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프러스 Feb 15. 2024

8. 직장에서처럼 아이를 비교하나요

어느 아이의 탄생

직장에서처럼

아이들을

비교하나요


SNS에 보면 '50일 만에 통 잔 아기 비', '두 돌에 한글 뗀 비법', '스스로 준비물 챙기는 5살' 이런 내용 많이 보이죠? 이놈의 애증의 알고리즘이란.. 이런 게시물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전 처음엔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하면서 따라도 해보고 잘 안되면 우리 아인 왜 못하지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저는 회사에서 "ㅇㅇ는 잘만하던데 □□는 왜 이렇게 답답하게 일하나?" 이런 소리를 듣고 몇 날며칠 분이 안 풀리고 저놈의 꼰대상사 네 까짓게 뭔데 날 판단하냐, 죽을 때까지 저주하겠다 이렇게 생각했는데요. 그런데 너무 쉽게 다른 아이와 내 아이를 비교 버리고 말았습니다. 백일 된 아기한테 넌 왜 다른 아기들처럼 통잠을 못 자니 하면 말도 못 하는데 아기 입장에서 얼마나 억울할 일이에요. 집이 회사도 아니고 승진할 것도 아닌데 평가하고 비교할 필요 없잖아요.


엄마아빠는

도와주기만


제가 다니는 회사는 운전이 필수인데요. 대체 왜인지 저는 운전이 너무 무섭고 연습해도 잘 늘지 않더라고요. 그런 저에게 선배는 남들 다하는 거 너는 왜 못하냐며  윽박지르기도 했습니다. 다 큰 성인인데도 그 윽박지르는 소리에 오히려 더 못하겠는 거예요. 나중엔 운전 못하는 걸로 자존감이 너무 낮아져 내가 여기서 쓸모없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전 꽤나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고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 여기고 사는데 그 선배의 몇 마디에 그렇게 주늑이 들더라고요. 어린아이들은 어떻겠어요. 게다가 별로 제게 가치 없는 선배가 한 말에도 상처입는데 아이의 우주인 부모가 그런 말을 하면 아이 마음은 큰 상처를 입겠죠.


전 부모는 도우미 역할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 대신 걸어주거나 아이 대신 양치하는 것 아니라 로 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격려해 주는 것이죠.


내향적이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어려운 아이는 학교에서 발표시간이 공포로 다가오죠. 성인이 되면 먹고살려고 발표도 강의도 해야 하지만 어렸을 때는 그저 피하고만 싶잖아요. 이 아이에게 억지로 시키거나 못한다고 혼내기만 하면 아이 마음이 어떨까요. 극성부모가 돼서 학교에 전화를 넣어 "우리 아인 그런 성향 아니니까 이젠 시키지 마세요" 이런 의미 아니죠? 그런 발표의 순간이 올 수밖에 없고 어려워도 피할 수 없는 길임을 알려주고 잘하면 칭찬을 못하면 격려를 해주는 거예요. 누구는 남들 앞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는데 넌 왜 발표도 못하니. 이거 아이에게 쌍욕 하는 거랑 다를 게 없어요.


저는 비록 운전은 손발이 바뀐 건가 싶을 정도로 형편없지만 보고서도 잘 쓰고 잡기에 강하며 센스 있게 일처리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잖아요. 모든 걸 가진 사람은 없어요. 못하지만 꼭 필요한 건 꾸준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거고 그렇지 않다면 꼭 잘하게 매달릴 필요 없어요. 모두가 말하잖아요. 사람마다 강점이 다르다고. 흔해 빠진 말 같나요? 진리의 말은  모두가 진리임을 알기에 널리 퍼져 있어 흔해 보이기 쉬어요. 하지만 그 진리를 몸소 깨닫는 사람에겐 말의 무게가 달라지겠죠.


내 부모님은

때려서라도

공부시키지 않았을까


다른 아이들은 다 잘하는데, 다 빨리 다음단계로 넘어가는데 내 아이만 느리거나 못한다면 조바심 나고 혹시 문제 있는 건 아닐까 걱정도 돼요. 당연해요. 아이가 소중하니까 당연히 드는 마음이에요.  내 아이는 뭐든 잘해서 칭찬받고 인기를 얻고, 좋은 직장을 얻어 편하고 안락하게 살길 바라는 음이 부모에게 조바심을 일으키는 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모가 이미 그 길을 걸어왔기에 사회가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알고 이걸 잘해야 먹고살기 편하고 이대로 두면 그저 그런 인생을 살 거라는 걸 과거 경험에서 뼈저리게 알고 있으니까요.


저도 영어는 무조건 어렸 때부터, 최대한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 다 동의해요. 제가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요. 왜 우리 부모님은 나를 때려서라도 공부시켜 좋은 대학 안 보냈을까. 좋은 대학으로 시작하고 좋은 직장으로 시작했다면 훨씬 더 누리고 살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제가 그럴 능력과 의지가 안 되었던 거고 만약 나를 때리거나 윽박지르거나 계속 잔소리해 가며 공부공부공부.. 이렇게 괴롭혔다면 전 정말 제 유년시절이 끔찍했을 거예요.


아이가 잘하고 흥미있어한다면 충분히 지원해 줘야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요. 억지로라도 우수한 인재로 만들어 사회에 내보내기보단 좀 더 행복하고 여유로웠던 유년시절을 들어주고 싶어요. 그게 훗날 아이가 고난을 맞이했을 때  풍부하고 따뜻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견뎌내고 충족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7. 안 싸우는 부부는 있어도 안 싸우는 부모는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