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럭이 들려주는 직장생활 이야기 : 교육 편(1)
아이들은 참 빨리 자랍니다. 어느덧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딸의 교육에 관심이 가서 책을 몇 권 샀습니다. 먼저 읽은 것은 입시교육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입시가 참 많이 바뀌었더군요. 제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내신과 수능이 전부였는데, 지금은 왜 이리 복잡할까요?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학생부종합전형(줄여서 "학종")이었습니다. 학생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재학중인 고등학교가 평가하는 것이 내신이라면, 국가가 평가하는 것은 수능, 학생이 지원한 대학교가 평가하는 것이 바로 학종입니다.
내신(수행평가+시험)은 학생이 얼마나 학교의 교과과정을 충실히 수행했는지 보는 것이며, 수능은 말 그대로 일정 수준의 수학능력을 갖추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학종은 대학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인재상과 자격조건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대학 입장에서는 학종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학종의 평가 기준은 "발전 가능성",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인성"이며 입학사정관이 항목별로 등급을 부여합니다. 수능처럼 동일한 시험으로 채점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입시 공정성에서 가장 말이 많이 나오는 것이 학종이기도 하지요.
이 세 가지를 기본으로 학교마다 선발기준이 달라 대학 들어가는 방법이 수백 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교육부는 수능처럼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는 방식을 유지하지 않고 학종처럼 주관적인 제도를 도입한 것일까요?
학교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곳입니다.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학교도 같이 발전을 해왔지요. 인류 최초의 대학인 인도의 나란다(Nalanda) 대학도 불교의 발전과 관련이 깊습니다.
나란다 대학은?
서기 427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대학입니다. 불교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의학, 철학, 과학 등 다방면의 학문을 가르친 종합대학으로, 유럽 최초의 대학인 볼로냐 대학(1088년 설립)보다 600년 이상 앞섭니다. 1197년 이슬람의 침공으로 철저하게 파괴되어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지만 캠퍼스는 길이 11km, 폭 5km의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으며, 108개 사원에 학생수 1만명, 교수 2천명이 머물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지금의 학교와 같은 형태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산업혁명 시기 영국에서 였습니다. 산업화 이전에는 농사가 주업이었습니다. 농부들은 각자 알아서 농사를 지었지요. 농한기에는 특별한 일이 없어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산업화가 되면 어떤 점이 달라질까요? 근로자는 일정한 시간에 공장이라는 곳에 모여 일정한 형태의 노동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학교는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는 근로자를 양성하기 위해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집을 나서고 일정시간 동안 정해진 일을 하는 규율을 훈련하는 곳이어야 했습니다. 농사짓던 사람들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이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런던의 대표적 랜드마크 중 빅벤이 있지요? 거대한 시계탑으로, 15분 단위로 종소리가 울립니다. 이러한 시계탑이 시내 곳곳에 있어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려준 것이지요.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통일신라시대의 국학, 고려의 국자감, 조선의 성균관과 향교가 당시 사상과 이념을 가르치던 학교였습니다. 일제 강점기에서는 황국 시민 양성을 목적으로 학교가 운영되었지요. 교사와 학생들을 한자리에 모아 일본 황국을 향해 절을 시키던 관습이 있었는데, 이후 군사정권 시절에 애국조회라는 명칭으로 변화하여 군대의 아침 점호와 같은 형태로 이어져 왔습니다.
6.25전쟁으로 국토가 피폐해지고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하자 정부는 산업화 공업화에 박차를 가하게 됩니다. 이제 학교는 선진국의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성실한 산업화 역군을 기업에 공급하기 위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선진국을 따라 잡으려면 일단 그들의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해야 합니다. 암기가 중요해진 것이지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다른 나라, 기업들을 상대하려면 그들보다 한 시간이라도 더 일을 해야 했습니다. 학교는 개근상, 노력상 등을 만들어 근면 성실을 최고의 가치로 치켜 세웠습니다.
이를 통해 학교는 암기 잘하고 성실한, 당시에 필요했던 인재를 대량으로 배출했고 기업들은 이러한 인재를 활용해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 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이제 우리나라는 선진국 반열에 접어 들었습니다. 다른 나라를 따라 해서 그들이 만들어 놓은 시장을 빠르게 침투하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에 한계가 온 것입니다.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소위 PEST라고 하지요. Political 정치, Economical 경제, Socio-cultural 사회 문화, Technological 기술)도 예측이 어려울 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니즈(needs) 또한 상당히 다양화, 세분화 되었지요.
예측가능한 답이 있어 더 많이 암기만 하면 되는 방식이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제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닥쳤을때 어떻게 객관적,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주변과 협업/소통해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해진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제 사회는 비판적 사고, 협업/소통능력, 창의력, 문제해결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니 학교도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위의 요소를 기를 수 있도록 진화해야 겠지요. 교육부가 학생, 학부모, 학교의 혼란을 감수하면서도 교육과정과 입시를 계속 바꾸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입니다.
교육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