소개해 드릴 호텔은 워싱턴의 수많은 호텔들 중에서도 나름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 곳들입니다. (힐튼, 매리어트, 쉐라톤 같은 글로벌 브랜드 호텔은 워싱턴이 아닌 타 지역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고, 예상 가능한 시설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굳이 제가 글을 올리지 않아도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가 많이 있을 겁니다.)
먼저 소개할 곳은 켈로그 컨퍼런스 호텔입니다.
워싱턴D.C.를 방문한 적이 있는 분들도 켈로그 컨퍼런스 호텔은 잘 모르실 겁니다. 다운타운에서 북동쪽으로 약 5km 떨어져 있고, 근처에 유명 관광지가 없을 뿐 아니라 살짝 외진 지역이라 저녁에는 치안이 불안하기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호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호텔을 묵었던 이유는 근처에 꼭 들르고 싶었던 장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그곳은 유니온마켓입니다. 이전 글에 자세하게 소개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켈로그 컨퍼런스 호텔의 가장 큰 특징은 대학 캠퍼스 내에 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갤로뎃 대학 (Gallaudet University) 입니다.
제가 호텔을 찾은 날은 일요일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캠퍼스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넓은 캠퍼스에서 호텔을 찾기가 쉽지 않아 헤매고 있는데, 지나가는 한 학생이 눈에 띄었습니다. 호텔 위치를 물으니 제 영어가 부족해서인지 잘 알아듣지 못하더라구요. 어렵사리 의사소통이 되어 찾아간 호텔의 모습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호텔 외관은 캠퍼스 내 다른 건물들과 유사했습니다. 내부 인테리어는 일반적인 호텔이라기보다 기업 연수원에 가까웠습니다. 짐작컨대 학교에서 세미나, 워크샵 등을 개최할 때 참가자들이 숙박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숙박시설인 듯합니다. 호텔명에 "컨퍼런스"가 붙은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객실 내부는 심플하고 깨끗했습니다.
켈로그 컨퍼런스 호텔은 호텔 그 자체로는 특색이 없습니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 대학 캠퍼스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저는 캠퍼스 분위기도 느껴보고, 학교 시설도 둘러볼 겸 학교 구내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하고 방을 나섰습니다.
1층 로비에 내려가니 학생들이 모여 어떤 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계속 구호를 외치고 있었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행사 데스크로 가보고 나서야 갤로뎃 대학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곳은 바로 청각 장애인을 위한 학교였습니다. 어제 호텔을 찾기 위해 만났던 학생이 제 말을 못 알아들은 것도 청각 장애인이었기 때문이었던 것이지요.
조금 더 알아보니 갤로뎃 대학은 세계 유일의 청각장애인을 위한 종합 대학교였습니다. 설립 시기는 무려 1864년,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을 외치던 때입니다. 엄청난 역사를 가진 곳이지요.
갤로뎃 대학에 대해 알게 되니 건물 내부 구조도 달리 보였습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 장애인들이 시각으로 소통하기 편하도록 실내외 공간이 상당히 개방된 구조였습니다. 제가 들른 학생관 건물은 외벽이 유리로 되어 안팎에서 서로 볼 수 있고, 1,2층이 트인 복층형 구조로 다른 층에서도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당연히 농아이고, 교직원도 절반은 청각 장애인이라고 하네요. 이 곳에서는 수화가 일반어였습니다. 저는 카페테리아에서 버거와 음료수를 사 들고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주위에 있는 학생들은 무언의 언어로 수많은 얘기를 주고받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공간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정말 특별한 체험이었습니다. 일정상 하루만 머물렀지만, 갤로뎃의 아름다운 캠퍼스와 학생들의 모습은 머릿속에 확실히 담았습니다. 다음에 또 워싱턴D.C.를 방문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 켈로그 컨퍼런스 호텔을 일정에 넣을 겁니다.
다음 시간에는 랜스다운 리조트앤스파(Lansdowne Resort&Spa)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