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코너에 몰렸을 때, 잠시 기다리기

by 사이프러스


최근에 이렇게 안 좋은 일이 다 몰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버거운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운명이 농간을 부리는 것처럼 매일같이 새로운 일이 터지고, 매 순간 감정이 끓어올랐다. 세상이 출구 없는 터널 같아 늘 숨이 막혔고, 이렇게 살다 죽겠지라는 체념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누가 무슨 말을 하던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감정이 상하고 머릿속은 터질 것만 같이 잡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세상이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회사에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마음속에 꿍꿍 안고 있다가 가족이나 내 소중한 사람에게 내뱉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연인과의 싸움에서도 먼지만한 사소한 일로 혼자 상처받고 화내고 헤어져야겠다고 생난리를 피워댔다.


그날도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문제로 말다툼을 하게 됐고 다 때려치워야겠다고 결심했다. 결심을 굳혀가던 중, 급한 일을 처리해야 해서 그 일에 대한 생각을 잠시 뒤로 미루게 됐는데 일처리를 끝낸 뒤, 싸운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니 왜 그렇게까지 감정이 격해졌는지 모를 정도로 마음이 가라앉아 있었다. 오히려 나의 우울과 화를 다 받아준 사람에게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 일 이후 내가 감정적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는 어떤 선택도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새파란 안경을 쓴 채로 세상을 보면 세상이 온통 새파랗게 보일 뿐이다. 내 우울한 감정이 온 세상을 지배하고 있을 때 그 어떤 것이 좋아 보일 수 있을까. 나를 위로하려고 했던 말조차 곡해해서 받아들이니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당시의 난 마음이 혼돈 자체여서 모든 걸 빨리 결정하고 안정을 찾고 싶어 했다. 평온함을 되찾고 싶었다. 그래서 더 성급하게 결정했고 오히려 잘못된 결과가 나올뻔했다. 너무 궁지에 몰렸을 때는 무언가를 바꾸려고 하지 말고 선택하려 하지 말고, 그 무시무시한 폭풍이 잠깐이라도 잦아드는 때를 기다리는 건 어떨까. 시야를 가리던 폭풍이 잠시라도 멎으면 그 너머에 있는 것이 살짝이라도 보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