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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진엄마재송 Dec 04. 2022

책으로 육아를 배운 이야기


 나는 우리 엄마처럼 내 아이를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와 같은 삶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임신도, 출산도, 육아도 처음이지만 엄마에게 손 벌리고 싶지 않았다. 나만의 육아를 스스로 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잘 몰랐다.


 육아 초반에는 임신 전에 육아용품을 검색할 때처럼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궁금한 것은 바로 검색창에 검색을 했다. 육아용품은 내가 모르는 것들이기에 다른 사람들이 먼저 사용한 후기가 필수였다. 써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큰돈을 지불할 수 없었다. 육아 용품 말고도 당장 내가 살기 위해 수면 교육도 검색했다. 잠을 잘 재운다는 스와들업, 하자마자 잠이 든다는 요술 아기띠 등등 검색은 또 다른 검색을 가져왔다. 그렇게 하루 종일 고민만 하다가 결제도 하지 못하고 하루는 끝이 나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검색하고 고르지 못하고 끝이 나는 하루의 무한 반복이었다.


 인터넷상에서의 정보는 오락가락했다. 누구는 휴대용 유모차가 더 좋다고 하고, 누구는 디럭스 유모차가 더 좋다고 했다. 이는 상황에 따라 맞을 때가 있지만 아예 사실과 다른 이야기도 많았다. 허무 맹랑한 글이 무한 재생산되면서 계속 유포되었다. 이처럼 사실이 아닐 수도 있는 다른 엄마들의 댓글 한마디에 내 아이의 팔자를 맡길 수 없었다. 그리고 검색한다고 핸드폰을 계속 손에 들고 다니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글이 아닌 책에 있는 정제된 내용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책도 무조건 사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여러 사람을 거쳐 수정되었고 적어도 책을 쓴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근거를 찾고 글을 쓸 테니까 말이다. 핸드폰이 아닌 책을 손에 쥐고 있으니 죄책감도 들지 않고 마음이 편했다.


 책 팔자라는 말이 있다. 엄마가 어떤 육아서를 읽었느냐에 따라서 아이의 인생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엄마가 수면교육을 강조하는 책을 읽으면 아이는 그렇게 자라고, 애착육아를 강조하는 책을 읽으면 그렇게 자란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 아이들도 책 팔자다. 나는 육아를 책으로 배웠다. 어렸을 적 부모에게 사랑받고 큰 기억이 없다. 내 기억 속 부모님은 나를 혼내고 때리고 무시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어떻게 사랑을 주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내 부모처럼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았다. 좋은 육아의 방법이 적혀있는 책을 보며 간접적으로 육아를 배워나갔다. 그때 읽은 책은 <극한 육아 상담소>, <무조건 엄마 편>, <감정코칭>, <전통 육아의 비밀>, <믿는 만큼 크는 아이들>, <완벽하지 않아서 행복한 스웨덴 육아>였다. 책을 읽으니 어떻게 키워야 할지 알게 되었다. 


 책을 읽으니 어떻게 키워야 할지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궁금해하는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책은 정보만 준 것이 아니었다. 육아로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그때는 원래 그렇다는 전문가와 선배 엄마들의 위로는 큰 힘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안 힘들고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렇게 화내면서 육아하는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한 게 아니었다. 그때는 원래 그런 시기였다. 시기별로 같은 고민을 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깊게 공감하고 해결책을 배웠다.


 물론 책이 모든 상황에서 딱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전문가나 많은 아이를 키워보고 경험한 엄마라고 해도 말이다. 모든 아이는 각기 다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책에서 나오는 내용이 절대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책을 통해 커다란 원칙을 세워 그 원칙을 따라 하되, 내 상황에 맞게 아이 상황에 맞게 필요한 것을 적절히 응용했다. 한 가지 원칙을 고수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이 책 저 책 섞어가면서 육아를 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경험을 하는 선배 엄마와 전문가 덕에 그나마 수월한 육아를 할 수 있었다. 나만 그렇지 않고 모든 사람이 다 그러니 괜찮다는 마음의 위안은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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