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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진엄마재송 Oct 31. 2023

내가 잘하고 있는 것

나는 잘하고 있으니 내가 무엇을 하든 칭찬하고 응원하자. 



 평일이면 첫째 아이 학교에 데려다주고 둘째와 집으로 돌아갈 때 첫 째 학교와 집 사이에 있는 산길을 이용한다. 사실 산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동산이다. 아무튼 산길을 걸으면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든다. 요새 반성하는 글을 많이 적었다. 내가 정말로 형편없는 삶을 산건가? 아직 제대로 원하는 습관을 만들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습관이 없는 걸까? 그건 아니다. 내가 바라는 습관은 아직 없어도 습관이 아예 없던 때보다는 습관은 있다. 나는 10년 전의 나보다도, 5년 전의 나보다도, 그리고 1년 전의 나보다도 더 성장했다. 스스로의 성취를 너무 깎아내리기에 급급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다들 놀랍고 대단하다면서 잘하고 있으니 자신감을 가지라고 자주 말해준다. 남들은 나를 대단하게 보는데 왜 나는 나를 아직 습관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사람으로 자책만 하는 걸까.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적어보기로 했다. 시간이 없으니 정말 간단하게!






 첫째. 아침형 인간이다. 


 저녁형 인간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이건 정말이다. 유전자 검사 결과가 그렇다) 태생부터 올빼미다. 심지어 간호사를 할 때 아침 근무보다 밤 근무가 더 편했다. 새벽에 깨어있는 건 일상이었으니까. 그런 내가 이제는 새벽에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평소에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4시에서 6시 사이에 눈이 떠진다. 정말로 늦어도 6시 전에는 일어난다. 심지어 새벽 2시에 자도 6시에 일어난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서 내가 하고자 하는 루틴을 지킨다. 


 심호흡, 기지개 스트레칭, 레몬 물 마시기, 보리차 끓이고 녹차 마시기, 시각화, 확언, 모닝페이지, 5분 저널, 명상, 폼롤러 스트레칭은 기본으로 하고 추가로 운동과 글쓰기를 한다. 그리고 그 추가로 하는 운동과 글쓰기도 3일 전부터는 매일 하려고 노력 중이다. 정규 일과가 시작되기 전에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한다. 물론 매일 하지 못했다. 제대로 하면 2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 일이지만 약식으로 30분 만에 끝내기도 한다. 못하고 넘어갈 때도 있다. 한 달 이상 오랜 기간 쉰 적도 4번이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는 거다. 새벽에 일어나기로 결심한 2019년부터 지금까지 중간의 큰 고비가 여러 번 있었지만 끈을 놓지 않고 계속했다. 그리고 그건 내 강점이다.


 둘째. 손으로 하는 활동을 잘한다. 요리나 바느질, 종이접기, 그림 그리기 등. 


 요리는 설탕이나 화학조미료, 첨가물 없이 간단한 재료로만 만드는데 맛이 있다. 재료가 좋아서 그런 건지 내 손맛이 좋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먹어봤을 때 맛있다. 아침도 간단하지만 건강식으로 직접 만들고, 저녁에도 비슷한 메뉴가 많이 나오긴 하지만 건강하고 양식 한식을 가리지 않고 맛있게 잘 만든다. 


 바느질로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 색동 한복도 지어봤다. 첫째 태교할 때는 애벌레 인형, 곰돌이 인형, 토끼인형, 배냇저고리, 속싸개, 모자, 손싸개, 발싸개를 직접 만들었다. 간단한 옷수선도 직접 한다. 손 바느질이지만 언젠가 미싱을 사서 내 옷도 만들어 입어보는 것이 꿈이다. 


 종이접기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어려운 종이접기도 곧잘 한다. 손끝이 야무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림을 그리는 건 직접적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가끔 그리면 스스로 만족스럽다. 특징을 잘 살려 그린다. 한번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 


 셋째.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는 레스 웨이스트다. 지구를 사랑해서 일회용품을 덜 쓰려고 노력하며 쓰레기가 적게 나오도록 노력한다. 환경 친화적 물품을 산다. 


 넷째. 책을 많이 읽는다. 


 다섯째. 아이들을 많이 사랑한다. 


 여섯째. 아이들이 잘 자랐다. 부모가 잘하니까 애들도 잘 자란 거다. 


 일곱째. 취미가 많다. 이것저것 많이 배우고 있다. 요리, 독서모임, 어반스케치, 꽃꽂이에 요가와 방송댄스까지 배우고 있다. 


 여덟째. 건강하고 동안이다. 평소에 활동을 많이 해서 몸에 근육이 많고 체지방이 적다. 건강식위주로 먹으니 몸도 건강하다.  화장품을 거의 바르지 않는데도 피부결이 좋다. 잘 먹으니 피부도 좋고 그러니 동안으로 보인다고 혼자 생각한다. 아니 남편도 같이 생각한다. 






 일단 생각나는 것 몇 개만 적어봤다. 잘하는 건 이것보다도 더 많다. 앞으로 내 단점에 집중하지 않고 장점에 집중해야겠다. 이게 바로 나를 사랑하는 일이다. 게다가 글을 매일 쓰겠다고 다짐했다. 그것도 하루의 시작 전에. 그런데 지금 글을 쓰는 시간은 9시 55분이다. 변명이지만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기적의 아침을 약식으로 진행했고, 낮에는 운동하고 피곤해서 낮잠까지 자고 나니 애들 데려갈 시간이었다. 그래서 낮 동안에는 못 썼다. 평소 같으면 목표도 못 지킨다고 나를 자책했을 거다. 하지만 나는 나를 사랑하고 내가 어떤 일을 하든지 응원하기로 했으니까 꾸준히 쓰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웃으며 기쁨과 감사를 보낸다. 사실 지금도 글 안 쓰고 그냥 자도 되지만 쓰는 내가 참 대견하다!!!!! 이렇게 대견하다고 느끼는 내가 참 사랑스럽다. 나는 잘하는 게 참 많은 사람이다. 나는 더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쳐도 된다. 지금도 충분하다. 지금도 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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