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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트럭 Jun 01. 2019

인도네시아에서 살아보기(4)

포트럭이 들려주는 소소한 이야기 : 인니 편

인도네시아는 날씨도 무덥지만 환경에 대한 규제가 높지 않아 공기 오염도 심한 편이다. 거리를 가득 채운 오토바이만 봐도 공기가 좋을 수는 없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선지 거리에 보도가 별로 없다. 더운 날씨에 나쁜 공기, 그리고 보도가 없는 거리는 산책하기 아주 안 좋은 조건이다.  


평일에야 아침 일찍 출근해 늦은 시간에 돌아오니 딱히 여가 시간이랄 것도 없지만, 주말에는 뭔가를 해야 하는데 시간을 보낼 거리가 참 없다. 그나마 주재원들에게 시간을 보내기 좋은 장소가 바로 골프장이다. 내가 묵던 아스콧 호텔 근처에만 3개의 골프장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골프 치러 나가려면 조금이라도 싼 골프장으로 가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차를 타고 1시간 30분 이상 나가야 했지만, 여기서는 10분이면 갈 수 있다. 내가 가 본 그라하 골프장은 주말 기준 1인당 그린피 8만원, 캐디피 1만2천원, 카트비 1만6천원 정도였다.  


Graha Golf club


만약 1년 이상 장기로 머물 경우 회원 가입을 하면 훨씬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연회비가 160만원 정도인데, 회원은 그린피 면제로 카트비와 캐디피만 내면 된다. 한국은 부킹이 어렵지만, 인니는 예약이 필요 없을 정도로 여유가 있어 매주 2번 이용한다고 치면 6개월 만에 본전을 뽑을 수 있다. 


그리고, 골프장 내 식당도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다. 음료는 3,000원, 웬만한 식사도 8,000원 수준에 먹을 수 있다. 무엇보다 10분 내에 골프장에 갈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메리트다. 


인니에서 처음 맞은 주말, 회사 직원들의 반강제적인 권유로 라운딩에 나섰다. 한국서 느껴보지 못한 불볕더위에 코스도 훨씬 어려워 전반 8홀을 돌고 나니 탈진할 상태였다. 어찌나 더웠던지 음료수를 쉴 새 없이 마셔댔지만 화장실을 한 번도 가지 않았을 정도로 땀이 많이 났다. 


그나마 우기라 조금 덜 더운 거라는데, 이제 막 인니에 온 나에게는 혹독한 훈련과도 같았다. 골프코스 옆에 고급빌라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코스 바로 옆에 붙어 있어 슬라이스가 나면 공이 빌라 벽에 맞거나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한국 골프장과 다른 점을 몇 가지 얘기하면, 


첫째, 1인 1 캐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을 찾거나 퍼팅 라인을 봐주는 등의 능력은 4인 1 캐디인 한국의 캐디들이 더 낫다. 그냥 골퍼가 요구하는 클럽을 가져다주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둘째, 카트는 일반적으로 골퍼가 운전하고 캐디는 골프백을 싣는 카트 뒤에 올라탄다.


셋째, 앞뒤 팀 간 일정한 간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간을 조절해 주는 진행요원이 군데군데 있다.




전반 18홀을 마치고 그늘집에 들렀다. 아침도 안 먹고 무더위에 땀을 뻘뻘 흘렸더니 기운이 쭉 빠졌다. 동료의 권유로 먹은 음식은 바로 박소(Bakso). 소고기나 닭고기, 생선으로 만든 미트볼이다. 우리나라 떡볶이처럼 길거리 곳곳에서 먹을 수 있는 국민 간식이다. 따뜻한 국물에 식감이 쫄깃했다. 핫소스를 넣어 먹으니 더 맛있었다. 


인니의 국민간식 박소(Bakso)


준비해 간 볼 20여 개를 호수에 빠뜨리거나 풀숲으로 보내고 나니 18홀이 되었다. 물론 스코어는 처참했다. 시간은 11시 30분. 7시쯤 티오프 했을 때는 그래도 참을만했는데, 더 이상 햇볕이 뜨거워서 서있기도 힘들었다. 


샤워는 집에 가서 하기로 하고, 골프장 레스토랑에서 바로 점심 식사를 했다. 우리가 주문한 요리는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요리인 소토 아얌(Soto Ayam)과 른당(Rendang). 그리고, 나시고랭이 빠질 순 없다. 


소토 아얌은 우리나라 닭곰탕과 비슷한 음식이다. 소토는 "국물", 아얌은 "닭"이라는 뜻이다. 인니 사람들은 닭고기를 참 많이 먹는다. 그래서 닭고기 값이 많이 오르면 국민들이 시위를 할 정도라고 한다. 

소토 아얌. 우리나라의 닭곰탕과 비슷한 맛이다. 


 른당은 소고기를 고추와 코코넛 밀크 등을 넣고 양념한 요리인데, 우리나라의 매운 갈비찜과 비슷한 느낌이다. 른당 역시 인니 사람들이 즐겨 먹는 대표적인 요리다.  

른당. 보기보다 맛있었다. 




무거운 골프백을 짊어지고 호텔로 돌아왔다. 입던 옷과 신발을 그대로 세탁기에 밀어 넣고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 시원한 콜라를 한 모금 마시며 보니 시계는 이제 오후 1시. 아직도 반나절이 고스란히 남았다. 


뻐근한 몸도 풀 겸 Pakuwan Mall의 마사지 거리로 갔다. 인니 최고의 가성비는 역시 마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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