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한방에 날리려 하지 않기

오랫동안 쌓인 감정을 단번에 차 버릴 수는 없다

by 사이프러스


어느 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무엇에서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시들어 버릴 때가 있다. 번아웃, 무기력, 우울.. 이런 골치 아픈 감정은 격한 인생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사람이나 누가 봐도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이나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것이다.


상사한테 말도 안 되는 화 받이가 되었거나, 친구와 작은 일로 마음이 상했거나, 주식 이놈이 끝도 모르고 내려가거나 등등 기분을 침체시키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모든 일들이 낙엽이 쌓이듯 하나하나 쌓이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 감당하지 못할 무게가 된다.


아주 사소한 것이어도 계속된 악재나 부정적인 감정을 연속적으로 마주하다 보면 결국 '왜 나한테는 안 좋은 일들만 생길까, 난 왜 이렇게 운이 나쁠까'라고 생각하며 우울한 일들을 차곡히 쌓게 된다. 그것에 파묻히는 순간 몸도 마음도 파업을 하기에 이른다. 아무리 가벼운 낙엽이라도 쌓이도 또 쌓이면 일어나기도 버거울 정도가 돼버린다. 한 번에 툭 털고 일어나서 정리할 수가 없다. 너무 무거워 치워 내는 것을 포기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한 번에 치워내지 못한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무기력과 우울에서 벗어나려고 내가 이렇게까지 노력했는데 왜 나아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또 우울해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쌓일 때도 오랜 시간 동안 하나하나 쌓였듯이 치워내는 것도 하나씩 하는 게 수순이다.


포클레인을 가져와서 한 번에 퍼가면 좋겠지만, 감정의 청소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처음부터 중장비를 사용할 수 있을 리 없다. 당장은 빗자루라도 집어 들어 하나하나 쓸어내야 한다. 작은 위로 몇 개, 작은 성취감 몇 개, 작은 기쁨 몇 개.. 이런 것들로 우울하고 기분 나쁜 감정을 하나씩 치워내는 것이다. 하나씩 치우다 보면 어느덧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무게가 된다.



분명 낙엽을 치우는 와중에도 눈치 없게 낙엽은 또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떨어지는 낙엽을 내가 요리조리 피할 수는 없다. 애초에 피할 수 있는 거면 쌓이게 두지도 않았다. 떨어지는 낙엽이 있다면 자연의 섭리로 생각하고 낙엽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도록 나만의 청소 노하우를 발전시키는 것이 우울에서 벗어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