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이 두려웠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가 늘고 있다는 뉴스가 계속 나온다. 고령 산모의 증가로 인해 기형아 출산도 늘어간다고 말한다. 두려웠다. 노산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나의 아이를 건강하게 낳아 키우고 싶었다.
2009년 현 남편 (구 남자 친구)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는 엄마가 되기 위해 결혼을 하자고 했다. 당시 내 남자 친구(현 남편)은 남자 친구로도 훌륭하지만 아빠로도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남자 친구로부터 돌아오는 매몰찬 한마디.
"그렇게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싶으면 지금 당장 결혼해줄 남자를 만나."
남자 친구는 당시 대학원 석사과정 중이었다. 박사로 학업을 다 마치려면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나는 다른 남자와의 결혼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기에 당장이라도 갖고 싶은 애를 포기해가며 남자 친구와 7년간 열애 끝에 결혼했다.
결혼을 하고 가장 기뻤던 일은 바로 지금 당장이라도 임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이때 결혼한 부부의 임신은 축하받아 마땅한 일이기 때문이다. 1년간 신혼생활을 가지자던 남편을 설득해 드디어 계획 임신에 성공했다. 2015년 5월에 결혼하고 2015년 12월에 임신을 했다.
임신을 하고 나를 맞은 건 극심한 입덧이었다. 한 생명은 나를 입덧이라는 처절한 고통 속으로 밀어 넣었다. 마냥 행복할 것만 같았던 아이를 낳는 과정은 처음부터 고행길이었다. 매일매일 먹고 토하는 일상, 기운이 없어 일하기도 버거웠던 하루, 제발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울부짖던 입덧의 과정이 끝나니 이번에는 임신성 당뇨가 찾아왔다.
임신성 당뇨에서 재검 판정을 받았다. 친언니도 임신성 당뇨로 식단 관리를 하면서 조절을 했었다. 그게 나에게 찾아왔다. 간호사로서 임신성 당뇨가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도 잘 아는 나는 정말 두려웠다. 다행히 임신성 당뇨는 재검에서 정상으로 나왔다. 그것도 살짝 애매하게 말이다.
수치상으로는 정상이었지만 나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나는 그렇게 임신성 당뇨 아닌 임신성 당뇨 임신부로 남은 임신기간을 보냈다. 철저한 식단 관리와 운동이 함께했다. 태어나서 그렇게 열심히 식이조절을 하고 운동을 해본 적이 없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저절로 하늘에서 아이가 떨어지는 것 같은 쉬운 일은 절대로 아니었다.
그리고 출산. 아, 나는 정말 몰랐다. 육아가 이런 건지. 마냥 꿈만 꿔오던 나와 남편을 닮은 예쁜 아이를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아니 힘든 것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핑크빛 장밋빛 미래만 꿈꿔왔다. 남들이 힘들다 힘들다 해도 나는 잘 해낼 줄 알았다. 하지만 시댁, 친정 도움을 받지 않고 하는 육아는 전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