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꽃

우린 물건이 아니라 하나의 꽃이다

by 사이프러스


최근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내용을 다룬 시사 프로그램을 봤다. 이들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정신질환이나 범죄와 연관된 것보다 트라우마가 될 만큼의 큰 사건, 불우한 가정환경과 더 연관성이 있었다. 특히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우리 사회의 무한 경쟁, 성공에 대한 맹목적 선망을 꼽았다. 무한경쟁 시대에서 뒤처지는 사람들이 사회나 가족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위로받지 못한 채, 집 안으로 자신을 숨기고 마는 것이다.


1등 만 최고인 각박한 시대, 성공만을 위한 무분별한 집착과 경쟁.. 이런 시대에 살고 있기에 누군가와 끊임없이 비교하고 우위에 서야 한다 생각하며 그에 미치지 못하는 나의 처지를 비관하고 절망한다. 조선시대라고 이런 게 없었겠냐만은 SNS가 발달한 요즘 시대에는 더 큰 문제로 붉어지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비교해봤자 옆집 누구, 옆 마을 누구 정도였겠지만 요즘은 저 멀리 중남미,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비교할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주변인과 비교를 해도 절망적인데 SNS를 보면서 실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까지 부러워하고 열등감을 느낀다. 절망의 벼랑 끝으로 전속력으로 달려가게 부추기는 셈이다.


나 또한 아주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학교, 회사에서 한 번도 등수를 매기지 않은 적이 없었고 경쟁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점수, 등수, 성과가 내 이름 앞에 항상 달려있었다. 이 잡것들은 내 성장을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하는데 인생의 목표가 되려고 말썽 부린다.


심지어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결혼을 할 때도 연봉, 키, 직업, 자산에 따라 점수를 매겨 줄 세우고 등급을 매긴다. 더해서 결혼한다고 공표하면 대부분 배우자의 직업은 뭔지, 신혼집은 어디에 구했는지부터 묻는다. "자가니?".. 그 사람 집이 자가든 전세든 월세든, 세를 대신 내줄 것도 대출이자를 대신 내줄 것도 아니면서 왜 묻는 걸까. 저 사람이 나보다 좋은 집에 사는지, 좋은 직업을 가졌는지, 더 돈을 많이 버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배우자 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만나게 되고 결혼에 이르게 되었는지 서사가 아니라 그 사람이 최종적으로 갖게 되는 물질적인 것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성공이 마치 삶의 본질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전교 1등이 되고, 토익 990점을 받고, 명문대를 졸업하면 분명 더 좋은 보상이 따를 것이다. 누가 봐도 다 가진 배우자를 만나면 그만큼 누리며 살 수도 있다. 이 욕심은 추잡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잘 살고 싶고, 좋은 것을 갖고 싶은 인간의 본능이다. 또한 1등이 되었을 때의 성취감은 나를 한층 더 성장시킬 것이고, 그런 성장의 연속이 나의 삶을 안정시키고 풍부하게 해 줄 수 있다. 1등이 되기 위한 노력은 이처럼 긍정적인 면이 많다. 버려야 하는 것은 1등이 되려는 과정에서 남과 비교하여 절망하고 나를 옭아매어 가차 없이 채찍질하는 것이고 물질적으로 갖지 못한 타인을 무시하는 것이다.


우린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이 아니기에 조금 흠집이 있어도 되고, 불순물이 섞여 있어도 되고, 다른 것과 모양이 조금 달라도 아무 상관이 없다. 편의점 매대 제일 앞에 놓이지 않아도 되고, 많이 팔릴 필요도 없다.


우리는 물건이 아니라 하나의 꽃이다. 어떤 꽃도 1등이란 타이틀은 필요 없다. 꽃들은 저마다 가지는 특유의 향을 뿜는다. 나라는 꽃이 가진 특유의 향을 찾아내고 다른 꽃과 함께 어우러져 더 풍부한 향을 만들어 나가길 바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