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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진엄마재송 Oct 30. 2023

하루의 시작이 중요하다

아침부터 아이와 밥 때문에 화내면서 하루를 보내지 말자. 



 반성한다. 하루의 시작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그동안 그 중요한 하루의 시작을 망치기만 했다. 그러니 잘못 끼운 단추처럼 하루의 중간도 끝도 다 엉망이었다. 이 이야기를 풀어놓는 이유는 내 번아웃의 원인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원인을 알아야 고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잠을 줄여가며 너무나도 많은 활동을 하면서 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을 7시간을 이상을 자려고 노력하고 있고 쉽지 않지만 늦게까지 깨어있지 않고 빨리 자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번아웃으로 고생한다.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원래 우울증이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죽음을 생각했다. 죽고 싶다는 그런 감정은 아니고 정말 내가 죽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항상 우울하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항상 즐겁지도 않았다. 그냥 그냥 하루를 살아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정말 죽고 싶다고 느낀 우울증은 출산과 육아를 하며 찾아왔다. 이전에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찾아오지 않았을 극심한 우울증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우울증은 지금도 계속 내 주위를 맴돌며 나를 괴롭힌다. 좀 좋아졌다가 다시 돌아오고 좀 나아졌나 싶으면 다시 시작되는 그런 상태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가지고 있다. 내 남은 삶의 목표는 시한폭탄을 안전하게 해체해서 제거하는 것이다. 불쑥불쑥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첫 아이를 출산하고 상담, 독서, 운동, 명상, 기적의 아침(미라클 모닝)을 하며 우울증을 상당히 떨쳐냈지만 아직도 작게 남은 우울증은 번식의 기회가 찾아오면 야금야금 불어나서 나를 잠식해 버린다. 그게 가장 최근의 일이다. 최근에 작은 변화가 있었다. 그건 바로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첫째를 위해 시작한 1월 중순부터 시작한 육아휴직이다. 원래 2016년 8월부터 2020년도 11월까지 육아휴직을 하느라 아이를 온전히 혼자 봤었다. 이후 재취업에 성공해서 2020년도 12월부터 2023년 1월 초까지 엄마보다 직장인의 삶을 살았다. 엄마의 역할은 시어머님이 해주셨다. 출퇴근이 편도로 1시간이 걸리고 신입직원이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집에 오면 저녁 먹고 바로 자기 일쑤였다. 아이들을 주말에 보기는 했지만 혼자 보는 건 아니었다. 남편과 함께니까. 어머님덕에 편한 삶을 살았다. 그런데 육아휴직을 시작하고 시어머님 찬스를 더 이상 쓸 수 없었다. 평일 육아는 오롯이 나 혼자만의 몫이었다. 그리고 다시 온전한 엄마의 역할을 다시 하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가장 힘든 일은 아이들의 아침을 챙기는 일이다. 건강과 자연식에 관심이 많아 아이들에게 인공 첨가물, 조미료, 보존료등이 없는 건강한 집밥을 아침으로 만들어줬다. 정말로 건강하다. 그래서 그런가 아이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뭐 좋아할 때도 있는데 그건 아침이 아니라 점심이나 저녁으로 만들어줄 때 그랬다. 어머님은 애들이 아침에는 입맛이 없다고 잘 안 먹는다고 하셨다. 정말이었다. 평소에 하는 건강한 음식 말고 애들이 좋아하는 건강하지 않은 아침을 해줘도 잘 먹지 않더라. 그냥 애들이 안 먹으면 안 먹나 보다 하고 떨쳐내면 되는데 그게 정말 쉽지 않았다. 


 첫째의 키는 그나마 중간은 가지만 둘째는 3~5%에 속했다. 심지어 100일 즈음에는 아예 성장 곡선 안에 들지도 못했다. 언제나 항상 작았다. 작게 큰 것도 내 실수 때문이라 볼 때마다 죄책감을 느낀다. 잘 먹어야 클 텐데 밥까지 안 먹으니 내 속이 문들어진다. 소리를 지르고 협박을 해 아이를 울려가며 어느 정도 먹이지만 이런 과정들이 나와 아이에게 서로 고통이다. 


 게다가 빨리 밥을 먹어야 누나 학교 데려다주러 같이 가는데 도저히 먹지를 않고 장난만 친다. 어찌어찌 먹이고 학교를 가는데 늦게나와 허겁지겁 나간다. 마음속으로는 8시 30분에는 학교에 도착했으면 했는데 집에서 30분에 출발하면 감지덕지다. 애들 걸음으로 학교까지 15분이 걸리는데 보통 40~45분쯤에 나갔다. 애들은 지각에 대한 공포가 없어서 그런가 항상 천하태평이다. 그러니 갈 때도 애들을 채근하고 험악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아이 학교와 우리 집 사이에 작은 동산이 있어 아침에 산을 통해서 학교에 가겠다는 로망이 있었다. 게다가 아이 학교에서 40분 전에 오면 신나는 아침 등굣길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아침에 줄넘기 같은 신체 활동을 하는 건데 늦게 가니 거의 하지 못했다. 내 로망인 산에도 오르고 신나는 아침 등굣길도 참여하려면 8시에는 집에서 나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또 짜증 만난다. 그렇게 아침 9시가 되기 전에 하루의 시작을 나락으로 보내버렸다. 아침을 망치니 남은 하루도 즐거울 리가 없다. 


 이런 생활을 계속 지속하니 참 사는 게 어려웠다. 밥 가지고 실랑이하고 화내고 소리 지르고, 항상 일찍 나가서 산에도 가고 신나는 아침 등굣길을 하겠다는 목표는 저만치 두고 실패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아이를 보내고 혼자 남은 하루는 바쁘게 지나갔다. 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할 시간도 없이 이것저것 하면 애들이 돌아온다. 그럼 또 간식과 저녁을 차리고 다시 전쟁이 시작된다. 지난 9개월 동안 내 육아휴직의 아침의 삶은 이랬다. 


 첫 시작이 중요한데 그 첫 시작을 망치면서 시작하니 사람 참 미치겠더라. 애한테 집중해서 먹자고 얼러도 보고 달래도 보지만 쉽지 않다. 상담선생님이 그랬다. 화내면서 먹이는 밥은 영양소가 아니라 독이라고. 그래서 아이 밥 먹는 문제를 내려놓기로 했다. 독을 먹일 바에 애가 원하지 않으면 아예 먹이지 않겠다고. 스트레스가 더 나쁜 거니까. 애가 조금 먹으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아직 쉽지 않다. 이제 옷 입고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데 내가 퍼준 밥 반 이상이 그대로 남아 있고 그걸 다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힘들게 한다. 화가 불쑥불쑥 올라온다. 화내도 달라지는 건 없고 남는 건 아이의 상처와 죄책감만 남는다. 9개월간 시행착오를 겪었으면 이제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지. 나도 아이들도 매번 아침을 고통 속에서 시작할 수 없잖아. 그리고 늦게 나가더라도 9시 전에만 가면 지각 아니니까 마음 편하게 먹기로 했다. 그리고 지각할 수도 있지. 요새 개근상이 뭐라고... 그리고 늦기 싫다면 빨리 준비하고 나가면 된다. 꾸물거리지 말고. 






 중요한 하루의 시작을 즐겁게 행복하게 보내는 게 번아웃을 이기는 열쇠가 될 거다. 그 하루하루가 쌓이고 쌓이면 '번아웃이 뭐지? 내가 그런 걸 겪었었나?' 하겠지. 밥에 집착하지 말자. 지구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남겨도 되고 버려도 된다. 목표에 집착하지도 말자. 할 수 있으면 좋은 거고 못해도 그뿐이다. 그리고 늦어도 된다. 나와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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