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방: 게으른 작가가 글 쓰는 법
저는 공간이 주는 힘을 믿는 사람입니다. 어느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뇌가 활성화되는 부분이 달라지니까요.
글쓰기도 마찬가지더라고요. 핑계일 수도 있고, 제가 게으른 사람이라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저는 글 쓰는 공간이 정해져 있어야 글이 잘 써지는 타입입니다. 조용한 집필 장소가 저에게는 몰입의 조건인 거죠.
예전에 살던 집에선 제 방을 아예 서재방으로 꾸며 읽고, 쓰는 삶을 산 적이 있었습니다. 벽면이 전부 책으로 둘러싸인 황홀한 곳에서 마음껏 읽고, 마음껏 쓰며 지적 유희를 즐겼던 날들이었죠. 그 덕분에 첫 책인 [지식 크리에이터로 사는 법]도 출간할 수 있었고요.
확실히 공간이 주는 힘이 있습니다. '이 공간은 작가의 방이다.', '이 공간은 집필실이다', '이 공간은 베스트셀러가 나오는 공간이다'라고 명명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거죠. 그렇게 이곳에서 글쓰기에 시간을 쏟고, 타자를 두드리는 소리를 많이 낸다면 이 공간에서도 책 한 권이 나오게 될 겁니다.
이번에도 이사 올 때부터 집필실을 만들어야겠다 다짐을 했었습니다. 집필실은 작가의 정체성이니까요. 제 방을 글쓰기에만 전념할 수 있는 공간으로 데스크 셋업을 열심히 합니다. 원래 이 시간이 가장 즐겁잖아요.
글쓰기 자체는, 어쩌면 힘들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을 만들기 위해 장소를 꾸미고, 데스크 셋업을 하는 시간은 참 즐겁고 재미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런 시간을 자주 가지려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립니다. 책상 구조배치를 바꾸기도 하고, 모니터 위치를 바꾸기도 하면서 창작의 시간이 즐겁도록 불을 지핍니다.
그렇게 이 공간이 사랑스러워지고, 마음이 가고, 애정이 생기면 훨씬 더 수월하게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칠 수 있게 되더라고요. 뭐, 이렇게 집필실을 만든다고 해서 글이 술술 써지거나 하는 마법은 펼쳐지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 공간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나는 작가다!'라는 마음이 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만족스럽더라고요. 작가의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글쓰기의 첫걸음이니까요.
그렇게 저는 오늘도 자기만의 방에서 글을 씁니다. 작가의 방, 집필실에서 독자와 만날 날을 그리며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