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프러스 Nov 11. 2023

0. 나에게 결혼과 출산이란 어떤 의미일까

어느 아이의 탄생

결혼,

꼭 해야 할까


혼자 살아도 잘 살 거라는 얘기 많이 듣고 살았습니다. 저 역시도 굳이 나이에 쫓겨 그저 그런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았고요. 대단히 화려한 결혼을 원하진 않았지만(꿈꿔보긴 했습니다.. 신데렐라 같은 거.. 재벌 3세 이런 거..) 제가 정말 사랑해서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생길 때 할 거라고 굳은 다짐을 했었죠.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결혼은 현실인데 전 점점 현실과 멀어지는 다짐을 하는 것만 같았어요. 저런 생각을 하니 연애도 잘 못하고, 연애를 해도 그저 남자친구이지 남편이 된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 전 여행, 동물, 자기 계발 이런 걸 좋아하니 평생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아도 되겠다 생각했죠. 단군이래 여자 혼자 살기 이렇게 좋은 때가 없었잖아요. 주변은 이미 다 결혼하고 더 이상 받을 부케도 없게 되었지만 조건 맞춘 결혼은 필요 없었습니다. 삼촌이 갈빗집에서 주선해 준 소개팅이 떠오르네요. 이 남자가 서울에 아파트가 있다며 결혼하면 돈 걱정은 없을 거라고 했는데, 제가 서울 아파트에서 살아보려고 결혼하는 건 좀 아니잖아요?


하지만 이런 저에게도 결혼해서 옆에 꼭 붙여두고 싶은 사람이 생겼습니다. 결혼은 힘들었습니다. 부모님이 정말 싫어할 핸디캡이 상대에게 있었거든요. 저도 마음을 접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것 때문에 이 좋은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결국 결혼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그 손을 놓지 않은 것이 제 인생에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뭐가 그렇게 좋았냐고요? 30대 후반이 된 지금까지 이렇게 감정적으로 가득 찬 적이 없었습니다. 행복이나 기쁨 이런 따스한 기분으로 온화하게 감싸며 제가 온전해진 느낌을 이 사람을 만나며 비로소 느끼게 되었으니 결혼 안 할 수 없겠죠?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원하는 직업을 얻으며 충분히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 살아왔지만 남녀의 '사랑'이란 그런 것과는 별개의 돋보적인 감정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주 오랜 후에 이 글을 다시 보면 아주 X랄을 해놨구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저는 이 사람과 함께 하면서 느낀 감정만으로도 남은 평생을 살 수 있을 만큼 온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결혼, 전 꼭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다면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아이를 만드는 건 솔직히 제가 아무리 이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도 바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여행이나 동물, 자기 계발 이런 걸 좋아하니까요. 아이가 생기면 다 마음껏 하기 어려운 것들이죠. 제 인생이 제일 소중하다고 배우며 자라온 세대라서 그런가 '아이를 위한 희생' 이런 단어가 참 와닿지 않았습니다. 사실 아이를 안 좋아하기도 했고요. 뭔가 귀찮은 존재, 항상 손이 가는 존재라고 생각했고 어쨌든 크면 자기 인생 살 텐데 그때까지 내 인생을 희생하고 저당 잡히는 건가 이런 생각도 했었고요. 빠뜻하게 한 달을 꾸려 생활을 하는데 아이에게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그런 고민도 컸습니다. 저도 어려운 형편에서 자라 학원 한 번 다녀보지 못했고 모든 행동에 그놈의 돈 때문에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고민도 깊어졌죠. '저렇게 가난한데 왜 애를 낳았을까''제대로 못 키울 거면 낳지를 말아야지' 이런 생각 결혼 전엔 지배적이습니다. 자발적 혼주의자였던 저의 편견이었죠.


어쩌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겐 특별히 아이를 가져야 할 계기가 있던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아이를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결혼과 동시에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그저 현시대의 많은 것들이 그런 본능을 가로막는 것은 아닐까요. 저처럼 돈 문제나 자기 계발, 직장문제와 같은 것으로요. 는 중증선택장애라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는 한번 생기면 절대로 물릴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아이를 갖기로 결심했습니다. 저 혼자의 성장보다 둘이 함께 하는 행복을 알았기 때문에 그 둘 사이에 더 큰 행복이 탄생하길 바라며 긴 여정을 시작하려 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