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로 받을 수 있는 상담
지독한 육아 우울증으로 '죽으면 고통이 사라져 행복해지겠다'는 생각이 내 마음을 잠식했다. 아이와 남편에게도 오히려 내가 없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종일 우울한 얼굴을 하고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살며 요리 청소 빨래 등 기본적인 일은 회사에 다니는 남편이 거의 해주고 오직 아이 모유수유 정도만 하고 지냈는데도 우울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어느 날 베란다로 떨어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행복하다.
이렇게 행복해지기 위해 나는 5가지 일을 했다. 상담과 독서, 운동, 명상, 글쓰기가 그것이다.
먼저 상담이다.
우울해하는 나를 위해 남편이 상담을 권유했다. 남편 회사에서 복지로 지원해 주는 혜택으로 무료 상담을 해주니 받아보라고 했다. 원래 상담은 1회기가 10만 원인데 1년에 총 10회기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무려 100만 원에 달하는 혜택이었다. 그전에는 내가 상담이 필요한 정도라고 생각 못했다. 그리고 가격 때문에 쉽사리 시도할 수도 없었다. 단순하게 무료니까 상담을 시작했는데, 상담은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나는데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단 10회기였고 10회기가 내 증상을 모두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찾아보니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나라의 지원으로 무료로 상담을 해줬다. 상담을 받으려면 내가 사는 지역에 있는지 확인을 하고 해당 센터에 전화해서 예약을 하면 된다. 내가 예약할 때는 평일 낮 시간에는 바로 예약할 수 있었지만, 저녁시간 상담은 예약이 밀려 3개월 정도 대기가 있었다. 남편이 근무 중이었고 돌도 안된 아기를 키우고 있었기에 남편과 함께 상담을 받기 위해 저녁 상담을 예약하고 기다렸다. 다행히 예정 시간보다 조금 더 빠르게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10회기의 상담을 통해 나의 육아 우울증과 세균 강박은 좋아졌고, 남편과의 관계도 회복되어 이혼위기도 극복했다.
상담을 받으며 상담사선생님의 기술 덕분에 내가 좋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직 간호사라 학교에서 상담 관련 과목도 들었는데, 상담의 기본은 들어주는 것이다. 상담사 선생님은 정말 그 기본에 충실했다.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했다. 그럼 또 내가 생각해서 그 질문에 대답을 하는 형식으로 상담이 진행되었다. 선생님은 가끔 힌트가 될 수 있는 말도 해주긴 했지만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았다. 상담은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을 앞에 두고 머릿속에만 있던 내 생각과 감정을 꺼내 정리하는 과정이었다. 상담사 선생님은 내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말할 수 있도록 코치하고 내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안내해 주는 역할을 했다.
주변에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럼 무조건 상담부터 받으라고 이야기한다. 그럼 비싸서 못하겠다는 대답을 많이 들었다. 찾아보면 돈을 내지 않고 무료로 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하고,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연락해서 무료로 상담받은 내 이야기를 전한다. 상담이 정말 중요하다고, 내가 나의 상황을 설명하고 내 기분을 말하면서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이다.
게다가 부부사이에 문제가 있을 때는 꼭 받으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상담을 하게 되면 아내와 남편 상담사 셋이 한자리에 모여 문제가 된 사건인 보통 싸웠던 일을 왜 싸우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인데 상대방이 배우자에 대한 비난 없이 객관적으로 상담사에게 설명을 하는 것을 듣다 보면, 배우자가 나에게는 말하지 않아 내가 알지 못하는 행동이나 말을 한 이유까지도 들을 수 있다. 이유는 알지 못한 채 이럴 거라고 가정하고 우리는 화를 내곤 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그 이유가 아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다면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는 거다.
변화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 변화는 서서히 스며든다. 그리고 작은 변화가 시작되면 처음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작은 불티였지만 산을 결국 태워버리듯, 우울했던 마음을 태워버리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지금 힘들다면, 작은 불티를 만들듯 집 근처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전화해서 무료 상담을 예약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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